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유럽 뜨고 일본 지고…한국은 "꿩먹고 알먹고"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2014-04-19 21:59 송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News1 최종일


글로벌 경제 판도에서 유럽과 일본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은 과거 유로존 위기를 초래한 남유럽 국가들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다시금 '떠오르는 해'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일본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는 소비세 인상의 역효과로 시험대에 올랐다.

유럽이 뜨고 일본이 지는 현상은 한국 같은 신흥시장이 기다리던 바다. 신흥국들은 그동안 아베노믹스가 초래한 엔화 약세로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유로존 경기 회복은 일본과 달리 전 세계적인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엔화약세가 주춤해지면 국내시장 재평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은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18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엔화가치 하락을 통한 경기부양이 핵심 목표이기 때문에 자국 내수만을 키웠다"며 "유럽의 부양책은 일본과 달리 기업과 민간 대출 활성화를 중시하며 성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럽 부양정책으로 내수 증진…신흥국 수출시장 확대

유럽 경제가 성장동력을 재충전 중임을 시사하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남유럽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부활이 시작됐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인 PIIGS 국가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고 있다. 노동비용 등 생산비가 줄어들고 재화와 서비스 가격도 하락하면서 수출 경쟁력이 개선된 덕택이다. 그리스의 경우 지난 11일 구제금융 4년만에 국채를 발행, 자본시장에 복귀했다.

이처럼 실물 경제가 개선세에 들어선 가운데 ECB는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치며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ECB는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추가 완화정책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ECB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을 통한 기업자금 조달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ECB가 부양정책을 취하면 내수가 확대되면서 소비 지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로존 경제는 수출 지향적이기 보다는 내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입장에서는 수출시장의 파이가 더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경제가 고진감래 끝에 각종 위기 예방책과 대처 방안을 마련하게 된 것도 긍정적이다.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유로안정화기구(ESM), 은행연합(Banking Union) 등 각종 안전망이 고안됐다. 은행들 역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조사)를 통한 위기 점검 노력을 강화했다.

◇ 딜레마에 처한 일본…한국 시장 재평가 기회

봄기운이 완연한 유럽과 달리 일본 경제는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가 공격적인 부양책을 지속하는 데도 성장이 지연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아베정권 출범 직후 강한 회복세를 보인 일본 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달 초 정부가 재정건전화를 이유로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한 뒤로는 그나마 유지되던 아베노미스의 약효마저 떨어지고 있다. 임금은 정체돼 있는데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가 올라가면 가계구매력은 도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세 인상이 성장없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일본 경제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며 "향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물가부담이 커진 만큼 대규모 유동성 확대 정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의 추가 부양책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현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하려면 재정지출 확대나 통화정책 강화가 필요한데 이는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해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일본은 이미 국내성장률(GDP) 대비 부채비중이 상당한 수준이다. 정책 실망감이 높아지면 엔화 가치가 상승할 여지가 더욱 커진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 한국 주식시장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일본에 비해 투자 메리트가 약하다는 점이 국내 주식시장의 약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시장으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zyeah@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