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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KTX' 독점깨고 요금 10% 내린다는데 ..대체 왜?

정부, 수서발 KTX요금 10% 내리고도 흑자자신
코레일에 경영개선 자극기대..코레일에 2000억씩 돈벌이도
코레일 최소한 경쟁노력 필요..효과는 회의적 시각도

(세종=뉴스1) 곽선미 기자, 전병윤 기자 | 2013-12-25 21:25 송고 | 2013-12-26 00:09 최종수정
전국철도노조 총파업 17일째인 25일 오후 서울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기지에 열차들이 정차해 있다. 코레일은 성탄절 승객불편을 줄이기 위해 통근열차는 52%로 8%가량 줄이는 대신, 수도권 지하철 운행률을 95%까지 높였다. 2013.12.25/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코레일 자회사로 설립되는 수서발KTX 운영회사는 오랜 철도독점을 깨는 첫단추다. 민영화가 아닌 모회사와 자회사가 선의로 경쟁한다는 구도로 기획된 공공경쟁체제다. 정부는 참신한 새 주체가 수서발KTX 운영을 맡아 좀더 저렴한 요금으로 좋은 서비스를 하면서도 흑자를 내는 모범경영을 구현하면 방만경영의 질타를 수없이 받아온 코레일에 효율성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같은 경쟁구도에 대해 반발하며 최장 파업중이다. 수서발 KTX로 손님이 뺐겨 오히려 코레일 적자가 더 누적되고 결국 적자노선과 인력을 줄이는 것으로 부메랑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영화로 갈 수순이라는 주장도 단골로 들어갔다.

철도노조의 입장은 한마디로 '궤변'이라게 정부 시각이다. 수서발 KTX 등장으로 발생하는 손님 유동성과 서비스 차이는 코레일이 노력해서 극복해야할 최소한도의 과제라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코레일 적자노선은 100%는 아니지만 보전을 받고 있고 코레일이 수서발 KTX로부터 각종 설비임대료로 매년 2000억원 정도를 꼬박꼬박 받게 된다. 이같은 지원까지 생각하면 서울발 KTX 손님이 다소 줄어도 코레일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철도노조가 적자 타령만 하면서 최소한도의 경쟁까지 거부하는 것은 독점에 안주하려는 철밥통 발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철도노조가) 경쟁으로 인해 자신의 고비용, 비효율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면서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의 수서발 KTX 운영 계획안.© News1


◇수서발 KTX 요금 10% 인하..그래도 코레일 먹여살린다


정부는 수서발KTX에 대해 기존 서울역 노선보다 10%가량 저렴한 금액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서울-부산 노선은 주중 5만7300원에 판매 중이나 수서-부산 노선은 5만1570원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남에 사는 사람이 서울역에서 KTX를 타려면 택시비를 1만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데 이 금액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좌석과 차내 먹거리 판매 등에서 서비스 개선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서발KTX에는 신형차종 'KTX-산천' 22편성이 투입된다. 정부는 KTX-산천의 경우 좌석간 간격이 넓고 소음이 낮아 기존 KTX보다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수서발KTX에 9700억원에 달하는 차량 22편성과 광주차량기지를 현물출자하기로 한 바 있다.

아울러 경쟁입찰을 통해 차내 판매와 승무원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현재는 수의계약을 통해 코레일관광개발이 이를 맡고 있다. 국토부 다른 관계자는 "코레일은 특정 업체(코레일관광개발)에 주로 차내 판매를 위탁하고 있는데 수서발KTX는 공개 경쟁을 통해 이용객들이 선호할 수 있는 다른 민간업체에 맡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통학회는 최근 연구용역 중간보고서에서 앞으로 30년간 연평균 약 5만5000여명이 수서발KTX를 이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이중 강남권에 역이 새로 들어서서 신규 창출되는 수요는 2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출은 연 4500~5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수서발KTX는 코레일에는 철도기지와 KTX차량 임대료, 역 사용료로 연간 2000억원 가량을, 철도시설공단엔 선로이용료(매출의 50%)를 매년 2250~2500억원을 줘야한다. 수서발KTX의 인력은 초기 40~50명 규모로 출범해 2016년 1월 개통시까지 400~500명 규모로 늘어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교통학회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첫해인 2016년에는 수서발 KTX가 영업이익 82억원에 순익1억원을 예상했다. 이용객은 4만 5917명으로 가정됐고 여객요금을 10% 내리는 것을 전제로 매출은 4577억원(부대수입 고려시 4622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운영인력은 열차승무원, 기장, 역무원, 본사인력을 다합쳐 431명으로 잡았다. KTX차량 임대료, 선로사용료, 매표 및 차량 정비 등 코레일 외주비용 등을 포함한 총매출원가는 4540억 원으로 산정됐다. 중장기적으로 수서발 KTX 내부수익률이 10%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증진은 KTX 자회사가 공식 출범하면 그 때부터 다양한 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그보다 공적 경쟁체제를 도입해 운임과 서비스 경쟁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독점적 구도에서는 비교대상이 없어 운임 인하 등이 어려웠다"며 "회계 구분을 통해 투명한 경영을 담보하고 질 좋은 서비스와 이용료로 철도 이용객의 수도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기준으로 집계한 코레일 경영 현황. © News1

