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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이름 불러주세요', 단원고 재학생·졸업생 '눈물의 편지'

[세월호 침몰]

(수원=뉴스1) 윤상연 기자 | 2014-04-18 12:40 송고 | 2014-04-18 12:41 최종수정

"선배! 매점에서 빵 사주세요","선생님! 떠들지 않고, 수업시간에 졸지도 않고, 말 잘들을께요. 제발 제발 돌아와주세요."

18일 오후 8시10분께 제주행 수학여행 중 여객선 침몰 참변을 당한 안산 단원고교 운동장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 명이 형, 누나 그리고 후배, 선생님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두 번째 '메시지 전달식'이 진행됐다.

'조금만 더 힘내자', '엄마, 아빠랑 꼭 맛있는 저녁 먹자' 등의 글을 적어 머리 위로 치켜 든, 메시지 전달식 참가자들은 여기저기에서 애써 울음을 삼키며 연신 눈물을 찍어냈다.

졸업생으로 제7회 학생회장을 지낸 임보석군이 후배들과 선생님의 무사귀환을 담은 편지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 갔다. "사랑하는 동생들과 존경하는 선생님들께 바친다"며 시작한 편지에서 임군은 "선배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사귀환만을 염원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너무도 답답하다"며 자신의 무기력함을 질타했다.

임군은 "후배들아 많이 춥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힘내자 그리고 사랑으로 대해주던 선생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군은 "후배들과 선생님은 반드시,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 기적은 일어날 것"이라며 끝을 맺었다.

이어 3학년 임수빈 학생은 "선생님, 후배들 지켜주시고 계신거지요. 돌아오시면 떠들지도, 졸지도 않을게요"라며 선생님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했다.

임양은 후배들에게도 "나는 너희를 믿어, 꼭 살아 돌아와, 끝까지 버텨"라며 힘을 복돋웠다. 임양은 "선생님 이제 바라는게 없어요. 이제 나와주세요 그리고 저희 이름 불러주시고, 매점에서 빵 사주세요"라며 떼(?)를 썼다.

8시45분께 메시지 전달식이 끝나고 곧바로 조촐한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도 '꼭 돌아오라. 애들아', '우리는 너희들의 무사귀환을 믿고 있다' 등의 프랭카드를 들고 삼삼오오 운동장에 모였다.

중학교 1학년, 초등 5학년 두 아들과 아내를 동반하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고잔동 김모씨(42)는 "부모된 입장에서 그리고 이웃의 불행을 보고 있을 수 없어, 아들들과 상의 끝에 촛불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에는 7명의 노란머리 고려인 동포들도 러시아어로 '꼭 돌아오라, 애들아'라고 적힌 프랭카드를 들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이들 고려인들은 안산의 '너머 고려인 한글 야학교' 학생들이었다. 이들을 이끈 김승력(46) 야학교사는 "자신들이 살고있는 안산의 학교에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자, 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 같이왔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에는 경일고 등 타 학교 학생들도 대거 참여했다. 경일고 1학년 곽진우군(17)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주 연락하던 임경민 형의 무사귀환을 빌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형이 꼭 돌아와서 축구 한판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울먹였다.

이날 단원고 졸업생 및 재학생들의 메시지 전달식은 물론 무사귀환 염원 촛불문화제 참여자들은 곳곳에서 울음을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syyoon111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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