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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착한 사람부터 데려가…하늘이 원망스러워"

[진도 여객선 침몰] 단원고 학생 분향소, 고대 안산병원 마련
권오천·정차웅·임경빈 주변반응, 모두 '착하디 착한 학생'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4-04-17 11:14 송고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단원고 학생의 시신이 17일 오전 경기 안산 고대병원에 안치되고 있다.(경인일보 제공) © News1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권오천·정차웅·임경빈군의 분향소가 17일 오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 차려졌다.

학생들의 시신은 공동 분향소가 정해질 때까지 이곳 장례식장에 임시로 안치하려 했으나 우선 조문을 받겠다는 유족들의 의사를 병원이 반영해 오후 2시쯤 분향소가 차려졌다.

분향소를 찾은 가족과 친구들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서로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장 지하 1층 102호에 마련된 권오천군의 빈소에서 형인 권모씨는 동생에 대해 "말이 많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운동을 아주 좋아했던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권씨는 "동생은 밤 10시에 야간자율학습을 끝낸 후에도 태권도 도장에 다시 가서 운동을 할 만큼 운동을 좋아했다"며 "그래서 '성적을 올려 체육선생님이 되겠다'며 보름 전부터는 새벽 1~2시까지 취약과목인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며 "여지껏 동생의 입에서 단 한 번도 욕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르게 생활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권군 아버지의 선배인 김모(60)씨는 "아버지를 닮아 성품도 좋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등 너무 착했다"면서 "지난달 우리 아들이 결혼했을 때 와서 축하해줬는데 한 달 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물에 빠진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사연이 알려져 주변를 안타깝게 한 정차웅군의 빈소는 2층 202호에 마련됐다.

정군의 친구인 김모군은 "차웅이는 원래 그렇게 친구를 잘 챙기던 아이였다"면서 "하늘은 착한 사람부터 데려간다던데 차웅이가 딱 그렇다. 원망스럽다"며 훌쩍였다.

또 다른 친구는 "상위권 성적에 검도 3단 유단자일 정도로 운동도 잘 하던 차웅이는 착하기까지 했다"며 "왜 이런 아이가 먼저 죽어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장례식장 2층 201호에는 임경빈 군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다. 빈소에서 만난 임군의 어머니 전모(42)씨는 "어쩌자고 우리 경빈이가 이리 가버렸을까"라며 오열했다.

임군의 친척 형은 임군에 대해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착실한 동생이었다"며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되는 게 꿈이었을 정도로 공부도 잘 했었다"고 말했다.

분향소가 마련되기 전인 오후 1시쯤 아버지 임모(47)씨는 유가족 휴게실을 나와 기자를 붙잡고 "우리 아들 좀 살려주시오"라면서 "여기(안치실)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나올 생각을 안해"라고 텅 빈 목소리로 말했다.

임씨는 "아들이란 게 말을 왜 이렇게 안 들어먹어. 기자님, 우리 아들이 나올 수 있게 좀 도와주시오"라며 힘없이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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