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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성수대교 20주기에 또 대형사고

[진도 여객선 침몰]현 정부 해병대캠프·리조트 사고 연발
초동 매뉴얼 유명무실·수습 우왕좌왕 '콘트롤타워' 무능
여객선 대응 구멍…"국가재난관리체제에 포함시켜야"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4-04-17 20:59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사고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2014.4.16/뉴스1 © News1
"국민안전과 각종 재난․재해 예방에 더욱 노력해야합니다. 경제수준에 걸맞는 안전 선진국이 되도록 현장 안전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안전의식과 문화를 개선해 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동일한 유형의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수련회나 청소년 캠프 사고가 재발한다면 어느 부모가 안심할 수 있겠습니까? 현장에서의 대응이 효과적이며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을 특히 강조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2일 발표한 취임사의 일부다. 강 장관 뿐 아니라 2008년 행정자치부가 행정안전부로 조직개편된 이래 역대 장관들의 안전 강조는 계속돼왔다. 특히 박근혜정부 이후 '안전행정부'로 개칭하면서 안전정책에는 한층 방점이 찍혔다. 안전행정부의 3대 정책목표 중 첫번째는 '안전사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태안 안면도 해병대 캠프 사고로 5명의 고교생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올해 2월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로 10명의 대학생 새내기가 숨지고 105명이 부상하는 대형사고가 이어졌다. 급기야 287명이 실종 상태인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는 현 정부 들어 최고의 안전사고로 기록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꽃다운 여고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참사 20주기가 되는 올해까지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면서 정부의 안전정책은 아직 멀었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역시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 대응 매뉴얼이 무력화되면서 해양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사고 발생 후 30분을 뜻하는 '골든타임'을 사실상 허송세월했다는 것이다.

선체 이상이 생긴 이후에도 선내 승객의 대피 유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침몰 직후에서야 "바다로 뛰어들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피해를 키웠다는 게 생존자들의 전언이다. 더구나 16일 오전 8시55분 조난신호 후 해상관재센터가 승객 대피 명령을 내렸는데도 승무원들이 이를 따르지 않아 승객이 사실상 무보호 상태에 놓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월호는 구명조끼를 승선인원의 120% 분량만큼 비치하도록한 규정을 지키기는 했으나 실제 사고 당시에는 조끼가 어디 있는지 승객들에게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명정도 활용하지 못해 무용지물이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해양사고 대응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제대로 작동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또 승무원들의 이같은 행태가 사실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안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고 직후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도 초기 잠수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면서 많은 승객이 선내에 갇힌 채 침몰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해양사고 구조는 현장 도착 직후가 가장 중요하다. 배가 잠기기 전에 승객을 구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의 우왕좌왕한 수습 과정도 빈축을 사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구조인원을 368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3시간여만에 164명으로 수정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희망을 품었던 피해자 가족에게 두번 상처를 준 셈이 됐다. 승선인원도 선주 회사의 착오 때문이라고 하지만 477명에서 459명, 462명으로 요동치다 결국 475명으로 정리되는 난맥상을 보였다.

중앙재난대책본부 쪽은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구조 작업에 몰두한데다 민관 구조 주체가 달라 혼선이 빚어져 집계에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해해양경찰청과 경기도교육청 등 발표 주체에 따라 현장 상황과 피해 집계도 제각각으로 터져나왔으나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콘트롤 타워'로서 통제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사고는 1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25명의 부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가 일어난지 2달여 만에 반복된 대형 참사라 더 충격을 주고있다. 당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면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엄정 대처를 주문하고 이달 초 정부가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으나 육상에 이어 이번에는 해상에서도 대형 사고가 터졌다.

정부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는 리조트 붕괴사고 수습을 지휘했던 유정복 전 장관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지난 2일 강병규 장관이 정식 취임하기까지 한달 가까이를 장관 공백상태로 보냈다. 안전행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에 보고한 '2014년 업무보고'에서 지자체 안전지수 도입 등 안전정책에 큰 비중을 할애했으나 빛이 바래게 됐다.

전문가들은 안행부가 육상사고에는 비교적 체계를 갖췄지만, 해양사고 부문에서 원유유출 사고 대비에만 집중하면서 여객선 사고 대응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중앙정부가 여객선 사고에 대해서는 사실상 일종의 '사각지대'로 방치해 사전 안전관리는 물론 초동 대응, 수습과정에서도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이번 대형사고를 초래한 정부관리감독체계에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해양수산부와 해경청에 넘겨놓을 것이 아니라 대량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여객선 사고도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에 포함시켜 다른 재난과 같은 수준의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nevermi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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