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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직전 CP발행' 동양, LIG건설 사태 '데자뷔'

법정관리 사전 계획 여부가 사기죄 혐의 적용 관건
감독의 허점도..투자부적격 계열사 증권판매 유예기간 화근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3-10-02 09:40 송고 | 2013-10-02 11:46 최종수정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금융민원센터 내 설치된 동양그룹 관련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찾은 투자자들이 민원접수를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후 동양그룹 회사채·CP에 대한 불완전판매 피해신고는1800여건을 넘어섰으며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국 10개 지역에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확대·설치한다고 2일 밝혔다. 2013.10.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동양그룹 계열사가 법정관리 직전에 다른 계열사 자산을 담보로 기업어음을 대거 발행·판매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LIG건설 사태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동양시멘트를 담보로 특수목적법인(SPC) '티와이석세스'란 이름으로 약 1570억원 규모의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발행했다.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9월 6차례에 거쳐 970억원이 발행됐다. 마지막으로 ABCP를 발행한 시점은 추석 전인 지난 달 16일(21억원)과 17일(20억원)이다. 마지막 ABCP 발행은 동양이 형제기업인 오리온그룹에 구원요청을 보낸 시기였다. 투자자들이 법정관리 의사를 감춘 채 동양그룹이 ABCP를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대목이다. 물량의 대부분은 동양증권을 통해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LIG건설이 지난 2011년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약 1800억원 어치의 기업어음을 집중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투기자본감시센터와 피해자들의 'LIG건설 기업어음 피해자모임'이 서울중앙지검에 LIG건설의 CP 발행과 관련된 그룹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하면서 결국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중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검찰은 구회장 등이 LIG건설의 재무제표를 분식하고 기업회생을 미리 계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긴채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사익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검찰 기소사실에 대해 회계장부 분식과 함께 "2010년말 경 LIG건설의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하고도 2011년 3월 신청직전까지 기업어음을 판매했다"고 인정하고 사기죄를 적용했다. 법원에서 구자원 회장은 징역3년을, 아들 구본상 부회장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법정관리 직전 동양이 기업어음이 발행·판매된 것이 사기죄가 되려면 LIG건설과 마찬가지로 동양그룹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사전에 계획했으면서 판매했느냐가 관건이다. 또 LIG건설은 법정관리 신청전까지만 해도 LIG건설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인 'A3-'였다. 이부분에 대해 법원은 재무제표 분식으로 기업내용을 숨겨 신용등급을 고의로 높게 유지했다고 인정했다.

동양그룹은 부인한다. "하루 하루 유동성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ABCP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게 기본 입장이다. 신용등급 또한 LIG건설과 달리 동양계열사들은 법정관리 직전 부도위험이 매우 높은 B, C 수준으로 내려가 있었다.

동양시멘트를 믿고 해당 ABCP를 샀던 고객들은 예기치 않게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라는 날벼락을 맞으면서 손해를 입게 됐다.

그러나 동양 그룹 회사채, 기업어음 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 주장이 어느정도 수용될 지 미지수다. LIG건설의 경우도 법원은 불완전판매 여부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초보투자자이거나 불완전판매의 증거가 명백한 경우 판매사의 책임을 일부 묻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아직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안도 없다.

유사한 사태가 재발된 것에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투자 부적격 등급의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CP를 일반투자자는 판매하는 것은 물론 펀드, 신탁, 일임상품에 편입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LIG건설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6개월이나 되는 유예기간을 뒀다는 게 화근이 됐다.

문제가 된 동양시멘트의 ABCP가 발행될 당시 신용등급은 BB+로 투자부적격 등급이었다. 당장 10월부터 계열사를 통한 개인투자자판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앞두고 판매에 더욱 열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판 동양증권도 신뢰가 실추됐다. 한 동양증권 모 지점직원은 "고객들을 볼 낯이 없다"며 "회사가 동양시멘트에 대해 안해도 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결국 다 사기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동양증권 임직원들은 그룹에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khc@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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