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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로 뒤바뀐 팽목항…아찔했던 15시간의 기록

[세월호 침몰] 아침부터 실종자 가족 불만 고조돼
시신 인양 작업 속도 더뎌…정보 제공 부족 주장
불만 결국 폭발…장관·청장과 끝장 면담 개시

(진도=뉴스1) 문창석 기자 | 2014-04-24 15:46 송고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해경 경비정에 올라 수색구조 현황을 바라보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사고 발생 9일째이자 사고 해역 유속이 가장 느린 '소조기'의 마지막 날인 24일,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이 대기하던 팽목항은 분노로 가득찼다.

이날 오전 10시쯤 실종자 가족 50여명은 늦어지는 시신 인양 작업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고 수색 작업을 직접 보기 위해 사고 해역으로 떠났다.

현장으로 가보자는 실종자 가족 대표단의 제안에 일부 가족들은 "너무 답답하다. 우리가 가서 직접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정보도 늦게 오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믿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팽목항에 머물던 가족들이 대표단의 제안에 동의했고 진도체육관에 머물던 일부 가족들도 합류해 두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현장답사가 이뤄졌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청에 설치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찾은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발표와 달리 수색 작업이 지체된다며 항의하기 위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사진 뒤편)이 있는 상황실에 들어서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한 무리의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에 직접 갔지만 육지에 남은 가족들의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 대표를 비롯한 40여명은 이날 낮 12시30분쯤 진도군청 상황실에 마련된 대책본부를 방문해 "현재 사고 해역에 투입된 잠수부가 2명이라고 현장의 가족에게 들었다"며 항의했다.

이들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대책본부 관계자들과 만나 고성을 지르는 등 1시간이 넘게 수색작업 지연에 불만을 표출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 등이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 News1 문창석 기자



쌓였던 불만은 오후 4시30분 팽목항 가족지원상황실에서 폭발했다.

실종자 어머니들은 향후 수색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상황실을 찾은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에게 "민간잠수부의 투입을 막고 유속이 느린데도 제대로 수색하지 못한다"며 따졌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최 차장을 둘러싸며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고성을 듣고 달려온 실종자의 아버지들까지 합세해 험악한 욕설이 오갔다.

이후 상황실 직원들이 실종자 가족들에 의해 한 명씩 끌려나와 상황실이 일시적으로 점거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 등이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뒤늦게 소식을 듣고 팽목항으로 이동한 이주영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설득에 나섰지만 가족들의 폭발해 버린 분노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족들은 최 차장과 오후 6시쯤 도착한 이 장관과 김 청장을 둘러싸고 민간잠수사의 투입과 해난구조용 엘리베이터라고 불리는 '다이빙벨'의 사용을 요구하며 끝장 면담에 돌입했다.

이들은 "당신들의 자식이 바다에 빠져있더라도 이렇게 했겠는가"라며 "납득할만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과 장관·청장의 면담은 25일 0시30분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가족들의 분노로 가득찬 팽목항의 밤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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