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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안티에이징 '회춘의 열쇠'?

(서울=뉴스1)김정한기자 | 2014-05-05 06:44 송고 | 2014-05-06 04:24 최종수정
© News1 안은나 기자


젊은 피가 새로운 활력을 준다는 오랜 속설을 증명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하버드대 과학연구 팀 등이 4일(현지시간) 학술 전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쥐의 혈액을 늙은 쥐에게 수혈한 결과 근육과 두뇌가 젊음을 다시 찾는 '안티에이징'(anti-aging) 효과가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연구결과가 엽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알츠하이머나 심장병 치료에 획기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루돌프 탄지 신경학 교수는 "이번 발견은 의학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janger)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말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젊은이들의 피 속에 '회춘(回春) 물질'이 들어 있다는 수백년 된 속설을 토대로 진행된 것이다.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가 영생을 유지한다는 환타지도 이에 근거한다.
1950년대 코넬대학 교수인 클라이브 M. 맥케이 박사와 그의 동료 연구진은 젊은 쥐의 피를 늙은 쥐에게 수혈함으로써 이를 시험했다.

연구진은 먼저 쥐 2마리의 옆구리를 서로 접합시켰다. 이는 이른바 병체결합(竝體結合)이라고 하는 실험으로 둘 이상의 살아 있는 생물의 신체 일부를 서로 붙이는 실험이다.

이들이 만든 일종의 '프랑켄슈타인 쥐'에서는 혈관이 자라나 순환기관에 합류됐다. 이를 통해 젊은 쥐의 피는 늙은 쥐에게, 늙은 쥐의 피는 젊은 쥐에게로 흘러들어갔다.

맥케이 박사와 동료 연구진은 이 프랑켄슈타인 쥐의 부검을 실시한 결과 늙은 쥐의 연골이 실험 전보다 더 젊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이들은 어떤 변형이 일어나 연골이 젊어진 것인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당시엔 신체가 저절로 회춘되는 방식에 대해 알려진 지식이 없었던 것이다.

◇ 젊은 피는 노화한 줄기세포의 기능을 개선시켜

훗날 조직의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줄기세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조직세포가 손상을 입을 경우 그곳으로 줄기세포가 이동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죽은 세포와 교체하는 것이다. 인간이 나이를 먹을수록 줄기세포도 점차 불안정해진다.

2000년대 초반 과학자들은 노화가 진행 중인 세포 조직 내에서 줄기세포가 소멸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스탠포드대 의과대학의 토머스 A. 랜도 박사는 "노화한 조직 세포 속엔 다량의 줄기세포가 있었다"며 "다만,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 정지됐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랜도 박사와 그 동료들은 노화한 줄기세포가 젊은 피를 받을 경우 어떤 신호가 발생되는지 궁금해졌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그들은 맥케이 박사의 실험을 재실행했다.
실험에 쓰인 늙은 쥐(왼쪽)과 젊은 쥐 © News1

과학자들은 늙은 쥐와 젊은 쥐를 접합시킨 후 5주 동안 이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2005년엔 늙은 쥐의 근육이 젊은 쥐의 근육만큼 회복력이 빨라졌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늙은 쥐들의 새로운 간세포가 젊은 쥐만큼이나 빨리 자라기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반면에 젊은 쥐들은 조기 노화 현상이 나타났다. 젊은 쥐들의 근육은 상처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들의 줄기세포도 실험 전보다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젊은 쥐의 피 속엔 노화한 줄기세포를 깨우고 노화가 진행 중인 조직을 회춘시키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마찬가지로 이는 노화한 쥐들의 피 속엔 젊은 쥐들의 회복력에 손상을 주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의미였다.

◇ 젊은 피에 많이 들어 있는 'GDF11' 단백질이 핵심 물질

랜도 박사 연구팀의 일원인 에이미 J. 웨거스 박사는 2004년 하버드대로 직장을 옮겨 조교로 일하면서 젊은 쥐들의 피에 관한 연구를 계속했다.

웨거스 박사와 그 동료들은 세포의 생성과 회복력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분자를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 동물들의 피를 조사했다. 그 결과 늙은 쥐들의 피보다는 젊은 쥐들의 피 속에 'GDF11'이라는 단백질이 더 많이 들어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GDF11가 병체결합 실험에도 적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 단백질을 만들어 이를 늙은 쥐들에게 주입했다. 그러자 피가 아닌 GDF11만으로도 늙은 쥐들은 심장이 회춘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웨거스 박사와 그 동료들은 GDF11이 다른 조직들로 회춘시키는 것인지 궁금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는 이들이 행한 쥐들의 골격근에 대한 실험 결과가 실렸다.

이들의 실험에 따르면 GDF11는 늙은 쥐들의 조직세포를 재생시켰다. 늙은 쥐들은 기력이 더 강해지고 지구력도 늘었다.

스탠포드대 과학자들은 젊은 쥐들의 피가 늙은 쥐들의 뇌에도 변화를 가져오는지 실험했다. 2011년 당시 대학원생이던 사울 빌리다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이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늙은 쥐들은 젊은 쥐들의 피를 받은 후 해마(海馬) 속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폭증했다. 해마는 기억력 생성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현재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재직 중인 빌리다 박사는 4일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젊은 쥐들의 피가 늙은 쥐들의 뇌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빌리다 박사와 그 동료들은 프랑켄슈타인 쥐 실험을 통해 늙은 쥐들의 해마 속 신경세포들이 자라나 상호간에 새로운 연결성이 생겼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젊은 쥐들의 피에서 세포와 혈소판을 빼내 이를 늙은 쥐들의 혈장에 주입했다. 그러자 늙은 쥐들은 기억력이 크게 개선됐다.

웨거스 박사 연구팀은 후각과 연관된 뇌의 특정 부분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계속했다. 새로운 피를 공급받은 늙은 쥐들은 후각도 크게 개선됐다.

웨거스 박사와 그 동료들은 이어서 GDF11도 뇌 속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지 실험에 나섰다. 이들은 GDF11만 쥐들에게 주입한 후 뇌 속에서 혈관과 신경세포가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다만, 프랑켄슈타인 쥐들에게 나타난 세포 증가 속도엔 미치지 못했다.

◇ 부작용 우려 여전…줄기세포를 늘면 암 발생률이 높아질수도

클래블런드 클리닉 '신경세포염증 연구 센터'의 책임자인 리처드 M. 랜소호프 박사는 "젊은 쥐와 늙은 쥐들 사이에 혈액 교환으로 인한 거부 작용은 없다"고 밝혔다.

랜소호프 박사와 그 동료들은 쥐들에 대한 이번 실험이 인간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인간의 GDF11나 젊은이들의 피 속에 있는 분자들이 노인들에게 유사한 효과를 주는지가 이들의 관심사다.

'내셔널 심장·폐·혈액 연구소'의 분자의학센터 책임자인 토렌 핀켈 박사는 "시간을 단지 늦추는 게 아니라 아예 거꾸로 되돌릴 수 있게 됐다"며 흥분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회춘 현상은 몸 전체에서 일어날 수 있다.

웨거스 박사는 "심장약, 근육약, 뇌 약 등을 일일이 먹지 않아도 몸 전체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노화한 신체를 회춘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잠자는 줄기세포를 깨우면 통제가 불가능하게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UC 버클리의 이리나 M. 콘보이 생명공학과 교수는 "줄기세포가 급증할 경우 "암 발생 확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다"며 "줄기세포를 과도하게 증식시키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e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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