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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원인 '3재' 겹쳤다…"변침·증축·과적"

[세월호 침몰] 급격하게 뱃머리 돌려
수직증축으로 무게중심 올라가 복원력 낮아
차량 적재한도 30대 넘기는 등 과적 의혹

(세종=뉴스1) 민지형 기자 | 2014-04-18 05:44 송고
세월호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2014.4.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세월호가 침몰 직전 급격하게 배의 방향을 돌린 사실이 해경 조사결과 확인된 가운데 배의 무리한 증축과 적재화물 과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사고를 불러왔다는 주장이 사고 사흘째인 18일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급하게 항로를 변경하던 순간 선박 바깥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는데 배의 5층 증축으로 무게중심이 올라가 복원력을 잃었고 여기다 용량보다 많은 화물이 쏠리면서 급격히 배가 기울었다는 얘기다.

우선 변침(變針)이다. 변침은 여객선이나 항공기 등의 항로를 변경한다는 용어다. 사고지점은 선박이 항로를 바꾸는 변침점으로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려가는 지점이다.

완만하게 항로를 변경해야 하지만 급격하게 뱃머리를 돌리면서 선박 좌현이 기울었다는 추정이다. 이른바 '외방경사'다.
해양수산부 역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자료를 1차 분석한 결과 16일 오전 8시49분에 세월호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무리한 변침의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당시 세월호 선장이 배의 운항을 직접 지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발표에 따라 경험이 부족한 3등 항해사나 조타수가 당직 중 미숙한 조타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3등 항해사와 조타수 중 누가 조타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다. 변침점 등 위험한 항로에서 선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점에서 선장의 책임론 역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박의 변침만으로는 배가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세월호 증축 과정에서 배의 점검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세월호는 1994년 6월 5997톤으로 진수된 이후 일본에서 589톤에 해당하는 시설물이 증설된 이후 2012년 한국으로 인도된 뒤 다시 5층을 증축하면서 239톤 분량의 객실이 추가로 더해졌다.

선박 상단에 무게가 쌓이면 무게중심도 올라간다. 특히 수직 증축을 하면서 자체 중량이 늘어나면 화물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상황이 돼 배의 무게중심은 더 많이 올라갈 수 있다.

배의 무게중심이 낮게 깔린 저중심 설계가 흩뜨려졌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세월호는 증축과 구조변경으로 일본에서 804명이던 정원이 국내에선 921명으로 늘었다. 배 무게는 3.6% 가량 증가했다.

선박 운항장비 제조업체 KCC전자 박수한 대표이사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수직증축으로 무게중심이 올라가면 배가 기우뚱했을 때 돌아오는 복원력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를 보완하려면 수직증축 다음에 무게중심이 올라온 부분을 내리기 위해 배 바닥에 굉장히 무거운 물질을 깔아주는 보완 작업이 필요한데 (세월호는) 이를 안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박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협회(KR)와 해수부는 이 같은 구조 변경이 안정성 검사를 통과했고 정원 책정도 규정에 따라 적합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국내선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18일 새벽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운항자료와 안전관련 매뉴얼과 함께 선박 증축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선박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협회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상갑 한국해양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학부 교수는 "지금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운항의 문제라기보다는 선박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며 "선박 증축이나 조타기 자체의 불량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수부 AIS 항적자료를 보면 세월호가 사고 시점 전에 이미 멈춰서 조류에 떠밀리고 있었다는 데 조타기 문제일 수 있다"며 "출발 당시부터 배가 15도 기울었었다는 말도 있는데 배 자체의 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변침 가능성 보다는 증축 등으로 인한 배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여기에다가 적재 용량을 초과해 승용차 등 화물을 실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해진해운에 따르면 사고 여객선은 당시 승용차 124대, 1톤 화물차량 22대, 2.5톤 이상 화물차량 34대 등 차량 180대와 화물 1157톤 등 총 3608톤의 화물과 차량이 적재됐다. 승객 457명의 체중은 뺀 무게다.

그런데 2.5톤 이상 화물차량 34대 중 2.5톤 차량은 1대뿐이었고 4.5톤 이상 중형 화물차량이 대부분이었다. 통상 승용차 1대 무게는 2톤이고 4.5톤 화물차량 1대 무게는 8톤이다. 여기에 짐이 실리면 무게는 더 늘어난다.

게다가 세월호에는 사고당시 무게 50톤 이상의 대형 트레일러 3대고 실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트레일러 후미에는 무게 20톤의 대형 철제 탱크가 달려있었다.

세월호의 적재한도는 여객 921명, 차량 150대 20피트 컨테이너 152개다. 차량으로만 따지면 30대가 초과 적재된 것이다. 탑승객이 배 용량보다 적었다지만 차량 무게를 감안하면 적재용량을 넘어섰을 공산이 크다.

아울러 해운업계 일부에선 통상 선사가 출항 전 임의로 보고서를 작성해도 운항관리실에서 과적 여부를 사실상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세월호의 과적 여부를 정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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