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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수주 근절할 '종합심사낙찰제'…"앓던 이 빠졌다"

300억 이상 공공공사 최저가낙찰제 대체
저가수주 막고 공사수행능력 등 복합적 평가
내년 21개 적용…발주처 심사능력 확보 시급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2013-12-26 20:59 송고

건설·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건설업계는 숙원 과제 중 하나였던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되자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대해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업체를 선정하던 최저가낙찰제 대신 입찰가격 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등을 포함한 종합심사낙찰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다. 종합심사낙찰제가 도입되면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였던 덤핑 수주를 방지하는데 큰 효과를 볼 것이란 판단이다.

정부는 26일 열린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내년부터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21개 공사에 대해 종합심사낙찰제를 적용하고 2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전체 공공기관에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종합심사낙찰제 어떻게 운영하나
그동안 정부는 입찰가격이 낮은 업체를 선정하던 최저가낙찰제 대신 △공사수행능력 △가격 △사회적 책임 점수의 합계가 가장 높은 입찰자를 선정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내년부터 일부 시범적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사수행능력 평가의 경우 공사의 품질 제고를 위해 시공 경험, 배치기술자 경력, 과거 공공 공사 시공평가 점수를 평가항목으로 반영한다. 해당 공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과 관련한 시공경험과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정부는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라 100억원 이상 공사 완료시에 발주기관이 시공결과를 평가하는데, 입찰자의 과거 시공평가 결과의 평균을 평가점수에 반영해 공공 공사를 성실히 수행한 사업자의 낙찰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동일 공사 매출액 비중을 평가해 특정 분야에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건설업체의 낙찰 가능성을 높여 전문성을 갖춘 업체를 우대하는 평가항목을 반영했다. 유사한 시공능력을 가진 업체간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공사난이도·규모 등에 따라 시공능력평가액을 기준으로 입찰등급제를 운영해 상위등급 업체가 하위등급 공사 입찰에 참여할 경우 감점을 받도록 했다.

종합심사낙찰제의 가격 적정성 평가는 입찰 평균가격과 발주기관이 제시한 입찰 상한가격(예정가격)과 비교해 산출되고, 가격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다.

입찰자는 하도급 실시 대상사업과 수행업체, 하도급 금액을 발주기관에 제출하고 계획이 법령을 준수하지 않으면 감점처리할 수 있다. 발주기관은 계획의 이행여부를 점검해 이를 지키지 못하면 해당 사업자에 대해 2년간 발주기관의 입찰에서 감점할 수 있다. 세부 공종별 단가, 물량에 대한 적정성 심사를 실시하고 입찰자가 제출한 물량은 원칙적으로 설계변경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회적 책임 평가 부문은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공정거래 준수, 건설고용 증대, 건설 안전사고가 낮은 기업에 가점을 주려는 취지다. 정부는 그동안 예산절감을 위해 공공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를 유지해왔으나, 저가 수주로 인한 공사 품질의 문제와 수익성 악화로 인한 문제점이 크다고 판단, 선진국형 입찰제 도입을 검토한 후 종합심사낙찰제를 마련했다.
종합심사낙찰제 시범사업 공사 현장© News1

◇발주처, 종합심사능력 확보 시급
정부는 내년 시범사업 발주 공공기관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도시설공단,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농어촌공사로 정하고 총 21개 현장, 1조4981억원 공사에 대해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건설업계는 공공공사의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폐단이 컸던 만큼 이번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에 쌍수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원가 개선이 이뤄지고 원도급-하도급 업체간 불공정 거래 관행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한 건설사 국내영업담당 임원은 "경기 불황탓에 업체들이 너도나도 공공공사 입찰에 뛰어들면서 저가 수주경쟁을 벌였다"며 "최저가낙찰제의 특성상 공공공사의 상당부분은 손실을 입거나 겨우 본전을 건질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졌는데 이런 병폐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시범사업 공사 물량이 미미해 당장 건설업계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적고, 상대적으로 중견 업체들이 종합심사낙찰제 도입 이후 대형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계기로 작용하는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가격덤핑이 개선됐는지와 대형업체와 중견업체의 낙찰 분포가 한쪽으로 쏠려서 나타나는지는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이 결과를 보고 개선안을 마련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려면 발주처의 심사 능력 확보도 중요하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형 입찰제도인 종합심사낙찰제가 안착되려면 발주처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시범사업 기간 동안 공공기관에서 발주 역량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찾아 개선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도급업체로 구성된 전문건설업체들은 기대감과 함께 원·하도급의 불공정 관행이 개선되는 별도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전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발주처로부터 직접 발주를 받는 원도급 업체들의 낙찰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이뤄지면 하도급 업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보다 원도급 업체들이 갑의 위치를 악용해 법을 준수하지 않고 하도급 공사대금 결제를 미루거나 어음으로 지급하면서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사례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들이 추가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yj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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