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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혁신학교 안되려면…"진보·보수 '틀' 깨야"

[혁신학교, 오해와 진실 下]'나홀로' 혁신학교는 필패…입시제도와 괴리 줄여나가야
정확한 평가로 혁신학교 질적 성장 유도 필요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최동순 기자 | 2014-06-17 21:29 송고

연재 목차
[上]혁신학교 들어서면 '집값' 오른다?…상관 관계는
[中]'학력저하' 편견, 수업혁신으로 해소…품행·인성 교육도 성과
[下] '반쪽' 혁신학교 안되려면…"진보·보수 '틀' 깨야"

교육 전문가들은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찮다고 입을 모은다. 혁신학교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확한 기준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제도 확대를 점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학교 확대를 급하게 밀어붙이면 혁신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진보와 보수의 대결 구도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혁신학교를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대입제도 개선을 병행하면서 학교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균형 잡힌 예산지원을 통해 일반 공립학교와의 형평성을 맞춰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현행 대입 제도 아래에서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끌어안을지가 혁신학교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초·중학교를 중심으로 혁신학교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입을 준비해야하는 고등학교에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소장은 "혁신학교는 무너진 공교육 회복을 위해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이라며 "우수한 대학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 사회 구조 안에서 혁신학교가 나홀로 이상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공교육 정상화를 이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보수 논쟁은 '독약'…입시 제도와 '괴리' 줄여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 대입지원전략 설명회.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협동수업과 인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욕구 역시 여전하다/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교육현장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제 요건으로 '교육제도의 일관성'을 꼽는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시각에 따라 교육제도가 갈팡질팡하면 학생과 교원들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원이나 전문가들이 혁신학교를 이념의 잣대로 바라보는 일을 경계하는 배경이다.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혁신학교의 핵심인 협력 수업과 학습공동체는 사실 일선 현장에서 시작된 움직임인데 진보 교육감이 먼저 시도하다보니 색깔론이 덧씌워졌다"면서 "경기도는 전체 학교의 10% 가량이 혁신학교로 전환된 이후 이런 오해가 많이 누그러졌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혁신학교 정착을 위한 개선방향을 진보와 보수의 구분 없이 함께 모색하고 교육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어떤 식으로 맞춰나갈 것인지 연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혁신학교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현재의 입시 제도를 교과 프로그램에 적절히 반영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통해 기존 교육관과의 충돌을 최소화해야만 혁신학교가 장기적으로 교권 회복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형 혁신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혁신학교가 기존 교육관이나 제도와 대립구도를 띄게 되면 제도 안착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석차에 교육의 우선순위를 두는 지금의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게 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혁신학교 바람이 변죽만 울리다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성적을 우선순위에 두라는 것이 아니라 혁신학교의 취지는 살리고 현행 대입 시스템에도 적응할 수 있는 전략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고등학교 1·2학년 과정은 수업혁신을 통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3학년 때는 진로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입 제도 개선이 '과제'…예산확보·분배도 관건
결국 이같은 절충안은 대학 입시의 경쟁 체계가 초·중·고로 맞물리고 있는 현실을 한꺼번에 뒤집을 수 없으니 혁신학교의 꾸준한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 제도를 점차 개선해야 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이 혁신학교가 현재의 대입 제도와 기존의 교육관을 포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입시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만 공교육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윤지희 소장은 "혁신학교 하나로 교권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혁신학교 학생들이 풍부한 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학업을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평가해 대입 전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학생부 기록을 세밀하게 구성하고 학생은 물론 담당 교사의 심층면접 결과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대입 제도 개선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와 함께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와의 형평성 논란에 대한 해법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그만큼 예산이 더 투입되는데 예산지원에서 소외된 일반학교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일반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한 것"이라며 "평가 결과에 따라 혁신학교의 옥석을 가려내고 일반학교라도 특색 있는 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예산지원을 강화하는 식으로 제도를 보완해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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