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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8년 장기집권 시나리오 '적신호' 켜졌다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4-01-25 03:18 송고
© 로이터=뉴스1


8년 장기 집권의 꿈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쾌속 질주 하던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권 출범 1주년을 맞아 영령께 그간의 행보를 보고하겠다며 지난해 12월 26일 야심차게 강행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게다가 그간 중국과의 동중국해 싸움에서 힘이 되줬던 최대 우방 미국이 유독 이번 야스쿠니 문제에서만큼은 "실망했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그를 둘러싼 국제사회 여론마저 차갑게 돌아서는 양상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자랑하기 위해 국회 개원일정까지 늦추며 참가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긴장 관계를 세계 1차 대전 직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빗대면서 양국 간 예상치 못한 무력 충돌 가능성을 시사해 국제적 파문을 빚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발언에 대해 일본 총리가 현재 중·일 관계를 1914년 유럽 상황에 비유한 것 자체가 "오싹하다"며 "양국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저하시킨다"고 비난했다.
◇ 오키나와 나고 시장 선거 패배… 미일동맹 발목잡나

아베 정권의 첫 침몰 신호는 사실 이달 초 일본 오키나와현의 작은 소도시 '나고'에서 시작됐다.

나고시 시장 선거에서 아베 정권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정책에 반대하는 이나미네 스스무 현 시장이 집권 자민당의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 대승으로 집권 후 이듬해 여름 치러진 참의원 선거마저 압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아베호에 있어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일본과 미국은 지난 1996년 오키나와현 남부의 후텐마 미군기지를 이전하기로 합의, 일본 정부는 이를 나고시 헤노코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미 주일 미군기지의 75%가 집중된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환경보호와 안전의 우려를 들어 '현외 이전'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나미네 시장은 당선 직후 "이번 선거 결과는 시민의 분별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모든 절차를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이 불보듯 뻔함에도 굳건한 미일 동맹관계만을 믿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까지 강행한 아베 총리는 이같은 결과에도 기지 이전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향후 정부와 지자체간 첨예한 갈등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 2월 도쿄 도지사 보궐선거, 위기감 증폭

이같은 상황에서 내달 9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보궐선거마저 아베 총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자신의 정치적 '스승'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에 간 나오토, 노다 요시히코 등 여야의 전직총리 3명이 '탈원전'을 기치로 후보로 나선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에 힘을 보태면서 판이 커진 이번 보궐선거는 사실상 호소카와와 자민당이 지원하는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과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를 야당 재편의 신호탄으로까지 보고있는만큼 자민당은 절대 패배할 수 없다는 각오로 탈당파인 마스조에 후보를 전면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아사히 신문은 앞서 "자민당 도쿄지부연합회(도련)가 마스조에 후보 선거 운동에 당내 2인자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을 비롯해 간부와 각료들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이미 마스조에에 대한 지원 방침을 천명한 자민당 본부가 호소카와 진영에 대항하기 위해 당의 지원 수준을 사실상 거당적 전면지원으로 격상했다"고 설명했다.

호소카와 후보는 선거가 공식 시작된 23일 즉시 '원전 제로'를 골자로 한 5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원전을 재가동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이겠다는 것은 '원전 제로'가 아니다"고 아베 정권에 날을 세웠다.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호소카와가 아베 정권의 원전 정책에 반기를 든 이상 그가 당선되면 원전 재가동을 기반으로 한 아베 총리의 원전 인프라 수출 정책 등 국정 운영 전반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호소카와는 앞서 출마기자회견에서 "아베가 추진하는 집단적자위권은 해외에서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며 "나라면 여러 외교문제가 발생하는 야스쿠니 신사에도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호소카와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탈원전'에서 그치지 않고 그간 지지부진하던 야권 재편 작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헌법 개정· 장기 집권 계획대로 될까

아베 총리는 24일 드디어 취임후 최초로 국회에서 연설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 개정을 천명했다.

그간 알려진대로 총리 사적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이하 간담회)'가 4월께 이 문제와 관련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면 6월 끝나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헌법 해석 변경을 본격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해 장기 집권의 길을 닦은 뒤 숙원인 평화헌법(9조) 개정에 착수하려던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시나리오'가 이제 서막을 지나 본막으로 접어들은 것이다.

그러나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하며 국제포럼에서 중일전쟁 가능성마저 언급하는 아베 총리의 좌충우돌 행보에 미 행정부도 "더이상은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며 마땅한 브레이크가 없던 그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아베 총리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재발 방지와 동아시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일본이 제 2차세계대전에 대한 이전의 사과를 다시 검토하도록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일중인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이 24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는 입장을 다시금 밝히며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나고 시장 선거 패배로 1996년 미국에 약속한 후텐마 기지 이전마저 암운이 낀 상황에 미국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아베 총리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다보스포럼으로 싸늘해진 국제 여론도 그에게는 가시방석이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50개국에서 아베 정권을 비난하는 홍보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도쿄도지사 선거를 둘러싼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반란도 차남 신지로를 차기 총리로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있는 만큼 장기집권을 향한 그의 행보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은 기정 사실로 보인다.


bae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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