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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구글, 12조 '웨어러블 헬스기기' 大戰 돌입

비외과적 혈당 측정 앱과 웨어러블 기기의 결합이 핵심

(샌프란시스코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2014-06-24 08:28 송고 | 2014-06-24 09:10 최종수정
© 로이터=뉴스1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 3대 기술기업이 건강 앱을 장착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의료기술 업체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이제 이 분야의 연구에 세계 최대의 모바일 기술업체들이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은 스마트워치나 팔찌 등과 같은 초기의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들을 단지 호기심이 때문에 구입하는 제품이 아니라 필수 아이템으로 바꾸어 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세 업체는 혈당 측정 분야에서 다져온 확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항상 자신의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앱을 웨어러블 기기에서 구현해 소비자들에게 건강을 위한 생활 필수품으로 다가간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이들 세 기술기업들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경력의 의료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에 장착될 혈당 측정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미국 규제당국에도 관련 사안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조사업체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이를 구현하는 초기 기술은 많은 제한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결국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 세 업체들은 2017년이면 약 120억달러(약 12조2136억원)에 달할 혈당 측정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놓고 격돌을 벌일 가능성이 많다.

미국인들 중 약 2900만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2012년 기준으로 이와 관련된 경제적 비용은 2450억달러 달한다. 이는 5년 만에 41%가 늘어난 규모다.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자신의 당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매일 10회 정도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낸다.

피를 보지 않는 비(非)외과적인 기술도 다양한 형태로 개발됐다. 가령 전기나 초음파 기술을 사용하면 피부 속에서 당을 끌어내 측정할 수 있다. 아니면 또 피부 속으로 빛을 통과시켜 분광기를 이용해 당의 징후를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당뇨 측정기기 제조업체인 존슨 앤 존슨 라이프스캔의 존 스미스 전임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대형 기술기업들은 모두 자사 스마트폰에 당뇨 측정 앱을 띄우고 싶어 한다"며 "성공할 경우 막대한 보상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코트니 라이어스 화학·독성학 기기 부문 책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기기와 혈당 측정 센서의 결합은 '천생연분'(made in heaven)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은 모두 이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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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비의료용 혈당 측정 앱 개발에 중점

FDA 회의록 요약본에 따르면 FDA는 애플의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혈당 측정기에 대한 규제 방안을 설명했다.

당시 애플 툴박스 블로그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FDA는 혈당을 측정하는 모바일 기기가 단순하게 사용자들에게 당 수치를 확인하게 할 목적이라면 규제를 피할 수 있으나 이 기기가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될 경우엔 의료기기로 분류돼 규제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혈당을 측정하는 모바일 기기를 피트니스와 교육 등과 같은 비의료용 앱으로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교육용 기기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기술 수준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아이워치(iWatch)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초기 모델이 혈당 측정 센서를 내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또한 여전히 마시모, 바이털 커넥트, 현재는 없어진 혈당 측정기 벤처기업 C8 메디센서 등과 같은 기술기업들에서 경영진과 바이오센서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메디와이즈의 조지 팔리카라스 CEO는 "애플은 혈당 측정기 제조업체의 유능한 인재들을 대거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피부에 라디오파를 통과시켜 피하층의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를 만드는 목적을 지닌 벤처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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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대규모 RD 투자로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주력

실리콘밸리는 이미 지갑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메드트로닉의 기술개발 부사장인 스테판 오스텔리 박사는 현재 구글이 대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차세대의 강력한 경쟁 의료기기 업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스텔리 박사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메드트로닉스에선 매년 15억달러를 R&D 비용으로 쓰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개발(D)비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은 매년 80억 달러를 쓰고 있는데, 내가 아는 한 그 대부분은 ‘연구(R)비용‘으로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자사의 계획 일부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구글은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해왔다.

구글은 블로그 포스트에서 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LED 시스템의 점별을 통해 혈액 내 당 수치의 높고 낮음을 경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렌즈를 시판할 파트너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내장된 초소형 칩과 센서를 통해 눈물 안의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렌즈를 상용화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회의론자들은 과연 상용화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비외과적 방법으로 혈당을 측정하려는 이전의 시도들은 몸의 움직임이나 수화(水和)와 체온의 변동성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다.

눈물 역시 혈당의 집중도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이를 추적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하는 전직 '구글 X' 직원에 따르면 그럼에도 라이프 사이언스 팀은 구글의 비밀 연구시설인 구글 X에 입주해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과 관련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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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심밴드 플랫폼 이용 비외과적 혈당 측정 방식 개발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스마트워치를 가장 먼저 출시지만 폭넓은 관심을 모으진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스마트 팔목 밴드나 기타 모바일 기기에 적용될 수 있는 심밴드(Simband)라는 이름의 모바일 건강 플랫폼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심밴드를 이용해 다양한 센서와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파트너들을 찾고 있다.

익명을 요하는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비외과적 혈당 측정 방식을 발전시킬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장차 갤럭시 기어 스마트워치에 장착돼 혈당 수치를 경고하는 '신호등' 시스템을 실행하는 벤처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이 업계에 수건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여기엔 외과의사들에게 환자의 혈당 수치를 알려주는 기기를 만드는 클루코와 이스라엘의 혈당 감시 벤처를 포함한다.

삼성벤처투자는 특히 5000만달러의 디지털 헬스 펀드를 통해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레어몬트 크리크 벤처투자의 테드 드리스콜 건강 관련 부문 투자자는 로이터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혈당기기 제조 분야에서 전도유망한 벤처기업들이 12개도 넘는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혈당 자료를 앱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또한 운동선수들과 건강 관련 종사자들이 특히 이 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마이피트니스팔의 공동설립자인 마이크 리는 "우리는 혈당이 체중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엄청난 개발비용이 관건

의료업계 일각에선 의료분야엔 처음 발을 들여놓는 기술기업들이 핵심적인 과제가 무엇인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 전용 당수치기기 개발회사인 덱스콤의 테란스 그레그 최고경영자(CEO)는 비외과적인 혈당 측정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성공하려면 "수억달러, 아니 10억달러"의 개발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수십년 간의 시행착오 끝에 많은 의료 과학자들은 조만간 혈당 측정에서 극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데이터 처리, 센서의 소형화, 모바일 기기의 빠른 보급 등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자들 중 1명인 제이 서브하시 삼성전자 선임 제품 매니저는 "조만간 이러한 제품이 나오더라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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