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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 달렸다, 새 역사 열었다…'원 힙합 페스티벌' 후끈

랩 떼창 들어봤니?…9000명이 같이하는 래핑 '진풍경'
넬리(Nelly)·타이가(Tyga) 첫 내한 공연 '열광의 무대'

(서울=뉴스1) 맹하경 인턴기자 | 2013-09-08 05:04 송고 | 2013-09-09 08:20 최종수정
9월 7일 오후 2시부터 8일 새벽 5시까지 펼쳐진 '2013 원 힙합 페스티벌' (CJ E&M 제공). © News1

"밤새 힙합만 들을 수 있는 파티에요 이건"

오후 2시부터 익일 새벽 5시까지 840분간 논스탑으로 펼쳐진 힙합 파티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이 8일 새벽 공기와 함께 막을 내렸다.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킨텍스에서 열린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은 가리온과 노이즈맙, 도끼, 매드클라운, 버벌진트, 소울다이브 등 국내 유명 래퍼들뿐 아니라 국내에 처음으로 내한하는 넬리(Nelly)와 타이가(Tyga)를 헤드라이너로 내세워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최근 벌어진 힙합계 디스 전쟁과 지난달 2일 종영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2' 등으로 힙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는 콘서트 주간 랭킹 순위가 3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날 '원 힙합 페스티벌'에는 9000여명의 힙합 팬들이 몰렸다. 인근 지하철 역 3호선 주엽역에는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힙합 패션의 아이콘인 '스냅백'을 쓴 관객들이 떼로 이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쇼미더머니2' 때문에 직접 공연을 보고 싶어 공연장을 찾았다는 양지혜(21·여)씨는 "원래는 힙합에 관심도 없었다"며 "TV 프로그램을 통해 듣다 보니 직접 현장의 열기를 꼭 느껴보고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장장 15시간에 달하는 힙합 마라톤의 첫 스타트는 '쇼미더머니2'로 떠오른 신예 래퍼들 딘딘과 제이켠, 매드클라운, 지조가 끊었다.

특히 첫무대를 장식한 래퍼 딘딘은 마시던 물을 온몸에 끼얹으며 강렬한 팬서비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에 참여한 신예 래퍼 딘딘 (CJ E&M 제공). © News1


오후 2시 30분. '쇼미더머니2'에서 수장으로 활약했던 MC메타가 속한 그룹 가리온이 등장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의 뿌리라고도 불리는 거장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가리온'을 외치며 열렬하게 반겼다.

MC 메타는 "축제 타이틀에 '힙합' 두 글자가 들어간 건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 같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가 뱉어 내는 글이 바로 시"라는 구절과 함께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프리스타일(freestyle) 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묘미는 래퍼들이 각자가 속한 레이블의 이름을 걸고 나왔다는 점이다. 총 3개의 한국 대표 힙합 레이블들이 '힙합 대항전'이라도 하듯 묘한 긴장감 속에 공연을 펼쳤다.

처음 등장한 레이블은 올해로 설립 3년차에 접어든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records)'였다. 비프리와 팔로알토, 허클베리 피, 레디, 이보 순으로 등장한 이들은 5명이 하나같이 야구 유니폼을 맞춰 입고 나타났다. 레이블 명과 자신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으로 힙합 군단 같은 중압감을 풍기며 DJ를 포함한 총 6명이 무대를 꽉 채웠다.

두번째 군단은 '쇼미더머니2'에서 우승한 그룹 소울다이브가 속한 '스탠다트뮤직그룹(Standart Music Group)'이었다.

얼마전 군복무를 마치고 컴백한 래퍼 키비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신곡 '고래의 방'을 열창했고 팬들은 환호성으로 그의 귀환을 반겼다.

오후 6시. 축제가 시작된 지 4시간이 지났다. 연이어 속사포 랩으로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 래퍼 라임어택은 "지금까진 시작에 불과하다"며 "새벽까지 미친 듯이 즐길 준비 됐죠?"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팬들도 지치지 않고 연신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이어진 곡 소울다이브의 '미싱(Missing)'을 즐겼다.

