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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상징후’ 미리 인지…무리한 ‘변침’ 아닌 ‘기계결함’?

[세월호 침몰]선장 비롯 선박직 직원 15명 전원 구조는 사고 미리 준비
선사 관계자 “낮 12시 연착 안내 주목…시간 맞추기 무리 운항? ‘글쎄’”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2014-04-21 00:44 송고 | 2014-04-21 03:04 최종수정
16일 오전 9시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가 좌초돼 구조대원들이 탑승자들을 구조하고 있다.경찰은 해군함정 13척과 해군 헬기 1대, 소방 헬기 6대를 출동시켜 진도여객선 침몰 현장에서 구조 중이며 인근 섬 어선들도 출동해 구조할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서해지방해양경찰청) 2014.4.16/뉴스1 newjd © News1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제주 도착 안내시간이 사고의 의문점을 풀 수 있는 열쇠로 부각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직전 선사 안내방송을 통해 제주에 낮 12시께 도착한다는 ‘연착’을 공식적으로 안내했고 이는 선박에 실린 화물을 내리는 제주측 업체에도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1일 청해진해운 등에 따르면 세월호의 인천~제주 총 운항소요 시간은 13시간 30분이다. 이에 따라 15일 오후 9시께 출발한 세월호의 제주도 도착 예정시간은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10시30분께로 추정된다.

하지만 침몰 20여분 전인 8시30분께 세월호 측은 안내방송을 통해 예정시각보다 1시간30분 지연된 낮 12시께 도착할 예정이라고 선내에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청해진해운을 찾은 구조자 양인석(49)씨는 “승무원이 오전 8시30분께 안내 방송을 통해 연착소식을 알렸다”며 “그 뒤 이상해 밖으로 나와 주차해 놓은 화물차량을 확인하다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초 예상시간보다 1시간30분 연착된 사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구조자 “사고 직전, 낮 12시 도착을 방송으로 안내했다”

구조자 양인석씨에 따르면 당초 15일 오후 6시30분께 출발 예정이었던 세월호는 기상악화로 정시에 출발할 수 없었다.

양 씨는 “6시30분 출발 예정인데 그렇지 못하니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회사 관계자는 ‘기상악화로 11시에 출발할 것 같으니 탑승을 하지 않으면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며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은 이미 들떠 있었고 결국 대부분의 탑승객이 승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의 예상 출발 시간(오후 11시)과 달리 세월호는 15일 오후 9시께 출발했다.

당시 기상상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는 15일 오후 5시35분께 시정주의보를 내렸다. 시정주의보는 인천항계내 시정이 500m이하일 때 발효된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청은 '저시정 1급'을 발령해 모든 여객선, 유선, 도선 운항 금지됐다.

센터가 오후 8시35분께 시정주의보를 해제(당시 시계 1.5㎞)했고, 해경도 저시정 2급으로 등급을 낮췄기 때문에 세월호는 오후 9시께 출발할 수 있었다.

이처럼 15일 오후 9시께 출발한 세월호는 평균운항시간(13시간 30분)에 맞게 운행됐다면 16일 오전 10시30분께 제주도에 도착해야 했었다.

◇선사 업계 “세월호 12시 연착 방송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 위치한 B선사 관계자는 “세월호의 경우 15명의 ‘선박직’ 직원이 전원 구조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기관장의 경우 배의 제일 밑바닥에 있는데 일찍 구조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도된 여러 가지 상황을 유추해 볼 때 세월호는 침몰하기 전 선장 등 선박직 직원들은 이미 배의 이상 징후를 파악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연착을 알렸던 시간 낮 12시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낮 12시 연착 안내는 탑승객에게만 전달된 것은 아니었다.

제주도의 하역 하청업체 A사 관계자는 “침몰 11분전인 8시30분쯤 세월호로부터 연착 소식을 들었다”며 “배가 늦는다는 소식을 도착 2시간을 앞두고 전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선장이나 선원들이 이미 배의 이상 징후를 감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즉, 이번 사고가 제주 도착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한 변침을 시도하다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자체결함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도VTS 교신 내용…선박직 직원 대부분 조타실에 있었다?

20일 해경이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 VTS와의 교신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교신 내용을 살펴보면 진도 VTS가 16일 오전 9시7분 ‘세월호 귀선 침몰중입니까’라고 묻자 세월호는 9시10분 ‘저희가 금방 뭐... 넘어갈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특히 9시17분 VTS가 ‘현재 침수상태가 어떻습니까’라는 무선에 세월호는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움직일수 없는 상태이며...선원도 라이프자켓(구명동의) 입고 대기하라 그랬는데 확인이 안된다. 선원들도 브리지(조타실) 모여서 거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답신했다.

문제는 선원들의 위치다. 침몰과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선원들은 조타실에 모여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배정된 위치에서 승객들의 안전한 탈출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선박직 직원들은 승객의 탈출을 돕기보다는 15명 모두 먼저 탈출, 전부 구조되는 등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는 배 밑바닥에 있는 기관장은 물론 그곳 직원까지 모두 구조됐다는 점은 애초 이들이 사고 이전에 이상징후를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들만 먼저 빠져 나오기 위해 배의 상황을 임의적으로 통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B선사 관계자는 “보도된 여러 가지 상황을 유추해 볼 때 세월호는 침몰하기 전 선장 등 선박직 직원들은 이미 배의 이상 징후를 파악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기계결함 등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배를 돌리다 침몰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ujul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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