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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해경...사망자 엉뚱하게 확인하고 우기기도

해경, 하루에 '사망자 발표' 두 번이나 번복
실종자 가족 "억장 무너져, 신중 기해달라"

(진도=뉴스1) 박현우 기자 | 2014-04-17 15:38 송고 | 2014-04-17 16:15 최종수정
17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실종자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 가족이 뉴스를 보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17일 오전 8시쯤 '여객선 침몰 사고'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체육관 한켠에서 한 여성이 대성통곡했다.
영문을 모르는 취재진과 실종자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확인 결과 해당 여성은 해경이 '다섯번째 사망자'로 발표한 박성빈(18·여)양 어머니였다.

그러나 잠시 뒤 울음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병원 측에서 확인 차 보낸, '딸'이 숨질 당시 입고 있었다던 옷을 찍은 사진을 본 뒤였다. 똑똑히 기억하는, 딸이 입고 있던 그 옷이 아니었다. 딸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박양의 단원고 1학년 담임선생님이 직접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목포 중앙병원으로 가 시신을 살폈다. 어머니 말이 맞았다. 박양보다 키도 더 크고 생김새도 달랐다.
가족과 담임선생님이 "박성빈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해경은 완강했다. 재차 "박양이 맞다"고 했다. 해경의 발표를 믿을 수 밖에 없던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는 '가족이 못 알아볼 정도로 시신이 훼손됐거나 어머니가 현실을 부정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말까지 돌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버지까지 목포 병원을 찾았다. 시신을 확인한 박양 아버지는 딸의 신체특성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시신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때까지도 해경은 "박양이 맞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박양 아버지가 시신을 확인하고 돌아간 뒤 2시간여 지난 오후1시30분쯤, DNA 검사 결과를 받아본 해경은 그제서야 "박성빈 양이 아니다"고 했다.

똑같은 일이 오후에도 되풀이 됐다. 목포해양경찰청은 사고현장에서 이날 오전 발견된 사망자가 박영인(16)군이라고 발표했었다. 당시 해경은 사망학생 주머니에서 찾은 학생증 이름을 근거로 사망자를 박영인군으로 발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쯤, 사망자 시신을 보러온 부모가 "아들과 얼굴이 다르다"고 말하자 그제서야 사망자의 옷가지를 다시 살폈고 '이다운'이라는 이름의 학생증을 발견해 사망자를 이다운(16)군으로 정정 발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에서 해경이든 구조대든 모든 것 지원하겠다고 했으면서도 뭐 좀 문의하면 자꾸 미루고 피한다"며 "특히 아이들 이름이 발표될 때마다 우리는 억장이 무너진다. 발표할 때 실종자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신중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부탁했다.

해경 관계자는 "잘못 발표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정확한 이유를 살피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보고가 들어왔는지 찾아서 왜 그렇게 보고를 했는지 역추적해봐야 하는데 지금은 솔직히 실종자 구조·수색 때문에 그럴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hw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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