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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언론사 볼모로 사업관철' 비판받는 철도시설公

(부산=뉴스1) 조원진 기자 | 2014-04-11 05:38 송고
조원진 기자 / 부산경남취재본부© News1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 밑에는 마치 누워있는 거대한 소의 가슴에 안겨져 있는 형상의 3포(浦)가 있다.
원래 와우산(臥牛山·누워있는 소의 형상을 띤 산)이라고 불리는 달맞이길이 2000년대들어 차츰 개발되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코스로 자리잡은 것도 해안절경을 지닌 3포를 아래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해운대 삼포길을 한눈에 담기 위해서는 동해남부선 기차를 타는 방법 밖에 없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운대 삼포길 여기저기 해안초소가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남해안과 동해안이 만나는 접경구간의 망망대해를 한눈에 바라다본다는 건 자주볼 수 없는 호사(豪奢)이었던 걸로 많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처럼 기차를 타야만 접할 수 있었던 천혜의 해안길이 동해남부선 복선화사업으로 시민들에게 갑자기 다가오기 시작했다. 곳곳에 철책선으로 막혀 있던 남구 이기대가 오륙대까지 4㎞구간 산책로로 이어지면서 국내 최고의 갈맷길로 각광받고 있듯 해운대 삼포길이 세계적 트래킹 코스로 거듭날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복병은 역시 '엇나간 상업적 개발논리'에 얽매인 관료 행정에 잠재돼 있었다.

폐선부지 시민환원에 대한 논의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상황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길이 폐선된 지 2개월도 안된 지난 1월28일 상업개발을 위한 민간제안을 공고하고 나섰다.

공모기한(3월28일)에 맞춰 미포~옛 송정역 구간(4.8㎞) 개발사업 부문에 참여한 공모자는 6개 법인(또는 컨소시엄)이었다. 공모자 가운데 2개 컨소시엄에는 부산지역 방송사 2곳과 신문사 1곳이 포함돼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는 10일 "지역의 무분별한 민간 상업 개발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개발 주체와 함께 선수로 나선 격이니 부산판 '권언유착'"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또 부산시장 선거 유력 예비후보들도 4월초부터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의 시민환원을 촉구하며 공동 공약 채택까지 모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시설공단은 또 선수를 치고 나섰다.

마감시한이 2주일도 채 안돼 언론사 2곳(KNN, 부산일보)과 부산관광공사, 코레일테크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레일&스토리을 공모 대상자로 선정, 발표한 것이다. 공고안에 제안서 접수후 100일 이내 평가를 시행, 우수제안을 선정하겠다고 적시해 놓은 점을 감안하면, 뭔가에 쫓기는 듯 전격적으로 발표한 인상을 짙게 풍긴다.

해당 언론사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개발사업에 뛰어들려다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상황에 직면하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철도시설공단은 15명의 심의의원 가운데 6명을 부산시 소속이나 부산시의회 인사로 채우는 친절함을 보였다. 결국 철도시설공단은 이런 여러 정황에 미뤄 개발사업에 참여한 언론사를 볼모로 민자개발을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선정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민간제안 공고는 개발방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컨소시엄에게는 오는 8월 사업주관자 공모 참여시 평가 점수의 3%범위 내에서 가점을 부여할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변명이다.

애초 민간제안 공고문에는 공모참가 자격으로 '개발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단독법인 또는 컨소시엄'으로 한정하고 있다. 순수 아이디어를 공모할 작정이었다면 수백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제안서 공모 자격요건으로 할 까닭을 없었을 것이다.

해당언론사는 이같은 철도시설공단의 이른바 '물귀신 작전'을 확인한 이상 시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언론사의 난처한 상황을 어떻게든 역이용해 끝까지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켜 보려는 공단측의 억척스러움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는 씁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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