소울다이브의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 쯤 공연장 한켠에서는 춤 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에서 펼쳐진 스트레잇 댄스 파티 현장. © News1


이들은 스피커와 간이 무대를 세우고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배경삼아 즉석 스트릿 댄스를 선보였다. 힙합 음악과 비보잉 댄스가 어우러지는 광경에 현장은 자유분방한 축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대학생 박현배(27)씨는 "힙합 자체가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노는 분위기인데 노래도 좋고 이렇게 즉석에서 춤도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자유로운 분위기 답게 축제를 즐기는 모습도 저마다 다양했다. 주변은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흔들며 춤추는 사람부터 웃고 떠들며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 돗자리를 챙겨와 누워서 힙합 파티를 즐기는 '신선놀음' 중인 힙하퍼들도 볼 수 있었다.

앉거나 누워서 편하게 즐기던 관객들을 일제히 무대 앞으로 몰려가게 한 출연진은 괴물 래퍼로 불리는 스윙스였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스윙스의 출연은 힙합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얼마전 디스 대란 속 논란의 중심이었던 스윙스가 관련 발언을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디스전에서 신랄한 비판과 폭로로 랩 배틀을 벌였던 장본인 스윙스는 "전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가 믿는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웬만하면 적은 만들지 말라"는 발언을 해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관객들이 웃자 그는 디스 전쟁 당시 슈프림팀 멤버 사이먼디를 비판한 곡 '황정민'에서도 나왔던 말 "다 들어와 XX 다들어와"를 외치며 "바퀴벌레는 대가리를 잘라도 죽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디스 대란으로 빚어진 갈등 상황 속에서도 자신 있다는 듯한 태도로 해석된다. 마지막 곡 '노 멀시(No Mercy)'를 부르던 중 "난 끝까지 가겠다"고 말해 관객들의 환호를 사기도 했다.

디스전 발언은 뒷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스윙스와 함께 '브랜뉴뮤직(Brand New Music)' 레이블 소속 피타입(P-Type)은 "디스대란? 누가 누굴 욕해? 피 튀기게 싸우는 것 같아?"라며 "오늘 타이틀은 원힙합. 힙합은 하나다"라고 말했다. 힙합이란 하나의 장르 안에서 서로 존중하며 지켜야 하는 화합의 의미를 강조한 피타입의 발언으로 공연장은 같은 음악을 즐기는 훈훈한 분위기가 가득찼다.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에 참여한 박재범과 아이돌 그룹 블락비 소속 래퍼 지코 (CJ E&M 제공). © News1


이날 축제는 신예 래퍼와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를 비롯 아이돌 래퍼까지 폭 넓은 스펙트럼의 라인업을 자랑했다.

밤 9시부터는 아이돌들의 순서였다. 지난달 말까지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로 법정 소송중이었던 아이돌 그룹 블락비 소속 래퍼 지코는 "공식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로 공백기간이 길다"면서도 "곧 블락비로 제대로 컴백할 예정"이라고 말해 여성팬들의 환호를 샀다.

이어진 또 다른 아이돌 박재범은 7시간 반동안 계속된 '귀를 즐겁게 해주는 무대'에 이어 눈을 자극하는 순서를 마련했다. 비보잉 크루 프리픽스(Prepix)와 함께 등장한 박재범은 화려한 비보잉 공연으로 무대를 휘저었다.

힙합 페스티벌 답게 박재범은 숨겨왔던 랩 실력을 공개했다. 그는 "내 힙합 곡이 유명하진 않은데 불러줘서 너무 고맙다"며 'Girl Friend', 'AOM@1llionaire', 'Trill' 등의 곡들을 통해 속사포 랩을 선보여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밤 10시 30분에 접어들자 공연장은 대형 클럽으로 변신했다. 디제이 에만(E-man)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대표곡 '클릭(Clique)'을 시작으로 디제잉 파티의 포문을 열었다. 무대 앞쪽에만 밀착돼 있던 관객들은 공연장 전체로 퍼져 춤을 즐겼다.
'2013 원 힙합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미국 래퍼 타이가(Tyga) (CJ E&M 제공). © News1


그리고 '원 힙합 페스티벌'의 첫번째 헤드라이너 타이가(Tyga)가 등장했다.

