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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해수부·한국선급·해운조합 합작품"

해운업계 "이번 사건 계기로 선박관리 획기적 변화 기대"

(부산=뉴스1) 조원진 기자 | 2014-04-23 09:35 송고
검찰, 해경 등이 함께 전국 주요 항구 등에 대한 긴급 합동 안전점검에 나선 가운데 23일 오후 인천여객터미널 부두에 정박중인 플라잉 카페리호에서 외부 구명정 등의 작동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2014.4.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여객선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과 운항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해운조합의 엉성한 감독관리체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해운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에 대한 관리감독권은 해양수산부에 있지만, 해수부를 정점으로 한 '눈감아주기 문화'가 이번 사고로 극명하게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23일 한국선급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여객실 증축공사가 준공되기 13일전인 지난해 1월24일 세월호에 대한 복원성 검사를 실시했다.

여객실 증축으로 배 자체 무게(경하중량)가 5926t에서 6113t으로 187t 늘어났으나, 복원성 검사에서 무난히 통과한 것은 화물 적재량과 평형수를 조정해 운항해야 한다는 조건을 이행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수직방향 무게중심(BCG)이 11.27m에서 선실 증설 후 11.78m로 51㎝ 올라감에 따라 화물과 여객의 무게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복원력에 직접적 역할을 하는 평형수(Balance Water)를 무려 5배 이상 유지해야한다는 조건을 달아 복원성 검사를 통과시켰다.

즉 화물과 여객의 무게는 기존의 2525t에서 1070t으로 줄이고, 평형수(Balance Water)는 종전 307t에서 1700t으로 늘려 운행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는 말그대로 권고사항에 불과했다.

청해진해운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승용차 124대, 1t 화물차량 22대, 2.5t 이상 화물차량 34대 등 차량 180대와 화물 1157t 등 총 3608t의 화물과 차량이 적재됐다. 출항보고서에는 없었던 컨테이너가 CCTV 화면에 포착됐고 차량은 한도보다 30대를 초과했다.

여객선의 안전검사를 전담하는 한국선급이 제시한 화물 적재량보다 최소 3배 이상 화물을 많이 적재한 것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사고가 난 16일 과적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량톤수(3963t)보다 적은 3608t을 실어 문제가 없다"며 일축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중량톤수(3963t)는 화물은 물론 평형수, 연료, 식량 등 모든 적재물과 승선인원을 합친 최대 중량(재화중량톤수)를 의미하는 것인데도 화물적재량과 같은 잣대로 적당히 얼버무린 것이다.

이처럼 많이 화물을 많이 실었는데도 출항할 수 있었던 것은 평형수를 그만큼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월호의 경우 선실 증축으로 기존보다 평형수를 5배 이상되는 1700t(출항시)을 유지하되 운행도중 연료와 생활용수의 사용에 따른 무게 감소를 감안해 입항시 2030t까지 보충해야한다는 한국선급의 복원성 검사 통과의 전제조건은 철저히 무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객선을 포함해 모든 대형 선박의 외벽에는 수중에 잠기는 선체의 최대 깊이를 나타내는 만재흘수선(滿載吃水線)이 그어져 있다. 선박이 흘수선보다 깊이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출항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세월호가 흘수선을 맞추기 위해 화물을 규정보다 3배가량 싣는 대신 복원력에 필요한 평형수를 그만큼 뺏을 개연성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선박회사가 장삿속을 채우기 위해 선박 여객실를 증설하고 화물을 규정보다 몇배나 싣는다해도 운항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이 이를 단속하지 않으면 사고를 막을 어떤 방패막이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월 세월호에 대한 복원력 검사를 실시한 한국선급은 검사 뒤 '완성 복원성 계산서'라는 책자를 만들어 해당 선사에 넘겨주는 것으로 검사를 마무리했다.

한국선급 진중광 비상대책반장은 이와 관련, "운항의 허용기준을 책자로 만들어 해당 선사의 본선에 제공해 항해사가 숙지하도록 하는 선에서 검사기관의 임무는 끝난다"며 제도상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결국 선박회사끼리의 단체인 해운조합에게 선박 운항에 대한 규제를 해 놓은 현재의 안전무방비 상태를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의 관리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는 애써 묵인한 셈이다.

해수부의 해사기술과는 한국선급을, 연안해운과는 해운조합에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

여객선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해수부에 대한 감사자료를 어제(22일) 요청한 만큼 곧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서로서로 봐주기 관례가 지속돼 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라며 "값비싼 대가를 치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박 관리체계가 획기적으로 변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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