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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난민 문제…글로벌 정치·경제 안정판 '흔든다'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2013-10-06 03:10 송고
© AFP= News1


2년여 지속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인 210만명이 국경을 넘어 터키, 요르단, 이라크, 레바논 등 주변국으로 탈출했다. 거대한 텐트촌을 형성한 자아타리 난민촌은 개방 14개월만에 인구로 요르단내 4번째 도시가 됐다. 인구 440만명인 레바논은 현재 77만명을 받아들였지만 미확인 난민수를 추정하면 전체 인구의 30%에 달할 것으로 보여 '인구 구성 분포'마저 뒤바뀔 처지에 놓였다.
난민은 내전, 전쟁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더 낳은 환경과 일자리를 찾는 '경제난민' 들이 도보 또는 한조각 보트에 목숨을 맡기고 바다를 헤맨다. 지난 3일에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해역에서 에리테리아 '보트피플' 500여명이 탄 선박이 침몰하며 어린이를 포함해 300여명이 익사했다. 단골 망명지인 호주 인근 해역에서도 최근 200여명의 인도네시아계 난민이 탄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40여명이 숨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총 난만수는 45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인구와 맞멎는 난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각지를 떠도는 셈이다. 이중 약 1500만명이 모국을 등지고 새터를 찾아 해외로 무작정 떠났다.

현재 중동사태의 근원인 팔레스타인 문제 역시 난민이 핵심이었다. 이스라엘의 탄생으로 조상 땅에서 쫒겨난 6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지금 세계를 흔드는 테러 대부분의 도화선이 됐다. 이 보다 규모가 7배 넘는 세계 난민이 떠돌며 유발할 정치·사회·경제적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현재 난민들을 지원하거나 수용해야 할 선진국들의 형편도 녹녹치 않으며 글로벌 난민문제는 세계의 정치경제 안정판을 언제 흔들지 모를 잠재적 핵폭탄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가 난민문제에 관한 공동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대량난민 유입 사태…갈수록 '점입가경'

재작년 3월 시리아내전이 터진 이래 6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200만 명은 인접국을 떠돌고 있다.

상황이 이지경에 이르자 터키,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 등은 지난달 유엔난민기구 특별 회의에서 난민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강력히 호소했다.

이들 나라는 대량 난민유입 사태로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사회·경제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이 드리우고 있다며 책임 분담을 요구했다.

지난 3일에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에서 아프리카 난민선 침몰로 수백 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난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행 보트피플 문제는 이미 고질적이다. 재작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중동사회가 혼란에 빠지면서 난민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북아프리카 해안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국가 섬인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의 경우 유럽행 불법이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착지로 꼽힌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난민 3만 명이 이탈리아에 들어왔다. 지난해 총 난민 수의 4배에 이른다.

아시아지역 난민이 주로 유입되는 호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호주에는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출신 보트피플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토니 애벗 신임 총리의 자카르타 방문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호주행 난민선 침몰로 41명이 숨졌다.


◇ '문 닫아 거는' 유럽… 반이민 극우세력 득세

경제난민들이 선호하는 선진국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아프리카 보트피플이 접근하는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부 유럽은 아직도 진행형인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이다. 높은 실업률,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이들 나라의 국민들이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호의적일 수 없다.

동유럽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는 나머지 서유럽국들 상황 또한 매한가지이다. 또 지구 반대편 남아시아 유민들이 선호하는 호주 역시 원자재붐에 따른 지난해까지의 호황이 끝나고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맬 때 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득세하는 것이 반이민 극우 목소리이다. 이에 힘입어 호주, 유럽 등지에서는 보수우파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경향도 나온다.

영국의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보수정권에 끊임없이 반이민 정책 시행을 압박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극우인사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당수는 시리아 난민들에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며 정부의 난민 일부 수용결정을 비판했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총선에서 극우 독일민족당(NPD)이 '난민이 아닌 할머니에게 돈을' 등 자극적인 구호를 내걸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호주는 6년 만에 보수진영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난민정책이 강경기조로 돌아섰다.

보수 야당연합 소속으로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애벗 총리는 선거운동부터 '난민선을 막자'는 구호 아래 자국 해역의 보트피플 진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노동당의 유화적인 이민정책으로 난민유입과 그에 따른 예산증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커진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애벗 총리는 취임 직후 '자주국경작전(Operation Sovereign Borders)'이라는 강력한 난민 정책을 도입했다. 군대를 동원해 보트피플의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난민들을 인근 파푸아뉴기니 등에 정착시킨다는 기존의 노동당 정책보다 훨씬 강경한 대책이다.


◇ 국제사회 해법찾을까…연대·지원 호소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의 기우시 니콜리니 시장은 최근 난민선 침몰사건 뒤 "이번 참사로 우리는 무언가 바뀌길 기대한다. 이대로 머물 수는 없다"며 "람페두사의 미래는 이민과 망명 정책과 직결된다"고 호소했다.

프랑수아 크레포 유엔 이주민 인권 특별보고관은 최근 국제이민에 관한 유엔총회 토론회에서 '비정규 이민'을 범죄화하는 탄압정책이 난민선 참사를 낳았다며 각국이 합법적인 이민 기회를 확대하고 이주민 인권 보호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인접국 외무장관들은 UNHCR회의에서 국제사회가 "말 대신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지역 외 분산수용을 촉구했다.

난민문제가 심화하면서 유엔도 국제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미국, 프랑스, 호주, 스웨덴 등 17개국이 시리아 난민재정착과 인도주의 지원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다카르에 본부를 둔 아프리카인권보호협회(RADDHO)는 불법 이민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공동행동에 나서주길 아프리카국들에 요청했다.

EU 역시 수년째 난민문제에 대한 분열된 논의를 하나의 접근법으로 통일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중해 국가들과 학생, 기업·연구가들에 대한 비자확대 협정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EU) 내무 담당 집행위원의 대변인은 "각국이 관할하는 이민정책은 국내정치의 영향을 받아 분열적이고 무관심한 양상"이라며 "이민자가 국익에 저해되는 위협이자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 차원의 새 난민정책이 필요하다고"고 강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EU는 자체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Frontex)에 이어 최신식 국경경비체계인 유로수르(Eurosur)를 올해 말 도입해 난민선을 사전에 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EU의 국경감시 강화는 난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정치혼란을 피해 목숨을 걸고 망명하는 난민들이 국경통과가 어려워질 경우 더욱 위험한 경로를 무릅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ezyea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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