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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銀 소비세인상 역풍 극복 낙관론 속 회의론 부상

물가 상승 속 소비 위축과 임금 정체에 발목 잡힐 가능성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14-04-19 08:54 송고 | 2014-04-19 11:47 최종수정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 진열대에 소비세가 종전의 5%에서 8%로 인상됐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AFP=뉴스1


일본은행이 소비세 인상 시행 4주째를 맞아 일본 경제가 이로 인한 역풍을 이겨낼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밝혀 실물경제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17일 '지역경제보고서'(일명 사쿠라리포트) 4월호에서 이달 시작된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소비지출 위축이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다며 경제 전망을 낙관했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약발을 다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는 상승하는 데 비해 소비세 인상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도 임금 인상 효과는 미미해 경기둔화가 계속될 것이므로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다는 입장이다.

이날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해 4월 시작된 통화완화 정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은행의 분기별 지점장 모임에 참석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당분간 1.25%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며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현재의 통화정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은 2015년 회계연도까지는 2%의 물가상승률 관리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일본은행은 아베노믹스와 동조해 지난해 4월부터 본원통화를 연간 60조~70조엔 늘린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구시다 시게키 일본은행 오사카 지점장도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소비지출은 양호한 편이다"며 소비세 인상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1월과 비교하면 현재 일본 경제가 순조롭게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국내 9개 경제 지역 중 1개 지역은 소비지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8개 지역들에 대해서도 "회복 중, 탄력성 있는, 견고한" 등의 용어를 섞어가며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32개 지점 중 많은 지점들은 일본 가계가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고가 상품들에 관한 소비를 소비세 인상 이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지점은 수요 감소 폭이 "예상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가전제품 매출은 소비세 인상이 시작된 첫 주에 전년대비 약 20% 급감했다. 지난 3달엔 소비세 인상에 대비한 소비자들의 구매가 폭주해 90% 급증했다.

일본은행 나고야 지점의 미야노야 아쓰시 지점장은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 주문의 감소 속도는 날마다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고야는 일본 최대의 제조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으로 토요타자동차도 이곳에 있다.

일본은행의 이러한 보고서 내용은 당초 이날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일본은행이 오히려 현재의 양적완화 규모가 내년 봄 2%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 일본정부 "수요 감소 일시적..추가 경기부양책 불필요"

일본 정부도 이날 경기기조 판단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향조정하면서도 추가 경기부양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드러내 일본은행의 정책기조에 힘을 실어줬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막판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가 발생해 이달 수요가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수요 부진은 예상 범위 내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수요 감소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며 "추가적인 경기부양 정책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구로다 총재와 아베 총리 사이에 일본의 경기 판단에 관한 견해에서 같은 행동을 취하자는 사전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특히 전날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가 4개월 만에 단독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발언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 경제의 상·하방 위험과 물가상승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엔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 실물경제, 일본 경제 전망 낙관론 보장 못해

실물경제 지표와 시장의 분위기는 일본 경제 전망이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1일 소비세를 종전의 5%에서 8%로 인상했다. 일본의 재정적자와 국가 채무 수준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일본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약 25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선 소비세 인상으로 인해 소비지출이 둔화하고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도전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도 일본은행이 올 여름쯤이면 추가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17일 발표한 부진한 경제지표도 시장의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이날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가 37.5를 기록해 2년6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월 기록인 38.5보다 낮은 수준이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또한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저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지수는 50 미만일 경우 소비 심리가 비관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미진하고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역풍도 진행 중임을 나타낸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다구치 하루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표가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시장의 우려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증시에선 닛케이225지수가 지난달 말일엔 1만4827.83엔으로 마감했으나 소비세 인상이 시작된 후 2주 후인 14일엔 1만3910.16으로 장을 마쳐 소비세 인상 이후 낙폭이 6.2%를 기록했다.

18일 현재 닛케이지수는 1만4516.27에 마감해 이번 달 들어 2.1% 하락한 상태다. 경기부양책 실시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엔화가 강세를 나타낼 경우 증시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 임금 인상 속도, 소비세 인상 속도 못 따라가

일본 정부는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을 종용하며 소비세 인상의 여파를 누그러뜨리려고 애쓰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17일 일본의 경제인연합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도쿄증시에 상장된 41개 주요 대기업의 평균 급여가 7697엔(약 7만8044.50원) 인상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임금 인상률은 2.39%로 지난해 인상률인 1.91%보다 25% 높아졌다. 또한 15년 만에 2%대를 돌파하고 1998년 이후 16년 만의 가장 높은 수준의 인상폭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임금 인상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9%의 임금인상 폭이 3%포인트 늘어난 소비세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나마 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는 계층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만 국한된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동참 여부도 불확실하다. 지난달 일본상공회의소가 3000곳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에 임금 인상을 계획 중인 기업은 약 20%에 불과하다.

◇ 엔화 강세·대외 변수도 문제

그동안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데 힘을 보탠 엔화 약세가 누그러졌다는 점도 기업들의 임금 인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3% 올라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끝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심화 등 대외적인 변수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세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997년 4월에도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3%에서 5% 올렸다가 아시아 외환시장 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고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2015년 10월에도 소비세를 다시 현행 8%에서 10%로 올린다는 계획이어서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계속 잠재돼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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