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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70년 恨 "'잘못했다' 듣기 전엔 못 죽는다"

조선국적 하상숙 할머니, 기림일 국제심포지엄서 호소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3-08-13 03:28 송고 | 2013-08-13 03:44 최종수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김학순의 날)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증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3.8.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13일 개최한 제1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김학순의 날)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세계 각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함께 전시여성폭력 범죄 근절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대협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태평양전쟁 당시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중국에서 조선국적을 지닌 채 살아 온 하상숙 할머니(85)의 피해 증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하 할머니는 "나라도 없고 돈도 없어 일본 사람들이 돈 벌어준다고 거짓말 해 잡혀갔다"며 "위안소 건물이 아직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내가 죽기 전에 그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하지 않으면 못 죽는다"며 "돈 안 주는 것은 가만둘 수 있지만 잘못했다는 그 말만은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나서 돌아가려는데 배를 안 줘서 고향에 가지 못했다"며 "청년들은 내가 하는 말을 잊지 말아달라. 지금은 나라가 있고 대통령도 있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82년 충청남도 서산에서 태어난 하 할머니는 1944년 6월 고향에서 취업사기로 중국 우한 한구 적경리 위안소에 끌려갔다. 전쟁 이후 '버린 몸으로 무슨 낯으로 고향에 돌아가나'라는 생각에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조선국적을 지닌 채 70년 가까이 일본식 이름인 '하군자'로 살아왔다.

지난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 증언자로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고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한국과 해외 각지에서 피해 증언과 함께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김복동 할머니(88)는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여성과 아이를 돕기 위한 기금인 '나비기금' 조성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 할머니는 "세계 각국을 다니다 보니 참 억울한 사람이 많았다"며 "다 같이 없는 사람끼리 도와가며 살 수 없겠느냐고 해서 상의 끝에 나비기금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은 전쟁 없는 나라가 돼서 여러분 자손들이 다시는 우리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힘 써주시면 고맙겠다"며 "지금까지 해결 못 지은 것은 우리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겨울이 가기 전에 우리 정부도 나서서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심포지엄에는 자신들의 아버지가 참전했을 당시의 일기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기증한 일본 평화활동가 다나카 노부유키씨(62)도 아버지의 일기를 공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다나카씨는 "아버지는 일상적으로 살인 훈련을 받았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굉장히 큰 공포에 휩싸였다"며 "일본군의 시스템 하에서 아주 강한 의지를 가진 군인이 아닌 이상에는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아버지는 그 정도의 신념과 용기는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아버지들이 침략해서 피해를 준 아시아 민족에게 진실이 후세에 전달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아버지의 일기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기림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인 1991년 8월 14일을 기념해 지난해 열린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제정한 날이다.

한편 14일 제1087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연대행동'으로 개최되며 미국과 독일, 필리핀, 대만, 일본 등 각국에서 다양한 연대행동을 펼칠 예정이다.


hm334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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