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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역사갈등도 모자라 한국판 역사전쟁으로

교육부 '교학사' 편향 조사 논란…최초 선정과정 의혹 외면
학교외로 조사대상 한정 "학내 반발 덮으려는 의도" 반발
국정교과서 회귀 공방…교학사, 교과서 재수정 신청 파문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01-08 08:07 송고 | 2014-01-08 09:25 최종수정
7일 교학사 역사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독립운동가 유족들이 서남수 교육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위안부 망언 등으로 촉발된 주변국과의 역사갈등이 이념논리가 깔린 국내판 역사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일선 고교들이 속속 선정을 포기하자 교육부는 긴급 브리핑을 갖고 교과서 채택 철회과정에서 시민단체 등 외부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실태조사 대상이 학교밖으로 한정된데다 최초 교과서 선정과정에 학교장 등 외압이 있었다는 교사들의 양심선언을 애써 무시하면서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국정교과서 체제 회귀 공방전을 벌였고 사태의 진앙지인 교학사 측은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이미 검정이 끝난 교과서의 재수정 승인을 신청하는 등 역사교과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교육부는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통해 "일부 시민단체 등의 특정 교과서 선정 결과에 대한 일방적 매도로 인한 부담감과 학교 현장의 혼란 방지 등을 위해 일선 고교들이 교과서 선정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이 교과서 철회를 둘러싼 갈등에서 교학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일부 학교에서는 시민·교직단체 등 항의방문, 학교 주변에서 시위와 시위계획 통보, 조직적 항의전화 등이 있었다"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날 교육부는 시민단체들의 교학사 국사교과서 철회 요구는 '부당한 외압'으로 못박으면서 최초 교과서 선정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외면으로 일관해 편향적인 특별조사를 펼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나 차관은 "자칫 단위학교 자율성에 또 다른 부담감을 줄 우려를 고려해 최초 선정과정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초 교과서 선정과정에 학교장 등 외압이 있었다는 교사들의 양심선언을 교육부가 애써 무시한 것이다.

지난 2일 수원시 동우여고의 국사교사 A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동우여고 국사교과서 교학사 채택 철회를 요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A 교사는 “교과서 선정을 앞두고 두달간 우리 학교 역사교사들은 학교장으로부터 몇 차례 간절한 부탁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폭로 직후 A 교사는 "교육부 감사관이 학교에 왔다갔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저하고는 일체 접촉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현직교사의 외압 폭로설이 언론과 SNS 를 통해 사회 이슈로 부각됐음에도 일선 학교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최초 교과서 선정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교육부의 얘기는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시민 및 교원단체의 항의방문 ▲학교 주변 시위 및 시위계획 통보 ▲조직적 항의전화 등 외부적인 요인만을 제시한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조사범위를 학외로 한정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학내 구성원들의 채택 철회 요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학내 반발이 있었더라도 시민·교원단체가 개입했을 경우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도록 유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학교장 진술이 아닌 교육부의 판단으로 외압작용 여부를 규정한 점도 논란거리다.

전날 교학사 채택을 철회한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외부반발이 없었다면 기존 결정을 유지했을 것"이라면서도 "(재선정 결정에)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 판단에 따르면 상산고의 경우 외압이 작용한 학교로 분류된다

교육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정치권과 교육계로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특별조사 결과 발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교육부가 훼손한 것"이라며 "국민탄압이자 학교탄압, 또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생들과 학부모, 동문, 지역시민단체 등의 정당한 호소와 표현은 외압이 아니다"라며 "이사장과 학교장의 강압, 학운위 미개최, 순위 바꾸기 등 위법사항에는 눈 감고 정상적 의사표현을 외압으로 매도해 교학사 채택을 유도하는 교육부의 전례없는 특별조사가 외압"이라고 반발했다.

역사교과서 2라운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교과서 체제 회귀 공방으로 이어졌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역사교과서가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갈등을 생산한다면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국정교과서 전환 주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로 채택율 0%대가 되자 엉뚱하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며 "유신시대로 돌아가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역사교과서 이념 우편향 지적을 받고 있는 교학사 측이 이미 검정이 끝난 교과서에 대한 재수정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날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박희승) 심리로 열린 교학사 역사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소송 1차 심문에서 교학사 측은 "신청인들이 문제 삼은 9군데를 모두 수정하기 위해 교육부의 승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교학사 측 변호인은 "통상적으로 각 학교가 전시본에 기초해 교재 선택을 한 후 기본적인 오탈자만 수정해 최종본으로 승인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교육부와 협의해 신청인들이 지적한 부분을 총괄적으로 수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ndrew@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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