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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다크니스-우주 최강의 조직력, 불을 뿜다

[이상길의 영화읽기]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 2013-05-31 23:01 송고


애시당초 <스타트렉>은 <스타워즈>와는 성격이 다른 영화다.

둘 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우주SF영화의 양대 산맥으로 지금도 소위 오타쿠(광팬)들 간에는 우열논쟁이 벌어지곤 하지만 둘은 사실 노는 물이 서로 달랐다.

<스타트렉>은 60년대 중반 TV시리즈로 처음 출발했지만 <스타워즈>시리즈는 10여년 뒤 '조지 루카스'라는 천재 영화감독이 스크린에 구현하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결국 TV와 영화라는 태생적인 차이만큼 화려한 볼거리 면에서 <스타트렉>은 감히 <스타워즈>를 따라올 수가 없다.

<스타워즈>가 '장대한 우주서사시'라면 <스타트렉>은 '장대한 우주드라마'라고나 할까.


그만큼 <스타트렉>의 강점은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에 있다.

우주탐험이 목적인 거대함선 '엔터프라이즈호'에서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갈등과 대립, 화해와 우정은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이끌어온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직력'이란 단어가 있다.

그렇다.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은 던지는 메시지도 크게 다르다.

<스타워즈>가 포스(Force)라는 극중 제다이 기사들의 힘을 통해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면 <스타트렉>은 우리 사회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스타워즈>가 '동화'라면 <스타트렉>은 마치 '처세서' 같다. 함선의 이름이 괜히 '기업'이나 '회사'라는 뜻의 '엔터프라이즈(Enterprise)호'겠는가.


'J.J에이브럼스'라는 현역 거장 감독을 통해 다시 리메이크되면서 이젠 볼거리까지 화려해졌지만 그 중심에는 역시나 우주 최강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엔터프라이즈호가 있다.

<스타트렉> 오타쿠들은 알겠지만 에이브럼스 감독에 의해 닻을 올린 엔터프라이즈호의 진정한 우주탐험은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시리즈 2편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재미나 볼거리도 탁월하지만 엔터프라이즈호가 왜 우주최강의 조직력을 갖게 됐는지도 그 시작과 끝을 잘 요약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의 위업을 달성했을 때 '히딩크 리더십'에 대한 수많은 분석들이 쏟아졌다.

비록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영화는 늘 현실에 말을 건다.

재미삼아 오랜 시간 위험한 우주를 탐험하면서도 무병장수할 수 있었던 엔터프라이즈호의 조직력을 새로 개봉한 시리즈 2편을 중심으로 집중 탐구해보자.


#권력, 나눠 갖는다

거대함선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최고 권력자는 단연 주인공 '제임스 커크(크리스 파인)' 함장이다. 그의 지시에 따라 함선은 움직인다.

그런데 커크 함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절대 권력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의 그런 모습은 이번 시리즈 2편에서 도드라지기 시작하는데 죽음의 문턱에서 함선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몸을 던지는 과정에서 그는 직속 부하 술루(존 조)에게 지휘권을 쉽게 내려놓는다.

물론 술루의 지휘력도 대단했다. 결국 살아서 돌아온 뒤 커크 함장은 술루에게 웃으며 이런 농담을 건넨다. "권력 맛을 보니 내려오기가 쉽지 않지?"

그만큼 엔터프라이즈호에서 권력은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누가 함선 지휘권을 잡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지점에서 커크 함장의 리더십은 히딩크 감독의 멀티플레이어 조련법과 닮았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시리즈에서 똑같이 절대반지를 가졌었지만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와 골룸(앤디 서키스)의 차이도 그것이었다.

골룸은 절대반지를 영원히 가지려 했지만 프로도는 잠시 운반할 뿐이었다.

그랬거나 말거나 엔터프라이즈호는 커크 함장의 그러한 열린 사고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논리와 육감의 조화

비록 절친이지만 <스타트렉>의 두 주인공 커크 함장과 스팍(재커리 퀸토) 일등항해사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인간인 커크는 늘 제멋대로인데다 감정적이면서 육감에 주로 의존하는 반면 스팍은 벌칸인으로 철저히 이성적이면서 논리적이다.

둘은 시시각각 충돌한다. 그것이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스타트렉>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재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다크니스> 편에서도 그렇지만 누구도 영원히 옳지는 않다. 커크의 육감이 옳을 때도 있었고, 스팍의 논리가 위기를 극복할 때도 있었다.

결국 조화의 의미를 깨닫게 된 둘의 우정은 진한 감동을 전한다.


#수평적 리더십, 할 말은 하는 부하들

테러범인 존 해리슨(배네딕트 컴버배치)을 잡기 위해 항해를 떠나게 된 엔터프라이즈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사일 수 십 기가 실린다.

아버지와도 같았던 파이크(브루스 그린우드) 함장의 죽음으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커크 함장 앞에서 함선 엔지니어인 스코티(사이몬 페그)는 비록 우주함대 사령부의 명령이지만 미사일을 절대 실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평소 부하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커크 함장이었지만 복수심에 순간 눈이 멀게 되고 그는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는 스코티에게 해직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결국 스코티의 말은 옳았고, 커크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스코티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사실 수평적 리더십은 엔터프라이즈호의 가장 큰 미덕이다.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명령보다는 시스템이 앞선 만큼 위기에 강하다.


#지도자의 책임감과 희생정신

<스타트렉>에서 주인공 커크가 뛰어난 지도자일 수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강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에 있다. 그는 그것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2009년 개봉한 시리즈 1편 <더 비기닝>에서 그의 아버지 조지 커크(크리스 햄스워스)는 켈빈호의 일등항해사였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함선이 나타나 켈빈호를 공격, 함장이 목숨을 잃게 되면서 지휘권을 이어받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800명의 승무원들을 구한다.

그의 아들 제임스 커크도 이번 시리즈 2편에서 거의 죽음 문턱까지 가는 몇 번의 자기희생을 통해 승무원들을 구한다.

당연히 그에 대한 부하들의 신뢰는 두터울 수밖에 없고, 그들 역시 엔터프라이즈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도 말한다. "큰 힘에는 반드시 큰 책임이 따른다."

5월29일 개봉. 상영시간 132분.


lucas0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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