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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실종자 가족…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세월호 침몰] 20일 22구 시신 인양…"내 아이" 가족 오열
실종자 가족 사망자 명단 앞 떠나지 못해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4-04-20 13:40 송고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닷새째인 20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세월호 침몰 닷새째를 맞은 20일, 이날 팽목항은 그동안 비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유난히도 맑았다.

'살아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가 절망으로 바뀐 이날 실종자들의 가슴은 날씨가 무색하게도 점차 새까맣게 타기만 했다.

전날 밤부터 선체로 진입을 통한 수색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이날에만 22구의 시신이 해상과 선체에서 발견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혹시나 자신들의 자녀가 뭍으로 나온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에 팽목항에 설치된 사망자 명단 앞을 떠나지 못했다.
'시신이 발견됐다'라는 소식은 오후들어 간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해경 측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을 가족들이 알아 볼 수 있도록 사망자 명단에 시신의 특징을 상세하게 적어 내려갔다.

'치아교정, 회색 상의, 00 문구의 하의'라는 특징이 '신원미상'이라는 글자 옆에 적히자 한 실종자 가족은 떨리는 목소리로 '치아교정이래, 우리 아이면 어쩌지'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닷새째인 20일 밤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사고 해역에서 구조수색을 위해 발사한 조명탄 불빛이 보이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이날 오후 인양된 시신 4구가 팽목항에 마련된 임시안치소에 옮겨지자 실종자 가족들의 발길이 분주해졌다.

시신 4구가 모두 학생으로 추정되는 남성이라는 말에 실종자 가족들 중 일부는 '내 아이가 아닐까'하는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임시안치소로 향한 한 어머니는 들어서자 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대부분 실종자 가족들은 "시체만이라도 꺼내달라"며 자녀들의 죽음을 인정한 듯 보였지만 정작 두 눈으로 숨진 아들을 본 어머니는 아이처럼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내새끼, 불상한 내새끼"라는 어머니의 오열이 임시안치소 밖으로 퍼지자 다른 가족들도 "어찌 살까"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발견된 시신이 자신의 자녀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임시안치소를 빠져 나오는 가족들의 한숨도 이어졌다. 이들은 "아니래, 아니었어"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임시안치소 옆에 마련된 응급치료실에서도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한 어머니는 몇 시간이고 자신의 딸 이름을 부르며 "걔가 어떤 앤데, 아무도 안 꺼내준데"라며 오열했다.

해가 저물고 밤이 되자 팽목항은 절망에 휩싸인 채 자녀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부모들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칠흙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00아!. 엄마 왔다"라며 울부짖었다. 어머니의 점차 커지는 울음소리에 굳건하게 버티던 아버지마저 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한편 이날 오후 5시15분 58번째 사망자가 발견되면서 세월호 실종자는 244명이 됐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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