◇코레일, 경쟁노력 불가피..적자 줄이는 계기될까

정부는 수서발KTX 자회사가 코레일에 경쟁 압박을 가해 비용효율성을 높이고 만성적자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코레일은 수서발KTX 에서 매년 2000억원씩 받게되는 고정수입도 있다. 수서발 KTX 수입이 늘면 더 받을 수도 있는 문제다.

코레일의 부채는 17조6000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13억5000만원이다. 코레일이 공사화된 2005년이후 빚이 11조원 이상 늘었다. 이중 절반이 적자로 인한 것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의 매출은 4조3049억원이고 인건비는 2조33억원이다(IFRS(국제회계기준) 기준). 전체 매출의 46.5%가 인건비인 셈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 9월말 현재 인원은 2만8158명이며 직원 1인당 평균보수(2013년기준)는 6481만원이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인건비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경쟁체제인 독일철도주식회사 '도이치 반(DB)'와 스웨덴철도공사(SJ)는 27~28% 수준이고 강성노조가 있다는 프랑스철도공사(SNCF)는 39%다. 코레일 잉여인력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뒤집으면 좀더 일하면 더 벌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런 가운데 고속철도를 제외한 일반철도와 화물열차 등에서 손해가 발생해 지난해 영업손실은 338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두 차례 3조원의 빚을 탕감해주고 2005년 공사 출범 이후 각종 보조금으로 4조5000억원(연간 4000억~7000억원)을 지원했지만 코레일은 연평균 5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코레일은 열차 지연율이나 고장률에 있어 늘 불명예스러운 성적을 보였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서발 KTX가 요금을 내리면 코레일이 서울발 KTX 요금을 같이 내릴지, 내린다면 얼마나 내릴 지 선택해야 한다. 요금적 이유로 움직이는 손님을 끌기 위해서는 요금으로 맞대응할 필요가 있는 탓이다. 그러나 서울역과 수서역간의 거리차이, 수서발KTX 에서 받는 돈 2000억원을 고려하면 코레일이 수서발 KTX를 100% 추종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경영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할 경우 적자노선을 보전하거나 KTX요금 인하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줄 여지는 더 커진다.

신광호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외부 연구용역을 준 결과 신설법인이 운영을 시작하는 2016년에는 서울역 KTX 1일 이용객은 14만명, 수서역 KTX는 5만~5만5000명 수준으로 총 19만5000명으로 늘어난다"며 "코레일은 1일 이용객이 올해15만명에 비해 1만명 줄어 영업수익은 연간 1000억원 감소하는 반면 수서발 KTX로부터 차량임대나 정비 등 위탁수익을 통해 연 2000억원 벌어들여 오히려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 국토부의 시뮬레이션에 대한 반론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10평짜리 가게에서 장사하다가 20평으로 넓히면 전기요금이나 임대료도 증가하므로 KTX 이용객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도 확대되는데 국토부는 비용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매년 이용객이 늘고 있지만 KTX로 2시간 이내 거리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의 좁은 땅에선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문도 내놨다. 일본 민영 철도회사 중 하나인 JR동일본의 철도 영업길이는 우리나라의 2배, 독일은 10배에 달한다.

박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처럼 분리를 통해 효율을 추구하는 건 구멍가게를 대형마트처럼 식품코너와 가전코너로 나누자는 얘기"라며 "북한으로 철도가 뻗쳐 대륙으로 향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통합을 유지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적자를 감소시키는 데 주력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했을 때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A기업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업체들에게 제시했던 기준은 선로사용료를 지금 논의되고 있는 수준보다 10%포인트 낮은 40%, 요금인하률은 지금과 동일한 10%였다"며 "이를 토대로 수서발 KTX 수요를 서울역 대비 60~70% 수준으로 계산했을 때 당분간 손실을 겨우 면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이유는 철도 운영사업에 진출해 노하우를 쌓아 신규사업 진출을 시도하자는 장기적 안목이었다"며 "연기금과 같은 수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선뜻 참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gs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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