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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14일'로 본 한국형 장르물 한계는?

너무 빠른 전개에 개연성 놓쳐
작가 한명이 사건·캐릭터 도맡아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4-04-23 10:37 송고
22일 종영한 SBS 월화 드라마 '신의 선물-14일' 포스터(SBS 제공).© News1

장르물 열풍 속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이 막을 내렸다. 막장과 끝장의 경계를 오가는 한국 드라마계에 찾아온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신의 선물'은 자체로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달 3일 출발한 '신의 선물'은 타임슬립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아이를 납치한 범인을 추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는 것만으로 주목을 받았다. '시청률 퀸' 이보영이 "솔직히 시청률은 기대 안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 거는 기대가 컸다.

시청률도 나쁘지 않았다. 6.9% 시청률로 첫발을 내디딘 '신의 선물'은 평균 시청률 8.8%로 30% 가까운 MBC '기황후'에 이어 월화극 2위를 줄곧 유지했다. 그러나 주연을 맡은 배우 이보영, 조승우 이름값에 비하면 기대이하였다. 전작 '따뜻한 말 한 마디' 최종회 8.7%보다 겨우 0.1%포인트 높았다.

극 초반 배우들의 호연과 빠른 전개로 흡입력을 높이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후반부터 드라마는 개연성을 잃고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시청률도 오르지 않았다. 22일 방영된 최종회 전국시청률은 8.4%로 평균 시청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SBS '신의 선물-14일' 방송 화면 캡처 사진 © News1

◇ 빠른 극 전개, 빨라도 너무 빨라.

멜로 없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묘미는 범인을 찾는 추리에 있다. 시청자가 지치거나 지겹지 않도록 적당한 긴잠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속도와 반전이 생명이다. '신의 선물'은 등장인물 대부분을 용의 선상에 올리고 제외하기를 반복하며 범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너무 빨랐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스릴러 장르에서 속도와 반전이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많이 반복되고 빠른 속도로만 흘러가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신의 선물'도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 시청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말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드라마가 빠른 속도로 흐르다 보면 감정선을 놓친다"며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이유가 있을 텐데 이유가 속도에 묻히면 드라마가 혼자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14회에서 이보영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미워하다 그의 사랑을 깨닫고 병상 앞에서 오열한다. 마지막회에서 조승우는 엄마인 정혜선이 진범이라고 생각해 대신 죄를 뒤집어쓰기로 결심한다. 주인공이 이 정도 큰 감정 변화를 겪는데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이를 받아들일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빨리 달리다 보니 결말이 급작스럽다. 범인이 밝혀진 마지막회에서 시청자는 왜 조승우가 범인인지, 왜 죽어야 하는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끝나는 운명'이라는 카페 여주인의 말을 듣고 강물에 몸을 던지는 운명론자 조승우에서 드라마는 개연성을 잃고 만다.
조승우가 죽으며 막을 내린 SBS '신의 선물-14일'(SBS 제공).© News1

◇ 작가 혼자서 대본 쓰는 현실

어쩌면 이런 결말은 예고된 것인지 모른다.

정덕현은 "이런 작품을 작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미드(미국 드라마)는 이런 작품에 최소 100명 정도의 작가가 일을 한다. 캐릭터 분석 작가, 크리에이터 작가 등 각각의 역할이 분화돼 공동작업을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한국 드라마의 열악한 현실을 꼬집었다.

장르 드라마는 흐름도 중요하지만 완성도가 질을 좌우한다. 그런데 '신의 선물'은 생방송 촬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촬영 환경이 좋지 않았다. 1년간 24편을 방영하는 미국 드라마와는 제작 기간부터 차이가 난다.

지난 2월 '신의 선물' 제작발표회에서 이동훈 PD는 범인을 감추기 위해 배우들에게도 대본을 잘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누가 범인인지 모르고 연기하는 것이 배우들에게도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대본을 완성할 시간도 인력도 없는 현실을 감추려했던 것은 아닐까.


letit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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