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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탈출해야할 때에 교신 매달려... '골든타임' 날려(종합)

[세월호 침몰] 첫 조난신고, '해경·진도 VTS' 아닌 제주
"승객 대피시키라" 잇단 지시에도 "해경 언제오냐"만 되물어
교신 끊길 때까지 '퇴선 명령' 하지 않아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4-04-20 10:26 송고 | 2014-04-20 11:39 최종수정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나흘째인 19일 오후 사고해역에서 구조대원들이 거센 파도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14.4.19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진도 해역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선장 등은 배가 침몰중이었던 사실을 분명히 파악하고도 초기 45분여 동안의 이른바 '골든타임'에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오후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공개한 사고 당시 세월호와 진도 VTS(해상관제센터)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9시6분 진도 VTS가 먼저 세월호를 호출해 이뤄진 첫 교신 당시 '지금 침몰 중이냐'는 물음에 "그렇다. 해경빨리 좀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세월호가 이에 앞선 오전 8시48분쯤 급회전을 시도하다 기울어져 8시52분쯤 표류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세월호는 먼 곳에 있는 제주 VTS와만 교신하며 진도 VTS로부터 호출을 받아 교신이 이뤄지기까지, 탈출에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쓰지못했다.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확인한 진도 VTS는 곧바로 세월호 주변에 있는 국내외 선박들에게 침몰 사실을 알리면서 구조 활동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세월호는 진도 VTS와 첫 교신 당시 침몰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재차 "해경이 오고 있냐고"만 거듭 물으며 구체적인 퇴선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사고는 진도에서, 교신은 제주와 먼저?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다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가까운 진도 VTS가 아닌 제주 VTS에 첫 조난신고를 했다.

항해하는 선박은 모두 VTS의 관제를 받는다. 세월호의 사고 당시 가장 가까운 VTS는 바로 진도센터였다.

하지만 세월호는 진도가 아닌 제주 VTS와의 교신을 시작했다.

VTS를 관리하는 해양수산부 관계자에 따르면 VHF는 통상 20마일(약 36㎞)내에서 교신이 가능하나 이보다 더 떨어진 제주 VTS에 미약한 신호가 잡혀 신고가 가능했다.

© News1 류수정


여기서부터 세월호의 어처구니없는 초동대처가 시작됐다.

세월호는 사고 당일 오전 8시56분 해경이 아닌 제주 VTS와의 초단파 무선송신창지인 'VHF 통신기'를 이용한 첫 교신을 통해 "해경에 연락해 달라. 위험하다. 배가 많이 넘어가서 움직일 수 없다. 빨리 와달라"고 구조를 요청했다.

교신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배가 이미 기운 상태였으나 세월호는 해경에 신고하거나 긴급전화(122)를 이용하지 않았다.

제주 VTS의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9시6분쯤 세월호와의 무선교신을 통해 승객들에 대한 긴급 구난지시를 내렸다.

해경측은 "즉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착용시키고 구명벌(원형 고무보트)을 투하하라. 선내 안내 방송을 통해 승객들을 대피시키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방송이 고장 났다'고 응답하기만 했다.

결국 세월호가 승객들이 탈출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만을 하며 인명피해를 키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진도 31분간 11차례 교신, 교신 내용에 문제 없었나

제주 VTS는 세월호와 교신 이후 사고 상황을 진도 VTS에 전파했다.

배의 침몰 사실을 확인한 진도 VTS는 세월호와 9시6분부터 9시37분까지, 총 31분간 11차례 교신을 하며 승객 탈출을 지시했으나 세월호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진도 VTS의 구조 요청을 받은 주변 어선들이 접근했음에도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는 "구조가 충분한 상황이냐", "해경은 언제 도착하냐"며 시간을 허비했다.

진도 VTS는 세월호의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승선인원과 구조 명령 전달 상황, 침수상태 등을 확인했다.

9시17분 진도 VTS가 세월호의 침수 상태를 묻자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며, 선원도 라이프 자켓을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사실 입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하고, 선원들도 브리지에 모여서 거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답한다.

2분 뒤 진도 VTS는 인근 선박에게 '세월호는 탈출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니까 도착해 승객이 탈출하면 승객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구조바란다'고 지시하며 승객이 바다로 뛰어들 것을 대비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다시 2분 뒤 "해경이 구조차 오고 있나,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나"라고 질문만 했다.

세월호는 1분 뒤인 9시22분에도 "해경이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냐"라고만 하면서 시간을 지체했다.

진도 VTS는 9시23분, 세월호에 '경기정 도착 15분전이다.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토록 하라'고 지시했으나 세월호는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라고만 답했다.

1분 뒤 '방송이 안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바란다'고 재차 강조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본선이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냐"였다.

이에 진도 VTS는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 빨리!'라며 다급하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인명탈출은…선장님이 직접 판단 하셔서 인명 탈출 시키라. 우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이 최종 판단을 해 승객 탈출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하자 세월호는 "그게아니고 지금 탈출하면은 바로 구조할수 있냐고 물었다"고 거듭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진도 VTS는 9시26분부터 27분까지 경비정과 헬기의 도착소식을 알렸으나 끝끝내 세월호는 "교신 상태가 불량하다 ", "승객이 많아 헬기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세월호는 10여분 뒤인 9시37분 배의 침수상태를 묻는 진도 VTS의 질문에 "침수상태 확인불가하고, 지금 일단 승객들은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은 50m근접해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시도 하고 있다. 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며 "배가 한 60도 정도만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고 지금 항공기까지 다 떴다. 해경"이란 교신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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