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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영장 찢겨진 수사… 권한 남용 도 넘은 검찰

"의정부지검 '영장 찢은 검사' 사건 재발 없어야"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2014-04-15 01:12 송고




지난달 26일 의정부지검 형사5부 소속 검사실에서 영장신청서를 이상하게 반려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가 신청한 구속영장신청서를 이모 경위(50) 등 2명의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김모(36) 검사가 찢어버린 것이다.

이 일로 의정부지검은 '의정부찢검'이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찢긴 영장은 한탄강댐 완공으로 철갑상어 양식장이 물에 잠기게 된다며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1000억원대 보상금을 받아 챙기려다 적발된 양식업자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서였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포천시 관인면 일대에 똬리를 튼 이 양식업자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으나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지시를 수차례 받는 등 답보를 거듭하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은 양식업자가 수자원공사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양식업자는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수십억원대 수용재결처분취소 등의 소를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의정부지법 행정1부(김수천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철갑상어 양식업자가 수공을 상대로 30억9000여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보상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요구한 보상액은 양식장을 직접 운영한 경우보다 더 큰 이익을 얻게 되어 불합리하고 영업이익을 지나치게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같은 과정에서 검찰이 양식업자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경찰 안팎에서는 "변호사가 힘 있는 사람일 것" "속사정이 있을 것" 등의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언론의 취재에 검찰 간부들 뿐만 아니라 경찰 간부들도 "바쁘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두 기관의 간부들은 "서로 잘 협의돼서 마무리된 얘기"라고 우회적으로 밝혀왔다. 아무 말썽 없이 지나가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마무리'였다.

보도로 파장이 일자 검찰은 "수사 절차상 통신영장신청서를 가져오기로 했는데 구속영장신청서를 가져와 이를 반려하는 의미로 찢어 돌려보낸 것"이라고 둘러댔으나 누구도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더구나 의정부지검이 자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히자 경찰 내부는 또다시 들끓었다. 상급기관에서 감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왜 의정부지검의 자체 조사냐는 것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달 31일 "해당 검사의 개인적 일탈행위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내부 공론과는 선을 긋는 발언을 라기도 했으나 경기경찰청의 한 간부는 "수 년 전 서울지역의 한 경찰관은 수사보고서를 찢었다가 입건된 바 있다"며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경찰 간부들의 대응에 수사관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여론에 밀린 대검은 감찰을 벌여 해당 검사를 공용서류 손상 혐의로 약식기소하고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

경찰의 수사는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검경의 갈등이 빚어져 왔다. 이번에 벌어진 검사의 영장 찢기 반려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영장 반려사건'의 처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1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검사가 대검의 감찰을 받고 있다. 경찰이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의 아버지(53)가 경찰관을 모욕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사가 기각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제복 입은 경찰관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 사범 엄단 지시를 불이행한 점 등의 이유로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무색케 하는 소식이 검찰발로 연달아 전해져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수사를 지휘하고 지휘를 받는 현행 제도는 검찰과 경찰의 상하 관계를 정한 것이 아니라 권한 남용을 막아 국민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최근의 두 사건과 같은 사건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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