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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가른 안타까운 순간들…'가슴속 비통함' 남아

운항지연으로 여행포기하려다 '차 못빼' 답변에…참변
"시키는대로 해…정신 잘 차리고" 문자에 무응답 '동생'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 추가 생존소식은 없어

(서울=뉴스1) | 2014-04-21 09:40 송고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엿새째인 21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지하철 4호선 중앙역 인근 광장에서 시민들이 이번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 News1 정회성 기자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다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탑승자들의 생사를 가른 안타까운 순간들이 알려지면서 숙연함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1분1초가 행복 그 자체였을 한 조선족 신혼부부는 자욱한 안개로 운항이 지연되자 여행을 철회하려 했다. 그러나 여객선 측의 만류로 여행길에 나섰다 사고를 당했다.

정모(여)씨의 아들 이도남씨 부부는 빠듯한 형편 탓에 결혼식도 미루고 함께 살아왔다.

이씨 부부는 결혼한 지 1년여 만에 따뜻한 봄을 맞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안산의 한 컴퓨터 부품 공장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마련한 경차도 배에 실었다.

하지만 원래 출발 예정일이었던 15일 밤 인천항 기상은 좋지 않았다.

정씨는 흐린 날씨를 바라보다 곧바로 아들 내외에게 "날도 궂은데 가지 말라"고 제안을 했다.

정씨의 제안에 며느리는 "안그래도 배에서 차를 빼려고 하는데 안된다고 하네요. 어머니, 어쩔 수 없이 가요"라고 답했다.

별일이야 있겠냐 싶었던 정씨는 다음날인 16일 오전 뉴스를 통해 아들내외가 탄 세월호의 침몰소식을 접했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정씨는 곧바로 인천항으로 가 "'아들내외가 타고 있다'며 생사확인을 요구했지만 인천항 관계자는 '외국인의 탑승명단 확인은 시간이 좀 걸린다. 기다려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도 아들내외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정씨의 속은 타들어갔다.

조선족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던 정씨는 눈물날 정도로 심한 외국인 차별에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사고현장으로 달려간 정씨가 아들내외의 탑승소식을 설명한 끝에 아들과 며느리는 '세월호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사고 엿새째에도 정씨는 아들내외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안산 단원고 여자탁구팀도 그토록 꿈꿔왔던 우승을 차지하고도 환희 대신 하릴없이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단원고 여자탁구팀은 17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0회 전국종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울산 대송고를 3-1로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경기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했던 선수들은 이제는 됐다는 듯이 눈물을 터뜨렸다.

차가운 진도 앞바다에 갇혀있을 친구들이 생각나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팀에는 대회 2연패를 이루기 위해 수학여행을 포기했던 2학년생 3명이 포함돼 있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이들은 충격에 밤새 잠도 이루지 못했지만 친구들의 무사생환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기어코 포기하지 않았던 단원고 탁구부는 마침내 정상에 올랐고 조용히 그들을 응원하던 선수 학부모들도 함께 슬픔을 나눴다.
진도 침몰 여객선 탑승객이 부모님과 주고받은 문자. © News1


선원들과 구조당국을 믿으며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동생을 달랬지만 아직 동생의 구조소식을 전해듣지 못한 형의 사연도 전해졌다.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단원고 2학년 김모군은 사고 당일 오전 9시23분 배가 기울자 자신의 형에게 "형 지금 배 타고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배가 뭔가에 부딪혀서 배가 안 움직이고 구조대인가 뭔가 오고 있대"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받은 김군의 형은 "배는? 가라앉고 있어?"라며 세월호의 상황을 물었다. 김군은 "방 안 기울기가 45도야. 데이터도 잘 안 터져. 지금 막 해경왔대"라고 답했다.

이에 김군의 형은 동생에게 "구조대 금방 오니까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 없고 정신 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하라"고 당부했다.

김군의 형은 오전 9시32분까지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형한테"라는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지만 이후 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인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아 보는 이들을 더욱 비통하게 하고 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A(18)양은 사고 당일 문자를 통해 아버지에게 사고소식을 알리면서 "너무 심하게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어…더 위험해 움직이면"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딸의 문자를 받은 아버지는 "구조 중인 거 알지만 가능하면 밖으로 나와서"라며 딸이 빨리 배에서 탈출하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A양은 "아니 아빠 지금 걸어갈 수 없어. 복도에 애들 다 있어서 그리고 너무 기울어져서"라고 하면서 위급한 상황을 전한 후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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