타이가는 릴 웨인(Lil Wayne)'이 이끄는 영머니 사단의 기대주로 2012년 데뷔 앨범 'Careless World : Rise of the Last King'으로 빌보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드레이크(Drake)와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등 거물급 아티스트와의 피처링으로도 유명한 타이가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막강 존재감은 좌중을 압도했다. 두꺼운 목걸이부터 투박한 시계와 팔찌까지 금빛 악세서리로 치장한 그는 "소리질러 서울 팬들"이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축제 현장은 타이가의 주 무대인 LA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무려 60분 동안 '500 degrees'로 시작해 'Molly'까지 총 27곡을 선보인 그는 무대 끝에 걸터 앉아 관객들과 눈을 맞춘 채로 열창했다. 그는 또 무대에서 내려와 같은 팀 스태프들의 목말을 타고 관객석으로 뛰어들어가 무대 주변을 돌면서 말그대로 '밀착 공연'을 펼쳤다.

공연 중반 타이가의 폭발적 랩이 돋보이는 'AIR FORCE'와 'RIDE WIR ME'에서는 관객들이 모두 같이 후렴구의 랩을 떼로 소리쳐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록 페스티벌에서 자주 등장하는 '떼창'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9000명의 래퍼가 함께 공연을 즐기는 광경이었다.

타이가의 첫 싱글 'Rack City' 때문에 팬이 됐다는 정선호(24)씨는 "한국에 타이가가 처음 들어왔는데 그 자리에 내가 함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목말 타고 움직일 때 하이파이브도 성공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13 원 힙합 페스티벌' 두번째 헤드라이너 미국 래퍼 넬리(Nelly) (CJ E&M 제공). © News1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겨 다음날인 8일 오전으로 넘어갔고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대스타 넬리(Nelly)가 무대 위에 나타났다.

평소 공연에서 쓰는 개인용 소장 마이크 골든 마이크(Golden Mic)를 잡고 등장한 그는 "이번이 첫 내한인데 한국 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팬들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이날 무대에는 2003년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바 있는 'Shake Ya Tailfeather' 곡을 함께 부른 래퍼 머피 리(Murphy Lee)도 같이 나와 화제가 됐다.

"정말 믿을 수가 없다"를 연신 외친 넬리의 팬 황태곤(29)씨는 "넋을 잃은 채로 쳐다보기만 했다"며 "한국에서 그리고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영광이다"고 말했다.

황씨처럼 그의 무대 앞에서 중간 중간 서로 마주보는 관객들의 입모양은 연신 '대박'을 외쳤다.

넬리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HOT IN HERE'과 'DILEMMA'에서 터졌다. 특히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멤버였던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가 피처링한 'DILEMMA'를 시작하기 전 넬리는 "한국 여성 팬들이 필요해"라며 "다 같이 불러줘"를 외쳤다.

이날 관객수의 70%에 달했던 여성 팬들은 후렴구를 완성시키며 한국형 떼창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넬리도 엄지손을 치켜 세우며 만족스러워 했다.

이후 배치기와 M.I.B, 빈지노, 도끼, 영타이슨, 라퍼커션 등 국내 유명 래퍼들이 공연을 이어갔다. 배치기는 '마이동풍', '반갑습니다' 등 대표곡들로 신나는 분위기를 선사했다.
'2013 원 힙하바 페스티벌'에 참여한 그룹 배치기(CJ E&M 제공). © News1


새벽 4시가 가까워질 때 쯤 디제이 아콘(Acorn)이 무대를 넘겨받아 1시간에 가까운 디제잉 파티를 마련했다. 이때까지 흔들고 열광한 15시간이 무색할 만큼 관객들은 지치지도 않고 파티를 즐겼다.

해외 유명 힙합 스타, 국내 언더그라운드 레전드, 아이돌과 9000명의 관객이 함께 완성한 대형 힙합 축제는 가을 새벽 5시 조금은 차가운 어스름과 함께 끝이 났다. 공연 시간 딜레이나 안전사고 없이 피날레까지 무사히 마친 힙합 페스티벌에 관객들은 후끈한 열기를 잊지 못하는 듯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주엽역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힙합 팬 여운혜(27·여)씨는 힘든 내색도 없이 "말그대로 축제 그 자체였어요"라며 "밤새 힙합만 들을 수 있는 파티였어요 이건"이라고 미소를 띄며 말했다.

이번 축제를 주최한 CJ E&M 음악사업부문 페스티벌팀 측은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을 통해 힙합 장르에 대한 재조명과 그간 국내에 전례가 없었던 초대형 힙합 페스티벌 개최로 힙합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진정성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자 했다"며 "향후 힙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로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이 '국내 대표 힙합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kmae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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