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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기 빈소 애도 물결 "감사하고 죄송…"

중학생부터 대학교수까지 다양한 조문객
"황망한 죽음" "죽음 희화화 돼선 안돼"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3-07-30 09:20 송고 | 2013-07-30 09:23 최종수정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30일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모병원 장례식장 6호실 주변은 주로 앳된 얼굴의 남성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 장례식장 입구에서 성 대표의 빈소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화환 30여개가 놓여져 있었다.

'일베회원 회색앵무', '어버이연합', '일베저장소 운영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대표님을 존경했던 한 학생' 등이 화환을 보내 성 대표의 죽음을 애도했다.

'불의에 맞서 자유를 꿈꾸다'라는 애도문이 적힌 '대학 시국선언 반대연합 일동'이 보낸 화환도 눈에 띄었다.

조문객은 상주를 맡은 한승오 남성연대 사무처장이 맞았다. 성 대표의 가족은 장례식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빈소는 조문객들로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지만 고등학생, 대학교수, 정치인 등 다양한 사람이 다녀갔다.

조의를 표하고 나온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교수는 "죽을 거라고 생각 안했고, 퍼포먼스였을 뿐이었는데 (성 대표가)너무 열심히 일해서, 고생해서 하늘이 데려가셨나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의 벼락같은 죽음이 희화화되거나 이것으로 인해 남성연대의 힘이 강해지거나 반대로 여가부 등이 공격을 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성 대표가 원했던 건 소외된 약자와 변해가는 관습과 문화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여유있는 배려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성 대표가 살인이나 소위 8가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고독한 싸움을 하다가, 자신의 소신을 좇다가 죽음에 이른 만큼 한 시대의 죽음이 무엇을 남기느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장에서 서로 으르렁댔던 정치인도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고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조의를 표해야겠다는 생각에 빈소를 찾았다"며 "명복을 빌기에도 너무 황망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장에서 성 대표를 만났는데 정치적 입장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다수 남성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후원도 간간히 이어졌다. "좋은 곳에 써달라",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등 문구가 적힌 상품권, 금일봉 등이 빈소로 종종 배달됐다.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마 가산점 제도는 비혼(혼인상태가 아님을 뜻하는 학계의 용어)·불임여성이나 남성과 차별해 위화감을 조성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트위터 등에서 고인의 사망소식을 듣고 자원봉사를 위해 나온 중학생도 있었다.

오후 3시30분께 여드름이 듬성듬성한 얼굴로 빈소를 찾은 서정한(15·중학생)·김민준(15·중학생)군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트위터를 보고 왔다"며 "자원봉사할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남성연대 관계자에게 물었다.

서군은 남성연대 관계자와 봉사절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트위터,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성 대표 활동을 계속 지켜봐왔다"며 "학교에서 남녀차별에 대한 토론을 할 때 성 대표의 글을 보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꼭 와봐야겠다고 생각해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왔다"고 했다.

많은 남성들 사이에 여성 조문객도 있었다.

대학생 노모씨(22·여)는 "뉴스, 토론 등을 보고 성 대표를 알고 있었다"며 "(내가)여자긴 하지만 남성연대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남녀평등'의 전제가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주체라는 점에서 그 분의 생각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또 "어디가서 드러내놓고는 말 못해도 속으로 응원했었는데 이런 소식에 안타깝다"며 "위험한 퍼포먼스보다 더 좋은 방법도 있었을텐데 그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30일 늦은 오후로 접어들수록 조문객 발길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아침에 한 차례 다녀갔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재방문 등 보수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성 대표 입관식은 31일 오전 10시, 발인은 내달 1일 오전 6시10분으로 예정돼 있다.


hw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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