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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마케팅 노림수?" 유통업계 특허소송 '봇물'

화장품·정수기 심지어 아이스크림·라면까지 특허전쟁中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4-05-25 00:04 송고


히트상품을 베껴 만든 이른바 '미투' 제품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화장품과 정수기, 가전제품같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빵 등 먹거리업종에서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아류'라며 폄훼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자사 이익보호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다보니 법정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사 제품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소송을 벌이다보면 자연스럽게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을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제품이 홍보되기 때문이다.



(좌)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 (우)LG생활건강의 에어쿠션 '숨37' 제품© News1 박지혜 기자



◇특허소송 줄줄이 패소...기술개발업체 "억울하다"


특허를 둘러싼 소송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원고가 승소하는 경우는 아직도 드물다. 비건한 사례로 3000억원대 쿠션화장품 시장을 연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을 상대로 벌인 '에어쿠션' 특허침해소송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발포 우레탄폼에 자외선 차단 화장료를 넣는 '에어쿠션' 특허를 LG생건 등 일부 화장품회사들이 모방해 유사제품을 출시했다며 지난 2012년 9월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지난 5월2일 결국 패소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아모레퍼시픽의 특허는 특이성이 인정되지 않고, 일반적인 기술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특허인정된 기술로 LG생건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소송을 다시 제기할 방침이다. 에어쿠션 제품으로 지난해 국내외 총 32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아모레퍼시픽으로서는 안정된 매출 확보를 위해 강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13년과 올 1월에 재질이 강화된 우레탄폼 개발과 폼에 침투시킨 액체 화장품의 점도에 관한 특허 2건이 등록된 상태"라며 "LG생건이 특허등록된 아모레퍼시픽의 기술을 자사 제품에 활용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추가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좌) 코웨이 '정수기', (우)동양매직 '나노미니 정수기'© News1


밥솥업체인 쿠쿠전자 역시 리홈쿠첸을 대상으로 한 특허소송에서 패했다. 쿠쿠전자는 증기배출 안전장치와 내솥 뚜껑이 분리된 상태에서 동작이 이뤄지지 않는 안전기술 2건에 대해 리홈쿠첸을 상대로 특허권침해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쿠쿠전자는 "가처분신청이 기각됐지만 판결문을 보면 리홈쿠첸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본안 소송을 진행해 기술권리를 찾을 방침이다"고 밝혀 향후 추가 소송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체끼리 소송이 얽히고설킨 사례도 있다. 정수기 업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웨이, 청호나이스, 동양매직이 그 주인공이다. 코웨이는 동양매직을 상대로 디자인침해 가처분신청을 냈고, 청호나이스는 코웨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코웨이는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자 항고와 본안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장기전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특허권침해 소송이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빈번한 것을 두고 '경쟁업체 발목잡기'라는 비난과 소송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걸었다는 것 자체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다"며 "경쟁업체 발목잡기나 노이즈마케팅 수단으로 소송을 거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독창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거는 업체들을 가려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맛 비슷하면 소송? 식품업계도 '소송 난타전'


팔도의 '불닭 볶음면'(좌)와 삼양의 '불닭 볶음면' © News1


식품업계에서도 소송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짝퉁 제품이 나와도 소송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한 푼이 아쉬운 식품기업들은 자사 매출을 뺏어가는 짝퉁제품에 대해 강력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벌집아이스크림을 두고 소프트리와 밀크카우가 소송을 벌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프트리는 밀크카우가 아이스크림에 벌집을 올려놓는 디자인을 비롯해 아이스크림콘 진열방법, 매장간판, 메뉴판 등 브랜드 디자인의 상당부분을 모방했다며 '디자인권 침해금지 가처분소송'을 냈다. 동시에 밀크카우가 유사한 제품으로 부당경쟁을 하고 있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도 냈다.


지난 16일 열린 1차 공판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소프트리 주장에 대해 밀크카우는 "소프트리가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한 4건은 '무심사등록'으로 독창성이나 신규성, 창작성을 인정받아서가 아니라 먼저 등록한 것에 불과하다"며 "소프트리의 디자인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고 따라할 수 있는 것인 만큼 보호받아야할 권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맞섰다.


1차 공판에서 사건이 종결처리 되지 않아 오는 6월13일 2차 공판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조만간 '부당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에 대해서도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맛'이 유사해도 이제는 소송감이다. 삼양라면은 팔도를 상대로 디자인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16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삼양라면 측은 "자사의 '불닭볶음면'과 팔도의 '불낙볶음면'이 맛은 물론 디자인, 제품명이 너무 유사해 헷갈린다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많아 소송에 나섰다"며 "팔도로 인해 매출하락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팔도 측은 "불닭볶음면에 사용된 디자인을 고유디자인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며 "식품업계에서 이런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하거나 미투제품을 출시하는 일은 흔한 경우다"고 반박했다. 삼양라면과 팔도의 소송전은 1차 공판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며, 재판 결과는 6월 중순 이후 나올 전망이다.


올초 불기 시작한 단팥빵 인기도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단팥빵 전문점인 서울연인은 누이애가 가게 디자인과 빵의 기본 콘셉트를 그대로 베꼈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송이 끊이지않자 업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타사의 고유한 기술은 인정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소송난타전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의 모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짝퉁이 판치게 되면 결국 그 시장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공멸한다"며 "특허권과 상표권을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한 소송은 불가피하지만 기업 내 자정기구를 통해 경쟁업체의 차별화된 기술력은 인정해주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l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