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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박원순 시장 취임2주년 간담회

(서울=뉴스1) | 2013-10-24 02:03 송고

흘린 땀보다 흘릴 땀을 생각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2년전, 저는 노량진 새벽 수산시장에서 서울시장으로서 첫 번째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비린내 베인 손으로 어떻게 악수를 하냐며 쑥스러워하시면서도 ‘우리 서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 강조하셨던 어느 어물전 사장님. 저는 그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힘든 삶을 살아가시는 시민들에게로 다가가 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시장이 되겠다”
“늘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겸손한 시장이 되겠다”

어떤가요? 여러분!
제가 이 첫마음, 첫다짐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나름대로 이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지난 2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반값 등록금’ 같이
빠르게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일은 전광석화처럼 진행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이름도 생겼습니다.
‘박원순이 또 했다’ 는 ‘원또’부터 시작해서,
완판 시장, 짱짱맨 등의 좋은 이름을 붙여주신 시민 여러분!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민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난 2년, 우리 사회는 변화와 혁신의 길목에 서 있었습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삶이 힘들어지면서 시민의 요구는 더 다양해졌고, 따라서 공공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해묵은 갈등은 심각했고, 해결해야 할 유산과 과제는 쌓였습니다
그렇다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의 도시인프라를 만드는 노력도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개별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행정의 상식과 원칙,
합리와 균형을 되살려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 정책적 과제들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정의 올바른 절차와 과정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2년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지난 2년을 회고하기 보다는 미래를 더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흘린 땀보다 앞으로 흘릴 땀을 더 생각하게 됩니다.

◇소통과 참여의 도시 서울

지난 10월 11일 밤 12시 50분. 을지로에서 N30번 심야버스를 탔습니다. 심야버스는 새벽까지 바쁜 시민들에게 ‘오늘 하루 수고하셨다’고, ‘고생 많으셨다’고, 어깨를 다독이는 마음으로 마련한 정책입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이하여 조사한 시민만족도 조사에서도 90.5%의 지지를 받으며 만족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루 이용객이 5천 3백명이 넘는 심야버스의 시작은 한 대학생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대학생 김병수 군이 인터넷을 통해 제안한 것을, 우리 도시교통본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저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제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놀랍게도 3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셨고, 3천명 넘는 분들이 댓글로 심야버스에 대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기사의 안전에 대한 의견, 밤늦게 운전하니 급여를 올려주자는 의견, 버스 노선은 어디를 포함시켜 달라는 의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시민들의 의견은 심야 버스 운행에 적극 반영됐습니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버스 노선을 결정, 시민들이 가장 필요한 곳에 심야 버스를 운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심야버스 한 대에 경청과 소통, 참여와 협력의 서울시정이 모두 녹아있는 것입니다.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저는 이미 ‘소통, 협력, 참여’의 희망시정 2.0을 구현하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하여 57회의 청책, 68회의 숙의, 2만 600여건의 의견이 접수된 소셜미디어센터 등 시민과 소통하는 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우리 서울시 직원들 뿐만아니라 시민단체,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제가 자리잡았습니다.

2030 서울플랜, 서울시민복지기준선 등 서울의 미래 계획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시민과의 소통과 협력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시민의 시정 참여를 확대해, 정책 결정과정은 물론이고, 정책 집행, 추진 과정에도 시민 참여를 높여 왔습니다.

시민과의 소통 속에 이뤄진 정책은 시민의 공감대를 넓혔고, 시민의 협력 속에 만들어진 정책은 갈등을 줄였으며, 시민의 참여 속에 추진되는 정책은 안전성과 지속성을 높였습니다. 이제 서울시는 ‘과정의 민주주의’를 통해 ‘결과의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이제 소통과 참여, 공개와 투명성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사람이 중심인 행정, 시민의 시장인 시정

지난 2년간 참 많은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그중에서 지난 6월 전통시장 현장시장실 기간에 서대문구 영천 시장에서 만난 상인 한분은 저에게 큰 힘을 주셨습니다. 그 분은 갑자기 제 손을 덥석 잡으면서 계속해서 ‘고맙다,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하셨습니다. 알고보니 그분은 우리 서울의료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으셨더군요. 수술도 무섭지만, 아들도 장사를 해 간호해줄 사람이 없어 막막했는데, 서울의료원의 보호자 없는 병동에 입원, 한달간 맘 편하게 치료 받고 완쾌가 됐다고 합니다.

아픈 환자에게 도움이 됐다니 저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환자안심병원을 시작한지 1년여만에 벌써 3만 2천명의 환자들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서울시의 공공 의료 정책은 올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공공의 서비스입니다.

