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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나올 눈물도 없다" 지쳐가는 실종자 가족

[세월호 침몰] "시신만이라도 찾아달라" 절망 속 외침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 버려…내일이면 일주일"

(진도=뉴스1) 권혜정 기자 | 2014-04-21 07:37 송고 | 2014-04-21 07:39 최종수정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 © News1 한재호 기자

"내새끼, 내새끼야…"

버티다 버티다 갑작스레 터져 나온 울음에 한 실종자 어머니는 목 놓아 울었다.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팽목항을 가득 메웠으나 지칠대로 지친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잔뜩 쉰 목소리로 "내새끼, 내새끼…"만을 반복하던 어머니는 목에 걸린 아들의 사진을 몇 번이고 가슴에 품었다.
먼 발치에서 먹먹한 표정으로 바다만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이내 어머니의 등을 다독였다. 그러나 어머니의 울음소리는 한 동안 팽목항에 이어졌다.

세월호 침몰 엿새째를 맞은 21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팽목항에서는 오열 대신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신이라도 찾아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와 달리 100번이 넘는 숫자가 적혀 있는 사망자 명단에는 64번 시신의 이름을 끝으로 더해지지 않고 있다.

'살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자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 너머 바다만을 바라보며 하릴없이 더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생존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일주일이 지나면 (시신의) 살점 조차 남지 않는다"며 시신의 수색작업을 논의했다. 사고 첫 날 오가던 고성 대신 쉬어버린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 © News1 한재호 기자


실종자 김모(18)양의 아버지는 "우리가 직접 바다에 나가질 못하니 여기에 모여서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대부분 포기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살아있으리라는 희망은 없다"며 "다만 우리 아이들 시신이 훼손되기 전에,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만나게 해달라는거…그게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또 다른 실종자 어머니도 역시 아이들 생존에 대해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접었다. 다만 시신이라도 꺼내 달라는 것"이라며 "오늘도 벌써 이렇게 하루가 가고, 이제 내일이면 일주일이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실종자 어머니는 덤덤하게 "혹시나 우리 딸일까 싶어 여자 시신은 모두 확인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애들이 얼마나 그곳에서 나오고 싶었는지, 손톱 밑에 피멍이 퍼렇게 들어있더라"면서도 "이제는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도 하고, 처음엔 이야기 꺼내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가라앉은 것인지 답답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시신을 찾아달라'는 마지막 바람이 이뤄진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오열했다.

이날 오전 사고현장에서 팽목항 임시안치소로 옮겨진 자녀를 접한 한 어머니는 차갑게 변해 버린 자녀 앞에서 "어떡하니"만을 외치며 긴 시간 눈물을 흘렸다.

한편 전날 25구, 21일 오전 9시까지 6구 등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며 세월호 실종자는 238명이 됐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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