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정치논리로 흘러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문용린 vs 장혜옥·조희연 3파전…'차출론' 폐기될 듯
무상급식 부각된 4년전과 달리 굴직한 교육정책 실종
'거점학교 시즌 2' vs '혁신학교 부활' 쟁점으로 이어져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03-14 23:59 송고 | 2014-03-15 03:29 최종수정
서울교육감 선거 후보자들. 문용린 현 교육감(왼쪽부터) , 조전혁 전 의원, 장혜옥 학벌없는회 공동대표, 조희연 교수. / 뉴스1 © News1

‘문용린의 거점학교 시즌2냐, 포스트 곽노현의 혁신학교 부활이냐.’

‘교육대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보수 문용린 vs 진보 장혜옥·조희연 후보간 3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선거 쟁점이 기존 보수·진보 양 진영 교육 정책의 재탕으로 메워지고 있다.

서울교육감 선거가 정치논리로 빠져들면서 큰 교육정책이나 관심거리가 없다.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확대라는 메가톤급 교육 이슈가 있어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기가 수월했던 4년전 6.2 지방선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무상급식이 대세로 굳어진 상황에서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는 케케묵은 거점학교와 혁신학교의 공방으로 포장되면서 실제 싸움은 이념 논리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서울교육의 수장을 뽑는 선거라기 보다는 여야 서울시장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간택하는 요식행위로 비춰지고 있다.


◇진보, 장혜옥·조희연 양자 구도…‘차출론’ 폐기될 듯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만든 ‘서울좋은교육감시민추진위원회’는 서울교육감 후보들의 단일화 예비 경선 투표를 16일부터 실시한다.

경선에는 장혜옥 학벌없는사회 대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최종 후보는 시민선거인단 투표 60%와 여론조사 40%를 반영해 선정할 예정이다.

시민선거인단 투표는 조직표를 갖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의 장혜옥 대표가 유리하고, 여론조사는 장혜옥, 조희연 간의 박빙 싸움이 될 전망이다. 지명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조직표가 적은 최홍이 위원장은 열세로 분류된다.

후보 선출 시스템상 조직력을 앞세운 장 대표가 우위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러닝메이트로 ‘여성 교육감’을 선호한다는 소문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간 일각에서 제기된 윤덕홍 전 민주당 최고위원(전 교육부총리)과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등 차출론은 가능성이 옅어지고 있다.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추진위에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인사를 낙하산으로 투하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기존 후보들의 반발이 극심한데다 민주적인 경선절차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진보세력의 자기부정이 될 수밖에 없다.

시민에 의한 후보선정이나 상향식 공천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진보진영이 전략 공천 등 정치 구태를 답습하는 것은 명분으로나 실리로나 설득력이 떨어지기에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출 카드는 접힐 가능성이 높다.


◇보수, 문용린 굳히기…후보 추대 과정 '잡음' 변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를 중심으로 미래교육국민포럼과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 역시 다음주부터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다음달 말경 단일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수 쪽 후보로는 문용린 서울교육감, 고승덕·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안양옥 교총 회장, 이상면 전 서울대 법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 교육감은 보수 오피니언 리더층의 지지를 받으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핵심정책인 혁신학교 예산 삭감 및 2014년도 시교육청 예산 재의결 요구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원들과 맞서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의원 출신인 조전혁 명지대 교수도 최근 보수층을 상대로 저인망식 표 훑기에 들어갔다.

조 교수는 껄끄러운 전교조와 '맞짱을 뜨는 투사'라는 이미지가 보수층 사이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문 교육감과 대 야권 강경 이미지가 겹치는 점이 고민스럽다.

다만 조 교수는 경기교육감 출마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 후보 선출의 변수는 단일화 과정을 둘러싼 '파열음'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문용린 현 교육감이 경선 과정에 뛰어들지가 관건이다.

문 교육감이 경선을 보이코트할 경우 보수 후보는 적어도 2명 이상 난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문 교육감이 참여하더라도 탈락 후보가 경선 결과에 불복할 경우 독자 후보로 출마하면서 보수표 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

보수진영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후보 난립으로 야권 단일후보인 곽노현 전 교육감에게 패배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문용린의 거점학교 vs 포스트 곽노현의 혁신학교

이번 선거에서 보수, 진보 어느쪽이 서울교육감 수장을 맡느냐에 따라 서울 교육의 방향성은 또 바뀌게 된다.

문용린 현 교육감은 일찌감치 ‘혁신학교는 추가 지정도, 연장도 없다’고 공언한 상태고, 차기 교육감 자리를 노리는 진보 후보들은 ‘혁신학교 시즌 2’, ‘혁신교육 사수’를 외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혁신학교는 곽 전 교육감의 대표 공약으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교를 맞춤형으로 만든다는 개념의 교육정책이다.

지난 2011년 29개로 시작돼 현재 67개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보수 성향의 문 교육감 취임 이후에는 6개교만 새로 지정되면서 증가세가 꺾인데다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혁신학교 예산을 평균 60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삭감한데 이어 최근에는 ‘2014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 기본계획’(혁신학교 기본계획)을 발표해 지출 예산도 항목별로 제한하기로 했다.

문 교육감이 재선을 하게 되면 내년 29개교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전체 67개교가 혁신학교 간판을 내리게 된다.

진보진영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혁신학교 부활을 외치고 있다.

조희연 교수는 이달초 기자간담회에서 “문용린 교육감은 무상급식 축소와 학생인권조례 폐기 등 혁신교육의 전면적 파기를 향해 가고 있다”며 "미래지향적 창의 평등교육을 향한 ‘혁신교육 시즌2’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장혜옥 후보와 최홍이 후보도 비슷한 입장이다.

반면 문 교육감은 자신의 역점 사업인 '교육과정 거점 학교'를 올해 31곳으로 확대 운영하겠다고 맞섰다.

거점학교는 일반고마다 개설하기 어려운 진로 집중 교육과정을 특정 학교에 개설한 뒤 인근 지역 학생들을 모아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andrew@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