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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너무해?…내 자식 꺼내달라는 건데"

"아침에 일어나면 늘 엄마한테 뽀뽀해주던 아이…"
[세월호 침몰] "청와대로 직접 가겠다" 분노 폭발한 가족들

(진도=뉴스1) 성도현 기자 | 2014-04-20 02:59 송고 | 2014-04-20 03:11 최종수정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을 출발해 청와대로 향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 검문소 2km 전방에서 경찰에 막히자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는 우리 마음 몰라요. 우리가 너무하다고? 감정적이고 흥분한다고? 우리는 요구하는 거 딱 하나밖에 없어. 내 자식 구해달라고. 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는 거 하나 뿐이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닷새째인 20일, "정부를 더는 못 믿겠다"며 항의방문을 위해 청와대로 향하려던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 검문소 2㎞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히자 자리에 주저앉아 가슴 속 아픈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쏟아냈다.

실종된 단원고 2학년 조모(18)양의 어머니는 여경들의 제지를 뚫고 진도대교로 향하려다 가로막히자 "우리 딸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꺼내달라는 건데 왜 막냐"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조씨 어머니는 "우리 엄마 돌아가신지 한 달 돼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데 이젠 딸 아이마저 내 곁에서 빼앗아가려는 것이냐"며 "대통령한테 전화 한 통 걸어서 빨리 좀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조양에 대해 "아침에 일어나면 옆에 와서 얼굴에 뽀뽀를 하고 '엄마 우리 뭐 먹을까?'하고 말하던 상냥한 딸이었다"며 "딸에게 못해준 게 많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엄마 나 구명조끼 입었어. 지금 밖으로 나가지 말래"라고 전화한 후 1시간30분 뒤 "45도 기울어졌다"는 말이 조양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그러면서 "구조작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면 처음에 제대로 말해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가족들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며 "살면서 사이사이에 생각이 날텐데 가슴에 얼마나 더 슬픔을 묻고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단원고 고모(18)군의 아버지는 청와대 행진 중 경찰과 대치하던 사이 고군의 시신이 수습됐다는 전화가 걸려오자 "우리 아들 왜 이제서야 꺼내줘"라고 울먹였다.

그는 자신이 가슴 아픈 상황에서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고군 엄마의 울부짖음에 "침착해야 한다"며 다독이기도 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단원고 이모(18)양의 이모는 "동생이 쓰러져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데 할머니, 내동생, 그리고 내 조카까지 줄초상치게 생겼다"며 "제발 우리 아이 물고기밥 되기 전에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내 조카는 정말 착하고 밤에 혼자서 엘리베이터도 못타는 그런 여린 아이다"라며 "다 포기하고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지쳤지만 깡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30분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출발한 실종자 가족 150여명은 약 7시간 동안 11㎞를 걸어 오전 8시쯤 진도대교 검문소 2㎞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경찰은 3개 중대 450여명 가량의 인력을 투입해 실종자 가족들의 진도대교 진입을 막았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 아이를 살려내라", "정부는 살인자다" 등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한 것도 아니고 차도도 아닌 인도로 걸어가겠다는 건데 왜 막느냐"며 강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도대교 인근에서 가족과 경찰간에 4시간여의 대치가 계속되던 중 정홍원 국무총리가 진도실내체육관에 직접 와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는 입장이 전해지자 가족들은 그제서야 발길을 돌렸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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