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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성급 한옥호텔'이라더니…귀퉁이 영빈관이 '고작'

'광장' 김원 대표, 대한항공 7성급 호텔 조감도 첫 공개
한옥영빈관 제외하면 박스 형태의 거대한 현대 건축물
류창수 교수 "한옥·복합문화공간 키워드로 언론플레이"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 2014-04-16 23:59 송고
대한항공의 '7성급 한옥호텔' 조감도.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 제공) © News1

학교 주변 관광호텔 건립 허용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7성급 한옥호텔'은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한옥 이미지를 극히 일부 차용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 측은 호텔의 일부만 한옥 모양이라 '한옥호텔'이라는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한옥'이라는 점이 부각돼 호텔 건립 허용의 중요한 명분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대한항공의 계획대로 호텔이 복합문화단지로 만들어져도 특급호텔이 갖는 공간의 배타성으로 인해 부지의 공공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는 16일 열린 '송현동 부지 호텔건립저지를 위한 NGO 연대 토론회'에서 대한항공의 '7성급 한옥호텔' 조감도를 공개했다.

대한항공의 '7성급 한옥호텔' 건립 계획은 여러 차례 소개돼왔지만 실제 모습을 담은 조감도 형식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가 공개한 조감도를 보면 대한항공의 '7성급 관광호텔'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숙소부지에 중정(中庭·가운데 정원)을 갖춘 'ㄷ'자 형태의 호텔과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영빈관으로 구성돼 있다.

대지 면적이 3만6642㎡으로 호텔은 지상 4층~지하 4층 규모다.

조감도에는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경복궁에 인접한 만큼 한옥호텔로 짓겠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한옥은 부지 한 귀퉁이에 구색을 맞추는 정도인 영빈관으로 배치돼 있다.

전체적인 호텔 디자인에서도 딱히 전통적인 이미지를 찾을 수는 없다는 게 조감도를 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지 북서쪽 덕성여중과 인접한 자투리 땅에 만들어지는 한옥영빈관 구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박스 형태의 거대한 현대 건축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호텔 설계를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인 마리아 보타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감도를 받아 보고 대가의 작품인지 의구심이 들었다"면서 "이걸 전통미를 살린 한옥호텔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종로구청으로부터 입수했다는 조감도는 대한항공이 2008년 건축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제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호텔 부지가 경복궁에 인접해 있는데다 창덕궁과 인사동, 북촌 등 서울 문화 명소가 밀집된 곳이어서 호텔 외관은 물론 내부시설까지 전통미와 문화적 기능을 살리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소개해 왔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입지여건을 최대한 살려 개발한다면 한옥호텔이 제격이라며 대한항공의 호텔 추진에 힘을 실어주었다.

대한항공은 호텔과 함께 다목적 공연장과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단지을 만들겠다는 논리로 공공성 논란도 비켜갔다.

하지만 특급호텔 특성상 복합문화단지로 건립돼도 결국 소수 특권층의 향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류창수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는 "특급호텔이 갖는 공간적 배타성을 감안하면 복합문화공간이 얼마나 개방적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면서 "7성급 호텔에 딸린 갤러리와 쇼핑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시민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일반인은 접근조차 어려운 초고가 명품숍과 관람료가 수십만원에 이르는 공연이나 전시를 향유할 수 있는 고객층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최고 다섯개의 무궁화로 등급을 구분하는 국내에서 6성급 이상은 공식 등급도 아니다. 나라마다 등급 표시가 달라 세계 최고급 호텔이라는 '7성급' 역시 공식 분류로 볼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최초 7성급'이라는 수사는 시설이 더 화려하고 고급스럽다는 것을 강조하는 비공식 타이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류 교수는 "한옥호텔과 복합문화시설이라는 키워드로 특급호텔을 정감어린 한옥과 공공공간의 이미지로 치장하려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7성급 특급호텔 공간은 성격상 일반인들의 접근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호텔 건립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역사성 훼손의 문제만 지적할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pt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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