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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논란의 진실...누가 거짓말 하나

정부-시민단체, 여야 입장차이 극명
이익집단마다 해석 달라

(서울=뉴스1) 고현석 기자 | 2014-01-10 20:59 송고 | 2014-01-11 06:55 최종수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회원들이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투자 활성화 대책 폐기,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이 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 인수합병 허용, 법인약국 허용등의 의료민용화 정책을 포함한다며 이를 전면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철도에 이어 의료 민영화를 둘러싸고 여야 간 기싸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민영화의 개념과 실체가 도대체 무엇이고 누가 거짓주장을 펴고 있는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같은 개념을 두고 정부와 시민단체의 해석이 상반되고 여야는 서로 다른 부분을 꺼내 정쟁의 무기로 차용하고 있다. 의료민영화라는 개념이 이제 새로운 '방 안에 코끼리'가 돼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12일 예정된 전국 의사총파업출정식을 앞두고 주최측인 대한의사협회의 의도와 상관없이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수천만원짜리 맹장수술, 1백만원을 넘는 앰뷸런스 이용료로 대표되는 '민영화 괴담'부터 정부의 투자육성책이라는 '원칙론'까지 담론의 크기와 파장은 전례 없이 광대역화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요약하면 '민영화는 없다'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아예 '의료민영화는 정부도 반대합니다'라는 문패를 내걸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의료민영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원격 의료나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은 철저하게 의료민영화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민영화라는 것은 공공의 관리 영역을 민간으로 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원칙론을 들어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94%를 차지해 의료기관 민영화는 개념상 맞지 않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 자법인 설립에 대해서도 자법인 설립을 통한 부대사업 확대는 지방 중소병원의 경영 건전성과 의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데서 한발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마지막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격진료 제도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을 두고도, 의료 민영화니 진료비 폭탄이니 잘못된 주장들로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의료 민영화 비판은 '유언비어'라고 단언했다.

정부는 의료 공급의 94%가 민간병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의료 공공성의 핵심은 보험 분야, 즉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시민은 건보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없으며 병원은 건보 환자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공공성의 핵심 축이다.

따라서 의료공공성은 공급 분야는 이미 민간의 영역이므로 보험 분야에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 것이 정부의 일관된 기조다.

정부가 내놓은 원격의료 허용, 자법인 허용 등은 건보체계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의료민연화와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그러나 정부의 원격의료와 자법인 허용 등의 의료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에 일선 의료인도 반대한다는 점을 들어 정부에 의해 강력하게 추진되더라도 제대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모 언론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반 이상은 정부가 의료를 민영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부정하지만 '의료민영화'의 배후에는 자본이 존재한다. 의료민영화 반대 진영은 철도, 수도, 전기, 의료 등 공공재를 사유화할 경우 안정적이고 막대한 이익을 단기간에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정권 때부터 이러한 자본의 요구를 대변하는 '사령탑' 구실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 내에서도 의료민영화 관련 주요 정책은 대부분 기획재정부가 추진해 왔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기획재정부가 의료분야를 자본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팀장(의사)는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차례 추진 계획을 발표했으며 그 속에는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영리 의료법인 허용, 경제자유구역 영리 병원 추진, 유헬스 활성화, 민영 건강관리 회사 허용 등 무수히 많은 의료 민영화 정책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원격 의료, 의료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해온 기획재정부 구상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기획재정부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여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해 왔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 연합 정책실장은 "또 보건복지부가 계속해서, 철도가 자회사를 통해서 민영화를 하니까 이것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건복지부 역시 자회사의 영리법인 설립은 병원의 영리법인 설립과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자회사가 돈을 벌려면 모병원에서 의료비를 높게 받아야 되기 때문에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리가 부러진 환자라면 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를 먼저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CT난 MRI 기계가 병원 소유였는데 앞으로는 병원 자회사 소유가 되고 그 자회사한테 리스료를 주게 되고, 의료용 철심 하나 박을 때도 역시 자회사가 병원에게 팔게 되는 일이 벌어져 결과적으로는 이 부분의 의료비가 상당히 올라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현재 55% 정도다. OECD 평균이 75%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진주의료원 같은 공립병원이 다른 나라는 75% 정도인데 비해 한국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공립병원 역시 늘리는 방향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의 방향은 건강보험의 재정 부분은 축소하고 있기 때문에 보장성을 계속 더 떨어지고 있으며, 사립병원들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더 완화해서 아예 영리병원으로 주식회사를 만드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리법인을 통해 의료기기 장사나 건물 임대, 건강식품이나 화장품까지 취급하면서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팔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인데, 이런 부분이야 말로 의료비를 폭등시킬 것이며 건강보험 재정을 망가뜨려서 건강보험 자체까지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pontife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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