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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가 공격하는데 보호장치 소용있겠나"

서울대공원 안전불감증 심각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3-11-25 04:58 송고
24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임시 사육장에서 시베리아 호랑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날 오전 시베리아 호랑이가 관리자 통로까지 나와 사육사의 목 부위를 무는 사고가 발생해 사고를 당한 사육사 심모씨(52)는 한림대 평촌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관계자와 관람객 등 추가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서울대공원 측은 사육사가 먹이를 준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2013.1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4일 오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사육사의 목덜미를 물어 중태에 빠지게 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대공원 측의 대응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맹수인 호랑이만 22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대공원은 맹수가 사람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25일 "따로 정해진 지침은 없다. 대책회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 2004년 1월 늑대가 탈출했고, 2010년엔 말레이곰 '꼬마'가 도망쳤다 10일 만에 잡혔다. '꼬마'의 경우 언론에 크게 보도됐지만, 대공원은 이를 오히려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다. 이후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이번에도 대공원 측은 공식발표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단 입장만 반복했다. 정확한 사고경위에 대해서도 "사육사 심씨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경찰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맹수가 공격하면 보호장치 있으나마나"…안전불감증 심각

사육사를 공격한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3살)는 원래 있던 호랑이사가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지난 4월 비좁은 여우 우리로 옮겨져 전시됐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설치해야 하는 CCTV는 단 한대도 설치하지 않았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시로 옮긴 거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재확인시켰다.

맹수에게 먹이를 주고 우리를 청소를 하는 사육사들이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안이한 답변을 내놨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잠금장치를 제대로 잠그면 보호장치는 사실상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도 보호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보호장치가 있어봐야 무용지물이다. 맹수가 공격하는데 어쩌겠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24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임시 사육장에서 시베리아 호랑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사육사 심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관리자 통로 측 펜스가 어른 허리 높이에 불과해 맹수인 호랑이가 이를 쉽게 뛰어넘을 수 있었음에도 "펜스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이중으로 돼있어 바깥 쪽 펜스는 중요치 않다"고 답해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人災)임을 드러냈다.

서울대공원은 호랑이의 탈출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데다 사고 당일 오후에 호랑이를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전시해 논란을 빚었다.

'로스토프'는 2011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당시 총리)이 선물한 시베리아 호랑이로 올해 4월 서울대공원 호랑이숲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좁은 여우우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원래 호랑이가 머물던 우리는 약 165㎥(약 50평)정도인데 '로스토프'는 반년 넘게 절반 크기에 불과한 좁은 여우 우리에 갇혀있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로스토프'가 최근 특이행동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정형행동을 보였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또 '로스토프'에 대한 특별 관리지침이 있는 지에 대해선 "당시 러시아로부터 환경부가 기증받은 것이라 특별하게 아는 바가 없다"며 "환경부에서 잘 알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서울대공원은 당시 환경부와 시베리아 호랑이 수컷 '로스토프'와 암컷 '펜자'를 대공원이 보유하던 반달가슴곰 1마리, 여우 2마리와 교환했다.

현재 서울대공원에 있는 호랑이는 모두 시베리아 호랑이로 총 22마리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 호랑이까지 따지면 총 25마리. 전날 유일하게 전시되던 '로스토프'가 사고를 내 이날 내실로 옮겨지면서 현재 전시 중인 호랑이는 없는 상태다.

한편, 사육사 심씨는 24일 오후 아주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없으며 위독한 상태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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