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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사회…대학생·교수도 '취업형'으로

연세대 '공공성의 위기' 학술대회, 최기숙 교수 주제발표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2014-05-09 08:25 송고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성과 만능주의' 사회는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공감하기보다 자신의 더 큰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인문학적 진단이 나왔다.
성과가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면서 '도덕적 무감각'을 일상화한다는 최기숙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의 지적이다.

9일 오후 연세대학교 연세·삼성학술연구관에서는 전날에 이어 '공공성의 위기, 사회인문학의 응답과 도전'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최기숙 교수는 성과주의 사회에서는 일상의 대화에서조차 도덕적으로 무감각한 징후들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 발표를 연달아 두 개나 해야 해요", "저는 세 개를 해야…하나는 영어로…"

이처럼 남의 고충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상대보다 얼마나 더 힘들고 고통받고 있는지 토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결국 자기 자신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가장 피곤하고 지친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최 교수는 늦은 저녁 전화로 업무를 요청하면서 자신도 아직 퇴근을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호소해 무례를 정당화하고 상대가 이에 난감을 나타내면 '한가한 인간'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있다고 예로 들었다.

그는 "성과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은 인간에 대해 돌아볼 시간과 여유, 노력을 스스로 박탈하고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또 "성과주의 사회에서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관점'이 불행감을 증폭시킨다"며 "개인의 품성과 개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무시하는 문화적 징후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학사회를 예로 들며 "대학생들은 학점이라는 가치로 돌아오지 않는 활동에는 자본과 열정을 투자하지 않는다"며 "불확실한 자기 가치를 내세우는 대신 세상이 정해준 기준에 자신을 끼워맞추는 게 경제적 손실이 적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들은 취업을 희망하는 곳에 맞게 '스펙'을 쌓는 동안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관, 인간관계 등을 전면적으로 '취직형'으로 가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교수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최 교수는 "(현재 대학에서) 교수로서의 삶은 임용과 재임용, 승진평가 등에 의해 규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도 인문적 글쓰기, 창작 등 학문과 교육에 중요한 활동들을 임용, 재계약, 승진평가에 가장 중요한 논문쓰기 이후로 미루고 있다"며 "일정한 양의 논문을 대학이 요구하는 조건대로 쓰기 위해 학문의 자율성을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에게 일반화된 '자기계발'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펙의 사회'에서 대학을 진리탐구의 공간, 학문의 전당으로 부르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대학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은 평가의 손에 붙잡힌 몸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내 삶의 시간과 열정을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바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대학이 사회에 책임을 다하려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성찰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hong8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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