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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겠다고 했는데"…무너진 코리안 드림

[세월호 침몰]결혼앞두고 신혼 예행길 참변 조선족 이모씨 커플

(광명=뉴스1) 장석원 기자 | 2014-04-24 05:35 송고

24일 오전 11시30분께 광명시 광명성애병원 장례식장 302호실.

조선족 이모(39)씨의 어머니는 "6월 결혼을 앞두고 떠난 신혼 예행길에서 이런 일을 당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겼다.

1년 전 중국 연길에서 한국으로 온 이씨는 예비신부 한모(36)씨와 16일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신혼을 떠났다가 배가 침몰해 목숨을 잃었다.

이씨의 어머니는 충혈된 두 눈에서는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고 조문객들도 무거운 분위기속에 조용히 고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할 뿐 이였다.

그는 "신혼여행 다녀 오면 혼인 신고하려고 서류까지 다 준비했다"며 "올 6월께 조촐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숨진 이씨는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모 회사를 다니던 중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 한모(37·여)씨를 만났다.

이들은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남을 이어가가 결혼을 약속하고 지난해 11월부터 동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닭살커플이여서 놀림을 자주 받았다고 회사 동료들은 전했다.

이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1차 시험을 통과하고 다음달 7일 2차시험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씨의 친척은 "이씨가 한국 국적을 갖지 못해 여러가지 불편한 점을 토로했다"며 "1차 시험 통과하고 무척 좋아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이씨는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겠다'고 자주 말을 했었다"고 했다.

빈소 한 쪽 편에는 이씨의 동생이 고개를 푹 숙인고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기만 한채 아무말 없이 있었다.

이씨의 동생은 "형은 친구이자 아버지지 같은 존재였다. 나에 대해 작은 거 하나까지도 신경 써 줬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신혼여행을 떠났던 예비신부 한씨의 시신도 이날 새벽 인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례식장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쌓였다.

이씨는 사랑하는 예비신부를 뒤로 하고 한국에서의 꿈을 접은 채 25일 다시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jj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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