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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문재인 입장표명에 내홍 조짐

(서울=뉴스1) 김현 박상휘 기자 | 2013-07-23 11:27 송고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2013.6.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민주당이 23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실종 사태와 관련한 문재인 의원의 입장이 나오면서 내홍에 휩싸이고 있는 분위기다.

여야가 정상회담 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던 당시 문 의원이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면서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화록 공개를 주도적으로 요구했던 터라 당내에선 이번 '대화록 실종 사태'에 대해 문 의원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해왔던 터다.

그러나 문 의원이 오랜만에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혔지만, 대화록 실종 원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나 진상규명을 위한 해법 등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해 김한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新) 주류측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문 의원은 이날 오후 개인 성명을 내고 "원인이 무엇이든,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든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고 하는 상황은 국민들께 민망한 일"이라며 "대화록 유무 논란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가려져선 안 된다. 이제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은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대화록 실종 파문에 따른 향후 대응책과 관련해선 "여야가 합의해 사실관계를 차분히 규명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만 밝힌 채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문 의원의 언급은 대화록 실종 가능성이 알려진 지난 18일 트위터를 통해 발언을 내놓은 이후 5일 만에 침묵을 깨고 자신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친노(친노무현) 그룹에선 문 의원의 입장 표명에 대해 "원칙과 이번 사태의 본질을 말한 것"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친노 핵심으로 평가받는 홍영표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문 의원이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본질을 말한 것"이라며 "국정원 댓글 사건이 발표됐을 때 문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책임자 처벌을 제안했었지 않느냐. (여권이) 국정원 사건을 물타기 하기 위해 NLL 논란을 꺼냈고, 국정원이 다시 개입해 이 사태까지 온 것"이라고 밝혔다.

친노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도 "기록물 열람 취지가 노 전 대통령의 (포기) 발언이 있는지 여부이기 때문에 국회에 와 있는 기록을 보고 그 때 가서 평가를 달리 하면 또 달리하는 등 정해진 수순을 밟아나가자는 것"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문서들은 (열람)시한이 있기 때문에 NLL 논란을 종식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 것이다. 원칙이 중요한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3.7.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그러나 당내에선 문 의원의 입장표명을 두고 불만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대화록 공개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NLL 논란 질질 끌지 말고 끝내자', 만시지탄이나 말은 옳은 말"이라면서도 "그렇다면 시작을 안했어야 했다. 민주당과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꼬집었다.

한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무슨 말이나 되는 소리냐. 자신이 밝히자고 했다가 갑자기 덮자고 하면 아무 일도 없이 되는 것이냐"라면서 "자신이 정치생명을 걸 정도로 배수진을 쳤으면 (대화록이 없어진 데 대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든가,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입장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당장 문 의원의 입장 발표 후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폐기 및 삭제설'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데다 이로 인해 'NLL 포기 발언' 진상규명과 국정원 대선·정치개입 의혹 국정조사로 대화록 실종 사태라는 수세 국면을 벗어나려 했던 당 지도부의 대응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 지도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도대체 (문 의원의) 얘기가 현재 상태에서 필요한 얘기인지 모르겠다. 얘기할 가치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 역시 "당의 입장이 명확하게 발표도 안 됐는데, 개인 자격으로 발표를 해 버리면 당 전체가 혼란스럽지 않느냐"며 "대화록 공개도 문 의원이 얘기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당 지도부가 뒷받침을 해줬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다"고 지적했다.

이날 문 의원의 입장 발표와 관련해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문 의원측은 "사전에 지도부와 충분히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은 "무슨 협의를 했느냐. 발표 직전 통보하고 의견이 있으면 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자꾸 책임은 당으로 떠넘기고 아무 말이나 막 하면 어떡하느냐"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대화록 실종' 사태 출구전략의 하나로 거론되는 '특검'을 놓고도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한 구주류와 신주류측간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친노 진영은 '대화록 실종' 사태에 대한 특검과 관련해선 소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기류다. 검찰수사는 물론 특검을 실시할 경우에도 문 의원이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주류측에선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기록물 관리 부실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을 주장했던 홍 의원은 "(문 의원이) 특정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진상을 밝혀야 된다고는 생각할 것"이라고 했고, 전 의원도 "문 의원이 특검을 하자고 해서 새누리당이 특검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신주류측의 한 의원은 "왜 정본이 없는지에 대해선 특검 등을 통해서라도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사초(史草)가 없어졌는데 그냥 없는 것처럼 할 수 있느냐"며 "진상규명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거나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4대강 사업 등에 있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아야 하듯 누구든지 진상규명에 필요하다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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