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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회장 아들인데..." 여성들 등쳐 3억 챙긴 사기꾼 덜미

한 번에 여러 명 만나면서 밀라노 출신 디자이너라고 속이기도
화려한 언변과 명품 옷, 외제차 등에 속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4-04-03 02:59 송고

지난해 12월 A(37·여)씨는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에서 쇼핑을 하던 중 직원들로부터 VIP 대접을 받는 한 남성에게 눈길이 끌렸다.

건장한 체격과 화려한 언변, 명품 옷과 고가 외제차량 등은 그를 '완벽남'처럼 보이게 했다.
밀라노 출신 디자이너라던 B(34)씨는 자신이 대기업 회장 아들, 유명 건축가의 조카 등으로도 소개했다.

B씨와 수차례 만남을 가진 A씨는 불현듯 돈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신용카드를 빌려줬다.

"사업 때문에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카드와 돈을 뺏겼다. 일주일만 버티면 되는데 돈을 빌려달라"는 B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다.
더구나 만남 초기 한 번에 수백만원씩 쓰는 B씨의 씀씀이를 보면 돈을 떼일 것 같지도 않았다.

B씨는 명품 옷을 사는 등 A씨의 신용카드로 지난달까지 7000만~8000만원의 거액을 사용했다.

이후 A씨는 B씨로부터 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지만 그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최근까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한 지방대 교수와 자리까지 마련하는 등 수법으로 신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가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만난 20~30대 미혼여성은 A씨를 포함해 모두 6명으로 피해금액은 3억원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A씨처럼 백화점 명품관 등지에서 만난 여성도 있었고 소개팅을 통해 알게 된 여성도 있었다.

B씨는 여성들을 한 번에 여러 명씩 만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는 한 여성으로부터 빌린 고가 외제차를 자신의 것처럼 속여 또다른 여성들을 태우고 한남동 고급빌라 앞까지 데려가 자신의 집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결국 돈을 돌려 받지 못한 여성들의 신고로 덜미가 잡힌 A씨.

그는 경찰에서 "어린 시절 여자친구에게 돈을 받아 쓴 경험이 있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나를 과대포장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평소 책을 많이 읽어 말솜씨가 좋은 편"이라고 진술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대기업 회장 아들 등을 사칭해 여성들로부터 거액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B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알고보니 지방대 교수도 B씨의 말에 속고 있었다"며 "B씨는 수배 중에도 여성들을 만나는 대범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의 행적, 통화내역 등을 바탕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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