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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영화읽기]애프터 어스-'샤말란'의 반전 강박증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 2013-06-08 01:53 송고


살다 보면 선입견이 유용하게 쓰일 때도 가끔 있다. 선입견도 일종의 선행지식이다 보니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곤 한다.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특히 그렇다.

영화의 제목이란 내용 전체를 축약하거나 영화상에 등장하는 핵심소재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람들은 보통 그것을 보고 대강 어떤 내용일지 감을 잡는다. 더불어 볼지 안 볼지의 선택도 이뤄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애프터 어스>는 제목을 잘못 지었다.

'나중의 지구'라는 뜻으로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누구나 지구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이 클 것이라는 점을 예감하게 된다.

거기다 먼 미래 황폐해진 지구를 떠난 인간들 중 일부가 지구에 다시 불시착한다는 설정의 예고동영상까지 보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처럼 인간과 대자연의 관계를 우회적으로 그리고 있을 거란 상상까지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애프터 어스>에서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그 모든 예상에 대해 엄청난 반전으로 대답한다.

'M.나이트 샤말란'이 누구던가. 반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샤말란 감독은 상징적인 존재다.

그의 출세작인 1999년 <식스센스>는 지금도 반전 스릴러물을 대표하는 영화로 일상에서도 마치 반전의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애프터 어스>에서도 결국은 반전이었을까.

제목만 그렇게 지었지 영화내용은 실제로도 부자관계인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에게만 초점이 맞춰질 뿐, 대자연에 어떤 의미를 두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먼 미래 인간이 사라진 뒤 지구의 모습도 볼거리가 너무 빈약하다. 지금의 지구와 다를 것 없는 모습에 가끔씩 등장하는 희귀동물들 역시 눈을 번쩍 뜨이게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영화의 메시지도 키타이(제이든 스미스)의 성장통과 사이퍼(윌 스미스)의 부성애가 전부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은 제목과는 전혀 다른 반전에 맥이 풀려 버린다. 엄청난 반전? 맞다. 조롱이다.

샤말란 감독은 <식스센스> 이후 반전 강박증에 계속 빠져 있는 것 같다.

2000년 <언브레이커블>부터 시작해 <싸인>, <빌리지>, <해프닝> 등 이후 작품들 대부분이 미스터리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왠지 그의 강박증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식스센스> 이외의 작품들은 흥행 성적이나 평가도 대부분 저조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샤말란의 내리막길이 안타까운 건 '한계'를 빨리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게 어딨나. <식스센스>에서의 혁명적인 반전이 다른 작품에서도 계속되기는 누가 뭐라 해도 쉽지 않다.

살면서 '변화'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사실 이번 <애프터 어스>도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논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름 볼 만한 구석이 많다.

비록 전체 스토리는 이미 익숙한 포맷이지만, 긴장감도 살아있고 스크린에서 이전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래 인간문명도 나름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릴러나 미스터리에서 SF로 장르가 점점 확대되어 가는 모습 역시 그리 어색하지 않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식스센스>를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 멘탈이 조금 흔들렸다.

이미 '내가 범인이다'식의 반전은 1993년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가면의 정사>에서 처음 경험했었지만 공포까지 가미된 <식스센스>의 반전은 그것을 능가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하지만 너무 강렬했던 탓인가. 이후 작품들에서 그는 '반짝 감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인생은 모른다. 샤말란 감독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변화를 거쳐 새로운 장르에서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 낼지.

그리고 그 때가 바로 샤말란의 또 다른 반전극이 되지 않을까.

5월30일 개봉. 상영시간 100분.


lucas0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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