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기자의 눈] 자살 부른 공항공사 '甲의 악질'

(세종=뉴스1) 곽선미 기자 | 2014-04-17 01:41 송고 | 2014-04-17 04:31 최종수정

"한국공항공사 모 직원의 요구를 견디다 못한 중소 납품업체 사장이 지난해 10월 고민 끝에 자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항공사 직원의 비리를 수사하던 최근 검찰이 밝힌 내용이다. 그동안 검찰은 납품업체로부터 계약 체결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지른 공항공사 직원들을 수사해왔다. 그 결과 지난 16일 공항공사 직원 1명이 구속 기속됐고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전한 내용을 보면 공항공사의 '모럴헤저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공사 내 R&D사업센터 내에서 전술항법장치(TACAN) 개발과 구매사업 실무를 담당한 최씨(구속기소)의 사례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검찰수사 결과 최씨는 납품업체 A사에 현금 2억원과 고급 룸살롱 접대 등 각종 금품과 향응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A사는 결국 현금 1억2000만원을 전달한 데 이어 2100만원어치 룸살롱 접대도 했다. 최씨의 명절 '떡값' 요구에 50만원짜리 기프트카드 44장을 상납하기도 했다. 기프트카드는 공사 내 납품사업 결제 라인에 있는 간부 직원들이 골고루 나눠 가졌다. 그들은 기프트카드를 골프장, 마트, 학원 등에서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물론 검찰이 전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향후 재판에서 가려질 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도 "과장급이 저지른 사건으로 아는데, (어느 과장이) 억대의 금품을 요구할 정도로 '간'이 클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A사 사장의 주변인들은 그가 자살한 이유를 공항공사 직원의 2~3년에 걸친 금품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항공사가 갑의 횡포로 한 중소 납품업체 사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항공사는 그동안 2009년 6월 자체 징계 규정을 개정해 직무와 관련한 금품 향응 액수가 100만원이 넘으면 해임이나 파면에 처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호언장담해왔다.

또 지난 2월 직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에는 '지난해 10월 자체 감사를 벌여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자율 자정 시스템은 커녕, 최후의 보루인 감시 시스템마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과장 최씨가 상급자에게 기프트카드를 나눠준 대목은 이런 비정상적 관행이 공항공사 내에 오랜기간 고착화돼 있다는 의구심마저 품게 만든다. 비리 정황을 몰랐다는 것도 문제지만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항공사가 '공범'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이유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데도 공항공사는 '꼬리 자르기'식으로 이번 사건을 몇몇 직원의 개인 비리문제로 축소하려는 모양새다. 아직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현직 김석기 사장은 서울경찰청장 출신으로 금품수수에 대해 그 누구보다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수장이다. 지금이라도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악질적 병폐를 끊어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공기업으로서의 최소한 양심이지 않을까.


gsm@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