남들은 재정의 어려움을 들어 축소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공공의료 정책을 오히려 확대하고, 보호자 없는 병동까지 추진하자, 언론에서는 ‘바보 병원, 바보 시장’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저 혼자의 힘이 아닙니다. 바로 의료계와 보건 단체, 시민단체들이 협력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서울 시민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서울시민복지 기준선>은
복지단체, 복지 전문가, 복지 정책이 필요한 시민들이 100여회 넘게
협의한 끝에 마련한 것입니다. 덕분에 올해 4,252명의 시민들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양극화가 극심해진 시대, 복지 정책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오늘,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경제 성장과 사회통합정책을 연결하여 사회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백신’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서울시가 전체 예산의 30%를 복지에 쏟는 이유입니다.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입니다. 일자리가 안정되면 개인의 삶이 안정되고, 가정 경제가 튼튼해지며, 복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4,68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던 청소용역업체의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여 준공무원으로 전환했고, 오히려 경제적 부담은 줄였습니다. 요즘 그분들이 절 만나면 얼마나 반갑게 인사를 하는지 모릅니다. 내일 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정년과 휴가, 시간 외 수당 등이 보장되는 인간적인 근무 환경이 되자 정말 살 맛 난다며, 제게 편지를 보낸 분들도 여럿입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시장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정부의 전세 대책에도 시장이 꿈쩍도 하지 않아,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임대주택 8만호를 핵심 공약으로 약속드렸습니다. 지난 달까지 65,500여 세대의 공공임대주택이 보급됐습니다.

집이 있어도 이웃이 없으면 삶은 쓸쓸하지요. 서울시에서는 1,500개의 마을공동체를 통해, 도시에서도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민의 76%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옥상텃밭, 부모 커뮤니티, 어린이 도서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나누고 있습니다.

사람이 중심인 행정, 시민이 시장인 시정 - 인간적 도시, 인본적 행정의 방침은 우리 시대의 화두이며 우리 시민들의 명령입니다.

◇서울시는 이제 혁신으로 나아간다

바로 어제 저는 여러분 앞에서 아주 뜻 깊은 발표를 했습니다. 지난해 봄, 기습적인 요금 인상으로 서울시민들을 화나게 했던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을 전면 혁신하여, 예산을 최고 3조 2천억원이상 절감하게 됐습니다. 민자 사업 계약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을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고 협상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기준은 단 하나, 시민의 이익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지하철 9호선의 혁신 방안은 앞으로 서울시 민자 사업에 기준이 될 것입니다

취임 초기, 서울시엔 전임 시장님때부터 계속됐던 난제들이 엉키고 설켜, 도저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았던 뉴타운 문제도 주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공개해, 주민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의 프로세스를 밟고 있습니다.

기자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최근 마포구 연남동을 가 보셨습니까? 낡고 오래된 주택들로 가득 찼던 그곳이 완전히 새로운 동네로 바뀌었습니다. 투기세력과 일부 집주인만 이익을 얻는 아파트 중심의 뉴타운 개발이 아니라, 기존의 주택을 보수하고 서울시가 도시기반 시설을 정비해, 집주인은 물론이고 세입자들까지도 만족하는 도시재생이 이뤄졌습니다. 어느 네티즌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진 재개발이라고 표현하셨던데요, 서울시의 마음을 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년째 방치되고 있던 은평 뉴타운 미분양 아파트 608채도 제가 현장시장실을 통해 다 해결했습니다. 오랫동안 서울시민의 골칫거리였던 새빛둥둥섬도 새로운 활용방안을 찾아 해결되었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온 거리가 파헤쳐져 대표적인 세금 낭비로 비판받았던 보도블럭 공사도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잘못 채운 첫 단추를 다시 풀고,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았습니다.
시민의 이익과 시민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비록 소를 잃고 난 후라도 외양간을 고쳤습니다.
갈등과 반목, 비효율과 예산 낭비를 막기위한 서울시만의 해결책,
서울 스타일의 해결 과정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겠습니다.

◇서울의 모델이 확산된다

서울모델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니면 서울효과라고 들어보셨나요?
지난 2년, 서울시가 결정하고 시행한 많은 정책들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어 갔습니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울산시, 전남도 등
전국 20여개 지자체로 확장됐습니다. 서울시의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은 전국 대학에 모범이 되어, 전국 대학 평균 4.48%의 등록금 인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서울시 공공의료정책의 핵심인 ‘보호자없는 병원’은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확정돼 전국 공공병원에서 실시할 계획입니다.
서울시의 모든 정보를 개방하는 ‘열린시정 2.0’과 SNS를 통해 민원을 듣고, 처리 과정을 공개하는 ‘소셜미디어센터’는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전국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원전 하나 줄이기를 위해 실시한 지하철 LED 등도 인천공항공사, 도로공사 등으로 확산돼 실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결정하고, 서울시가 모범을 만들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4만 6천여 서울시 가족 여러분,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제가 일 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시는 우리시 출입 기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쓴소리와 회초리가 저와 서울시에 좋은 약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쉬움도 많습니다. 시간의 부족 때문에, 제 역량의 부족 때문에 미완의 사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직 완전히 뿌리내리고 착근하기 까지는 많은 정책들이 좀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기는 2년 만에 많은 것을 성취하기를 바라는 것은 섣달 그뭄에 시집
온 며느리에게 정월 초하룻날 애기를 낳지 못했다고 소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저는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의 삶을 챙기고, 민생을 살리는데 제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늘 시민을 제 삶의 제 1 순위로 놓고, 남은 시간 시정에 전념하겠습니다. 시민의 삶을 바꾸겠다는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시민 말씀대로 더 새로워지고 더 달라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 10. 24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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