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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13년만에 '네이버' 다시 찾다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 | 2013-08-01 03:02 송고 | 2013-08-01 05:28 최종수정

NHN이 13년만에 포털 네이버(주)와 한게임 사업을 하는 NHN엔터테인먼트로 각각 분리된다.

그동안 NHN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사업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각 사업 부문의 핵심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포털과 게임의 사업부문 분할을 추진해왔다. 이로써 포털과 검색, 게임 사업을 한울타리에 가진 인터넷기업 NHN은 포털과 게임, 이미 분사한 모바일, 검색광고 4개 사업영역으로 나눠지게 됐다.
이해진 현 네이버 최고전략책임자© News1

◇ 이해진, 네이버를 만들다

네이버는 1999년 6월에 이해진 현 네이버 CSO(Chief Strategy Officer, 최고전략책임자)를 비롯한 창업멤버들의 5년여간의 준비끝에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회사명은 네이버컴이었다.

최근 이해진 CSO는 사내 간담회에서 "처음 검색을 시작할 때, 정보가 쉽게 검색이 돼서 일반 사람들도 다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면 검색이 사회를 정말 좋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립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런 이해진 CSO의 의도는 서비스명과 로고에도 반영됐다.

당시 네이버 창업 멤버들은 서비스명을 정하면서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서비스명이 세 음절 정도이고, 받침이 없어 발음하기 쉬워야 하고, 도메인명으로 쓰여야 하니 영문으로도 어울리는 단어가 바로 그것이었다. 계속되는 논의 끝에 '항해하다'라는 뜻의 navigate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결합해 네이버(NAVER)라는 이름이 나왔다.

네이버로 서비스명이 정해지기 전에 처음 나왔던 이름은 '웹지기'. 웹지기는 당시 인기있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를 부르던 호칭에서 따왔다. 하지만 그 이름은 선택되지 못했고 다른 직원이 네이버라는 이름을 제안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네이버의 첫 로고도 '정보 공간 속으로의 탐험'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정보의 정글인 인터넷을 빠르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원하는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 이미지로 만들어졌다.

◇ 네이버, 한게임을 만나다

서비스명과 로고를 정했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당시 검색 분야에는 글로벌 기업 야후가 막강한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메일과 카페를 앞세운 다음도 선전하고 있었다.

당시 네이버는 검색 기술을 인정받아 한국기술투자(KTIC)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생각보다 트래픽이 늘어나지 않아 야후, 다음, 라이코스 등 기존 업체와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어려운 경쟁 상황 속에서 네이버는 2000년 4월 27일 한게임과 합병을 추진하고, 마케팅 대신 서비스에 집중했다. 한게임도 새로운 형태의 게임서비스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었고 네이버컴은 투자를 받아 자금의 여유가 있었지만 회원수와 트래픽이 부족했다.

그 결과 2000년에 세계 최초로 통합검색을 출시했고, 2001년 상반기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검색광고 모델을 선보였다.
(위)당시 로고 프로젝트를 맡았던 현 무토닷컴 이승환 대표가 작업한 네이버 로고 시안과 (아래) 현재의 네이버 로고© News1

◇ NHN, 벤처신화를 만들다

합병 후 서비스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갖춰가던 네이버는 2001년 9월 사명을 변경했다. 네이버컴이라는 기존 이름이 포털(네이버)과 게임(한게임)의 영역을 대표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네이버컴의 새로운 이름은 '넥스트휴먼네트워크'(Next Human Network)의 줄임말인 NHN이었다. 영문 뜻뿐만 아니라 NHN은 네이버(Naver)와 한게임(Hangame)을 연상할 수 있는 이니셜이기도 했다.

NHN으로 사명을 바꾼 네이버는 본격적으로 지식iN, 블로그, 카페와 같은 서비스를 성공시키며 우리나라 벤처 신화를 만들어 갔다. 지식iN은 이해진 CSO가 네이버의 검색 질의 중 검색 결과 콘텐츠가 0건인 검색 질의들을 살펴보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리면서 탄생됐다.

당시에는 '우리 동네 슈퍼는 언제 문을 여나요?'와 같은 검색 질의에는 답변이 없었는데, 이해진 CSO는 묻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이 잘 연결되기만 한다면 일반인의 작은 정보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식iN을 만든 것이다.

2003년 4월에는 처음으로 검색업계의 거대한 존재였던 글로벌 기업 야후를 누르고 검색 서비스 방문자수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2005년에는 포털 부문에서도 코리안클릭, 매트릭스, 랭키닷컴에서 발표한 주간·월간 UV 1위를 달성했다.
NHN 주요기록© News1

◇ 이해진, 다시 네이버를 만들다

네이버는 안정적으로 검색광고 매출이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그 다음을 준비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자 보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전문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사를 나누기도 했다.

2009년에는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 및 인프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NHN비즈니스플랫폼(이하 NBP)을 설립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는 독자적인 광고 플랫폼을 구축, 적용했고, 그해 2조14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라인과 모바일에 집중하기 위해 조직을 나눠 LINE+(라인플러스)와 캠프모바일을 신설하고 네이버와 한게임의 사업을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8월 1일, 13년간의 합병을 마치고 두 개의 법인으로 나누어졌다.

1999년 우리나라 검색 산업에 뛰어들어 야후라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했던 네이버는 2013년 다시 네이버라는 이름을 가지고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막강한 기업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글로벌 무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은 230여개국에서 2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글로벌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캠프모바일의 글로벌 도전도 심상치 않다. 캠프모바일의 폐쇄형 SNS 밴드는 사용자의 약 20%가 일본, 대만, 태국, 북미 등 해외 사용자일 정도다.

물론 2010년 4월 중국 게임사업에서 철수했고, 2011년 12월에는 NHN USA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지게임스를 아에리아게임즈에 현물 출자 형식으로 매각하는 등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이 평탄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해진 네이버 CSO는 최근 사내강연에서 "기업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지금 불가능하다면 징검다리가 돼서 후배들의 발판이 되더라도 계속 도전할 것이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네이버'라는 이름을 13년만에 다시 찾음으로써 나타낸 것이다.


jan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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