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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라도…" 청와대 향하던 실종자 가족, 발길 돌려

[세월호 침몰] "바다 속에서 아이들 좀 꺼내달라"
실종자 가족 항의…정홍원 총리 면담 약속, 체육관 이동
150여명 진도대교서 4시간여 경찰과 대치 끝 해제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4-04-20 02:32 송고 | 2014-04-20 02:39 최종수정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을 출발해 청와대로 향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 검문소 2km 전방에서 경찰에 막히자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세월호 침몰 닷새째를 맞은 20일 당국의 더딘 구조작업에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을 약속받고 밤샘 행진을 멈췄다.

실종자 가족 약 150여명은 이날 오전 1시30분쯤 실내체육관을 출발해 약 7시간 동안 11㎞를 걸어 이날 오전 8시쯤 진도대교 검문소 2㎞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경찰은 3개 중대 450여명 가량의 인력을 투입해 실종자 가족들의 진도대교 진입을 막았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 아이를 살려내라",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지 않고 인도로 걸어가겠다는 것인데 대체 왜 우리를 막느냐" 등이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경찰의 벽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진도대교로의 진입은 실패했다.

대치 중 경찰에게 에워싸인 한 실종자 가족은 "시간이 없다. 내 딸 구하러 가야한다. 내딸이 죽었다"라며 소리쳤다.

청와대로 향하려던 발이 묶이자 진도대교 인근 곳곳에서 고함과 오열이 터져 나왔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사고가 발생하고 지금까지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으나 엄마라서, 엄마이기 때문에 힘 내서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자리에 주저 앉아버린 한 어머니도 역시 "이틀까지는 살아있을 거라 기대를 가졌다. 삼일 째, '이제는 꺼내주겠지'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러나 닷새를 맞은 지금, 정부는 우리 아이들을 꺼내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오열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높은 사람 자식이 아니라, 내가 못나서 우리 아이가 지금까지 저 추운 바다에 갇혀 있다"며 "빽없는 부모라, 힘 없는 부모라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을 출발해 청와대로 향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 검문소 2km 전방에서 경찰에 막히자 비켜줄 것을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실종자 가족인 정모씨는 "누가 돈을 달라고 했나, 자식을 살려달라고 했나"라며 "그저 시신만 건져 달라는 것인데, 먼저 간 내새끼 가슴에 묻고 살겠다는데, 대체 왜 안된다는 거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전원 다 구조 됐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안산에서 진도까지 내려왔다"며 "그러나 구조됐다는 우리 아들이 바다에서 썩고 있다. 퉁퉁 불어 물고기 밥이 되고 있다"고 울부짖었다.

정씨는 "이제는 낙담하고 '죽었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우리 새끼 한 번은 안아봐야 할 것 아니냐"라며 "시신이라고 데리고 가서 남은 새끼라도 끌어안고 살겠다는 것인데 대체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토로했다.

어머니는 "시신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을 때, '내 자식이구나' 하고 알아 볼 수 있을 때 제발 바다에서 꺼내달라"며 "우리마저 바다에 빠져야만 자식들 꺼내올 것이냐"라고 소리쳤다.

진도대교 인근에서만 약 4시간 동안 이어진 실종자 가족과 경찰간 대치 끝에 실종자 가족들은 정홍원 총리가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 예정이라는 소식에 발길을 돌렸다.

경찰 측은 정홍원 총리와 개인면담 등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진도대교 진입로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수백명의 경찰인력을 투입한데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의 심신이 많이 지쳐있는 등 혹시 모를 위험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진입을 막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경찰 투입인력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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