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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싸움된 이집트 대선…관전포인트는?

엘시시, 사바히 지지율 51:1…사실상 승부 갈려
무슬림형제단 등 부동층 45% 공략이 '변수'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4-04-21 08:12 송고
다음 달 열릴 이집트 대선에 출마한 압델 파타 엘시시 전 국방장관(왼쪽)과 함딘 사바히.© AFP=News1


다음 달 26~27일에 치러질 이집트 대통령 선거가 압델 파타 엘시시 전 국방장관과 함딘 사바히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군부를 배경으로 한 실권자 엘시시 전 장관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전망이지만 몇몇 관전포인트를 주목한다면 흥미로운 대결이 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엘시시 전 장관의 압승이 예상된다.

엘시시 전 장관은 지난달 말 시행된 현지 여론조사에서 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3위에 올랐던 좌파성향의 사바히는 1%를 얻는데 그쳤다.
단순한 수치상으로는 51 대 1의 대결이다.

대선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추천인의 수도 엘시시 전 장관은 20만명을 확보했지만 사바히는 3만1100여명에 그쳤다.

변수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45%에 달했다는 점이다.

사바히는 이들 부동층 흡수를 위해 엘시시와의 차별성 강조에 집중하고 있다.

사바히는 우선 엘시시 전 장관의 당선은 군부독재 과거로의 회귀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바히의 대변인인 암르 바드르는 "우리가 처한 상황은 명백하다"며 "우리를 미래로 인도할 후보가 있고 우리를 과거로 이끌 또 다른 후보가 있다"고 말했다.

사바히는 지난 19일 대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힘보다는 정의가 먼저"라며 "강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군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엘시시 전 장관이 군인 출신임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1952년 군사 쿠데타 이후 지난 2012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의 모든 대통령이 군인 출신이라는 점은 이집트에게 그다지 자랑거리는 아니다.

지난 2011년 혁명과 최초의 민간인 출신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던 무슬림형제단의 움직임도 변수이다.

지난해 7월 집권 1년 만에 군부에 의해 축출당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층인 무슬림형제단은 부동층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가 회원 1400여명이 사망했으며 1만5000명이상이 구금당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들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했으며 법원은 모든 회원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법원은 특히 지난달 24일 동시에 무슬림형제단원 529명에게 사형을 선고해 국제사회로부터 지나친 인권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현 과도정부의 실세인 엘시시 전 장관에 대한 무슬림형제단의 감정은 좋을 수가 없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대선에서 투표 불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군부세력에 의한 정권이 수립되는 것보다 좌파정권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이들이 불참한 지난 개헌 국민투표의 투표율이 38%에 불과했을 정도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무슬림형제단이 사바히를 지지하게 될 경우 예상외의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엘시시 전 장관이 지난해 쿠데타로 사실상 실권을 장악한 후 높은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경제와 정치에 대한 실질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변수로 꼽힌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미셸 던은 지난 해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수립된 과도정부는 줄곧 위기대응 상태로만 운영됐으며 엘시시 전 장관도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할 지에 대한 생각을 밝힌 적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던은 "가장 큰 의문점은 엘시시 전 장관이 지난해 쿠데타 이후 대통령직에 대한 정치적인 로드맵을 만들었는지, 매듭처럼 얽힌 문제점들을 잘라낼 준비가 됐는지 여부"라며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는 정치·안보적인 전략이 전혀 나타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적인 무슬림형제단이 좌파성향의 사바히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지는 의문이다. 그 또한 지난대선에서 무르시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바 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리스트로 몰아 탄압하는 엘 시시에 비하면 '차악'의 선택이 될 수는 있다.

사바히가 엘시시라는 거인을 맞아 설득할 만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격차를 줄이는 2파전의 특성을 살릴 수 있을 지 아니면 예상대로 엘시시 민선 대통령 당선을 위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을 지 주목된다.


find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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