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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시험 번번이 떨어진 실리콘밸리 '꼴찌'의 반란"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2014-02-21 06:55 송고 | 2014-02-21 07:20 최종수정
2009년 브라이언 액튼 왓츠앱 공동창업자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입사에 고배를 마신 뒤 올린 트윗 글. © 뉴스1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인수로 190억 달러(20조원)를 거머쥔 왓츠앱 공동창업자 잰 쿰 최고경영자(CEO)과 브라이언 액튼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IT전문지 테크크런치 등은 20일 이민 1세대 대학중퇴자 쿰과 '입사 삼수생' 액튼이 겪은 고생담을 소개하면서 만약 실패가 없었다면 '100만 달러 클럽'에 들어가는 행운도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7년 야후 입사 10년 만에 '모바일 메신저'라는 아이디어만을 갖고 직장을 그만두는 '거사'를 단행했을 때만해도 쿰과 액튼은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다.

이들은 2년 동안 세상과는 격리된 채 지루하고 끈질긴 개발 끝에 2009년 '왓츠앱'을 창업하고 초기 버전을 출시했지만 이 제품이 시장성이 있을지, IT업계에서 주목을 받을지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먼저 창업을 포기하고 실리콘밸리 스타기업의 문을 두드린 건 액튼이었다. 2009년 5월 트위터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곧이어 낙방의 고배를 마셨고 트윗에 "트위터 본사로부터 거절됐음을 알게 됐음. 괜찮아. 장거리 출근을 해야 했을 거야"라며 씁쓸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낙방의 고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해 여름 다시 페이스북에 입사지원서를 낸 것이다. 8월3일자 트윗 글에는 "페이스북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멋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인생의 다음 도전에 기대해봐야겠다"라고 쓰여 있었다.

액튼은 연속되는 낙방에 왓츠앱을 떠날 수 없었고 결국 낙방의 고배는 '창업대박 신화'로 이끈 셈이 됐다.

페이스북의 입장에서도 당시 왓츠앱 초기 버전이 완성될 무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190억 달러를 내고 왓츠앱을 사들이는 대신 당시 액튼을 고용해 개발을 맡겼다면 훨씬 저렴한 비용에 왓츠앱 같은 모바일메신저를 개발했을 것이다.

액튼의 트윗 글을 본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대기업들은 창의적인 생각을 죽이는 곳. 당신 재능이 저평가될 수 있다. 용기를 내자" "대기업에 가지 말고 (창업을 통해) 승리하자" "모든 길이 막혔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의 길을 만들자. 그리고 190억 달러에 팔자" 등의 댓글을 올렸다.

반면, 쿰은 뚝심을 가지고 '왓츠앱' 개발을 밀어붙였다. 우크라이나 시골마을 출신인 '유태인' 쿰은 16세의 나이에 어머니와 미국으로 건너와 푸드스탬프에 의존하며 고등학교를 마친 '가난극복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10대의 고난이 현재의 불안에 다른 곳을 기웃거리기보다 미래를 믿고 투자하는 '인내와 뚝심'을 만들어낸 것이다.

쿰으로서는 16세에 생면부지의 타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적 한계로 인문, 사회과목 보다는 수학, 컴퓨터에 집중했다.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의 중심가에 위치한 마운튼뷰 고등학교에 다녔지만 그의 마음은 고국에 남겨진 가족에 있었다.

링크드인에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했다'고 쓴 것으로 보아 고교생활에 잘 적응했던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고교시절 부터 수학과 컴퓨터 언어가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였던 그가 역설적이게도 세상과 소통하는 '킬러앱'을 만들어 냈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발표가 있던 날 쿰은 텀블러에 "16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던 경험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남겨진 가족들과 계속 연락하고 싶은 생각에 '왓츠앱'을 창업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쿰은 한 블로그에 "거의 5년 전부터 우리는 단 하나의 미션으로 왓츠앱을 이끌어왔다"면서 "그 미션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멋진 제품을 만드는 것이며 그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왓츠앱의 두 창업자 쿰과 액튼의 '꼴찌의 반란'은 '천재성과 화려함'으로 대표되는 실리콘 밸리에서 '고난과 좌절'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birako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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